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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나눔의 미학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조던 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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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최고의 해로 만든 조던 스피스와 캐디 마이클 그렐러.


PGA투어가 지난 주 페덱스컵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15년은 조던 스피스가 골프의 패러다임을 바꾼 해로 기억될 듯 하다. 장타자들이 득세하던 시대에 스피스는 거리의 강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린과 그 주변에서의 빼어난 플레이로 가장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스피스의 올 해 드라이브 평균거리는 291.8야드로 장타부문 공동 78위다. 289.8야드를 기록한 배상문이나 289.2야드의 이시카와 료 등 동양선수들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드라이브샷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페어웨이 적중률도 62.91%로 80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속 제패했고 투어 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까지 차지했다.

올 해 22세인 스피스는 1929년 21세의 나이로 8승을 거둔 호튼 스미스 이후 한 시즌에 5승을 거둔 최연소 선수가 됐다. 그리고 PGA투어 사상 단일시즌 최다 상금인 1203만 465달러를 획득했다.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까지 합칠 경우 2203만 465달러(약 263억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들였다. 프로 선수의 척도가 돈 임을 고려할 때 스피스는 경험이 부족한 어린 나이에도 빼어난 퍼팅 실력과 쇼트게임 능력으로 골프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스피스는 올 해 골프에서 스코어 메이킹의 본질이 ‘보기를 범하지 않는 것’ 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최근 대세인 가공할 장타를 날려 최대한 그린 가까이 볼을 보낸 뒤 러프에서 웨지로 잔디를 도려내며 볼을 그린에 올리는 밤&가우지(bomb-and-gouge)의 패턴을 깼다. 장타력을 바탕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과 시기적으로도 일치한다.

스피스는 라운드당 퍼트수가 27.82개로 1위다. 또한 홀당 퍼트수도 1.699개로 1위다. 15~20피트(4.5m~6m) 거리에서의 퍼트 성공률도 29.75%로 1위다. 투어챔피언십에서 스피스와 우승을 다툰 스웨덴의 헨릭 스텐손은 “마스터스에서 이틀 동안 스피스와 같이 경기했다. 그리고 이번 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도 그와 함께 플레이했다. 스피스의 퍼팅 능력과 집중력은 세계 최고”라며 “스피스는 깔끔한 플레이어다. 위기에 빠져도 스스로를 구출할 능력이 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버디를 놓치지 않는다. 그는 물리치기 어려운 선수”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피스가 단타자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그의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이는 프로 든 아마추어 든 마찬가지다. 올 해 최연소로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서울고 3년생인 서형석은 “조던 스피스를 가장 좋아한다.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골프가 꼭 거리로 승부가 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형석의 올 해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67.91야드다.

스피스는 캐디 마이클 그렐러를 표현할 때 언제나 “우리(we)”라는 표현을 쓴다. 고용관계인 플레이어와 전문 캐디 사이의 문화에서 쉽게 나오기 어려운 표현이다. 이는 스피스의 정신 세계나 직업 윤리와 관련이 있다. 개인 운동인 골프를 팀 스포츠로 보는 것이다. 돈을 주고 고용한 캐디와 명성,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캐디 뿐 아니라 스윙 코치인 캐머런 매코믹, 체력 트레이너인 데이먼 고다드, 에이전트인 제이 단지와도 마찬가지다.

올 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 스피스는 고향 댈러스에 큰 집을 구입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여동생 엘리를 포함한 가족을 위해서였다. 자신을 위해 한 호사는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시즌 티켓을 구입한 것 뿐이다. 스피스는 페덱스컵 우승후 가진 인터뷰에서 가슴 뭉클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나는 큰 기회를 얻었다. 나의 성공을 도운 사람들과 결실을 나눌 기회"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이어 "우리 팀은 올 해 믿기 힘든 일을 해냈다. 필요할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며 "만약 우리 팀이 올 해처럼 향후 몇 년 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그 걸 가능케 한 사람들을 더 크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나 혼자 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다음 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리는 2015 프레지던츠컵에 미국팀 대표로 출전한다. 문무(文武)를 겸비한 스피스의 경기를 안방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골프 팬들에겐 흔치 않은 기회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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