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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이스 PS 선발 7연패...가을의 악몽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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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선발 7연패에 빠진 데이비드 프라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30). 그는 클레이튼 커쇼, 메디슨 범가너와 함께 현역 최고의 좌완 투수다. 2009년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고 있으며,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다. 디트로이트와 토론토에서 기록한 올 시즌 성적은 18승 5패 평균자책점 2.45로,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프라이스의 올 시즌 연봉은 1,975만 달러. 이는 FA로서가 아닌 연봉조정자격 3년차에 기록한 액수로, 그의 가치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8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이후 2010년부터 4년간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나선 템파베이가 단 한 번도 디비전시리즈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도 정규시즌과는 달랐던 그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올 시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텍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5실점 패전투수가 된 프라이스는 구원 등판한 4차전에서도 3이닝 3실점으로 썩 좋지 못했다. 7-1로 앞선 5회 2사 후 마운드에 오르며 어부지리로 승리를 따냈지만, 토론토 팬들이 기대하던 그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18일(한국시간) 열린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도 프라이스는 웃지 못했다. 6회까지는 최고의 투구였다. 1회 선두타자 알시데스 에스코바에게 안타를 맞은 이후 6회까지 18타자를 연속해서 범타 처리했다. 5회 도널슨과 툴로위츠키가 좋은 수비로 프라이스를 돕자, 그는 6회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동료들의 호수비에 보답했다.

팀 타선도 3회 고인스의 선제 타점에 이어, 6회 엔카나시온과 툴로위츠키의 적시타로 3-0으로 앞서나갔다. 6회까지 프라이스의 투구수는 불과 66개. 이전까지 그가 보여준 구위를 감안하면 시리즈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토론토의 의중도, 가을 야구와의 악연을 끊고자 하는 프라이스의 바람도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7회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7회 시작과 함께 세 타자 연속 안타를 시작으로 집중 5안타 4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그를 구원 등판한 산체스가 다시 적시타를 허용하며 그의 실점은 5점까지 늘어났다. 토론토는 이후 에레라와 데이비스의 불펜 원투펀치가 등장한 캔자스시티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고, 8회 추가 실점을 하며 3-6으로 패하고 말았다. 챔피언십시리즈 2연패다.

프라이스에게도 변명은 있다. 7회 선두 타자 조브리스트의 안타는 수비진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평범한 뜬공 타구였다. 하지만 자신 있게 콜을 외치며 타구를 쫓아가던 2루수 고인스는 타구가 낙하하기 직전 돌연 태도를 바꿨고, 타구는 우익수 앞 안타가 됐다. 18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가던 프라이스로선 리듬이 끊겨버린 순간이었다.

아쉬운 수비가 대량실점의 시발점이 됐지만 이후에 보여준 모습은 분명 리그 정상급의 에이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데뷔 1,2년차의 풋내기 투수가 아니다. 오히려 야수들이 흔들려도 꿋꿋하게 마운드에서 버텨내는 것이 그의 임무이자 에이스의 숙명이다.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기븐스 감독이 역전을 허용할 때까지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연유에서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커맨드가 흔들리며 집중타를 허용했고, 순식간에 3점의 리드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2010년 텍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프라이스는 1,5차전에 벌어진 클리프 리와의 좌완 에이스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팀의 시리즈 탈락의 원흉이 됐다. 프라이스에게 닥친 가을 악몽의 서곡이었다. 이후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나 그의 가을은 쓸쓸하기만 했다.

이날까지 프라이스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2승 7패 5.27로 더 엉망이 됐다. 2승은 모두 불펜으로 나와 기록한 승리로, 그는 선발로 나선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선발 7경기 7패 5.44). 포스트시즌 선발 7연패는 메이저리그 역대 타이기록이다.

이전 기록은 랜디 존슨이다. 시대를 대표한 좌완 에이스라는 점에선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존슨은 포스트시즌 7연패 이후 5연승을 내달리며 가을을 자신의 계절로 만든 바 있다. 바로 김병현과 한 팀에서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1년 애리조나 시절이다. 당시 존슨은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 팀이 기록한 8승 중 혼자 무려 5승을 따내며 이전의 쓰라린 기억에서 벗어난 바 있다.

과연 프라이스에게도 같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는 2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원하는 토론토와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프라이스 본인 모두에게 간절한 소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2연패로 궁지에 몰린 팀원들이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전제조건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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