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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휴스턴의 DS 탈락, 하지만 그들에겐 더 나은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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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사진=OSEN)


결국 휴스턴의 돌풍은 여기까지였다. 휴스턴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캔자스시티에 2-7 패배를 당했다. 2회 발부에나의 선제 2점 홈런으로 앞서 나갔지만, 이후 쿠에토를 공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최종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디비전 시리즈 탈락. 휴스턴에겐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앞둔 4차전, 7회까지 6-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한 것이 못내 아쉬운 순간으로 남게 됐다.

신선한 바람이었다. 불과 2년 전 지역 시청률 0%라는 오명과 함께 역대 프랜차이즈 최다인 111패를 기록했던 팀은 이제 없었다. 암흑기의 산물인 젊고 싱싱한 유망주들은 단숨에 팀 내 간판으로 자리 잡았고, 오프시즌 영입한 알짜배기 선수들은 휴스턴의 재기를 도왔다.

초반부터 거침이 없었다. 시즌 12번째 경기였던 LA 에인절스전 승리로 지구 선두로 나선 휴스턴은 전반기의 대부분을 순위표의 맨 윗자리에서 보낼 수 있었다. 마운드에선 지난해 싹수를 보인 댈러스 카이클이 선발진을 이끌었고, 특히 마무리 루크 그레거슨을 필두로 윌 해리스, 팻 네섹, 토니 십으로 이뤄진 불펜진은 상대에게 철옹성으로 다가섰다.

타선의 색깔은 분명했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고비마다 터지는 홈런포는 어느덧 휴스턴의 전매특허로 자리 잡았다. 호세 알투베를 필두로 휴스턴의 젊은 타자들은 누상에 나가기만 하면 2루, 3루를 훔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데뷔한 조지 스프링어와 올 6월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카를로스 코레아의 존재는 긴 세월 숨죽이며 지켜봐야 했던 휴스턴 팬들에게 인고의 시간을 보상받는 듯한 희열을 안겨줬다.

전반기 막판 6연패를 당하며 전반기의 마지막 날 에인절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으나,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재충전을 한 휴스턴은 이내 선두자리를 빼앗았다. 특히 8월 중순에는 8일 사이 네 차례나 끝내기 승리를 따내며 전형적인 ‘되는 팀’ 혹은 ‘강한 팀’의 면모도 과시했다. 8월의 마지막 날 휴스턴은 지구 2위에 4경기 앞선 채로 9월을 맞이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추락을 예상했지만, ‘설마’했던 휴스턴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휴스턴의 시즌 최종 성적은 86승 76패. 지난해와 비교해 16승, 2년 전에 비하면 무려 35승을 거둔 성적으로 대단히 성공적인 시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8월 말까지 5경기 이상 벌어 논 2위와의 격차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지구 우승이 아닌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를 펼쳐야 했던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휴스턴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불펜 붕괴였다. 8회 셋업맨을 맡아온 팻 네섹의 난조가 특히 결정적이었다. 네섹의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무려 7.36으로, 같은 기간 그가 남긴 기록은 단 하나의 홀드도 없이 두 차례의 블론 세이브 포함 3패가 전부였다. 커맨드가 흔들리며 7.2이닝 동안 무려 15개의 피안타를 내주는 등 힌치 감독의 골치를 아프게 했는데, 결국 그는 8월의 마지막 날 3.06의 평균자책점이 3.62까지 치솟은 채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해리스와 그레거슨 역시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각각 4.15와 4.50으로 휴스턴의 뒷문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대단히 헐거워져 있었다. 이에 9월 이후 휴스턴은 1점차 승부 성적에서 2승 7패에 그쳤으며, 디비전 시리즈 4차전 역전패의 주범도 결국 불펜이었다(물론 그 배경엔 힌치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자리잡고 있다).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시즌 말미에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9월 초 약체 팀인 시애틀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며 추격을 허용한 뒤, 이후 지구 2위 텍사스와의 4연전을 모두 내주며 일거에 무너진 점은 휴스턴으로선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맞대결에서의 4연패로 무려 8경기의 손해를 본 시리즈가 됐는데, 텍사스에 2경기 뒤진 지구 2위로 시즌을 마감했음을 감안하면 휴스턴에게 올 시즌 가장 뼈아픈 시리즈가 된 셈이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패한 3경기 모두 역전패였다는 점도 그들에게 경험이라는 과제가 남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붕괴 직전에서 젊은 선수들이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에인절스와 미네소타의 추격을 뿌리치고 와일드카드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휴스턴에겐 더 나은 미래가 있다

안타까운 디비전 시리즈 탈락이지만 휴스턴의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리그 정상급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카이클은 여전히 FA까지 3년이 남아 있다. 19승의 맥휴와 시즌 중반 밀워키에서 합류한 파이어스는 2020년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랜스 맥컬러스는 올해 데뷔한 신인이다.

젊은 유망주들로 가득한 야수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알투베와는 구단 옵션을 실행할 경우 2019년까지 함께 할 수 있으며, 25세의 스프링어와 20살의 코레아는 향후 10년 이상 팀을 이끌어 나갈 자원들이다. 프레스턴 터커도 첫 해 치곤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약관의 나이로 빅 리그에 데뷔한 코레아는 불과 99경기 만에 22홈런 68타점을 쓸어 담으며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잇는 거포 유격수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올 시즌 더블 A까지 승격한 A.J. 리드와 토니 켐프 등 여전히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유망주들도 빅 리그 승격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FA 시장에서의 움직임이다. 올 시즌 휴스턴의 연봉 총액은 7,2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9위에 그쳤다(개막전 기준). 이마저도 2013년의 2,600만 달러, 지난해의 5,1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뛰어오른 수치였다.

휴스턴은 결코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니다. 단지 리빌딩에 집중하기 위해 실탄을 아껴뒀을 뿐이다. 반가운 것은 옵트 아웃이 유력한 잭 그레인키를 비롯해, 조니 쿠에토,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특급 에이스부터 이와쿠마, 사마자, 짐머맨 등 준척급 까지 올 시즌 투수 FA 시장이 풍년이라는 점이다. 올 겨울 휴스턴은 대어급 FA 투수 영입에 나설 유력 후보다. 이 밖에도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는 불펜과 내야의 양 코너도 전력 보강의 우선 순위다. 아껴둔 실탄을 쓸 때가 왔다. 그간 유망주 수집에 집중한 르나우 단장의 시선은 이제 FA 시장을 향할 것이다.

비지오-배그웰-버크먼의 킬러 B 시대가 막을 내린 후, 휴스턴은 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연 평균 108패를 당해야 했으며, 지난해까지 최근 8년간 7차례나 루징 시즌을 기록했다. 지역 TV 시청률은 바닥을 찍었고, 미닛 메이드 파크의 빈자리는 점점 늘어만 갔다. 하지만 모든 터널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그들의 올 시즌은 휴스턴이 열어나갈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기억 될 것이다. [헤럴드 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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