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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어깨 위에 손‘만’ 올린 날
*18일 경기결과: 두산 베어스 7-0 NC 다이노스

올 시즌 공룡군단들은 중요한 상황을 해결하면 더그아웃을 향해 한 손으로 반대쪽 어깨를 툭툭 쓸어내렸다. 박민우의 응원동작과 비슷한 동작. 이 동작은 ‘캡틴’ 이종욱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팀 분위기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공룡군단만의 팀 세레머니인 ‘임무완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종욱을 필두로 모든 선수들이 어깨를 털기 시작했다. 처음엔 수줍게 어깨를 털던 선수들도 시즌이 갈수록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며 임무완료를 알렸다.

선수단은 자신들의 1차 임무를 완료했다. 많은 악재 속에 중위권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즌 막판까지 삼성과 우승다툼을 펼쳤다. 그 덕에 두 번째 가을야구, ‘가을의 질주’를 펼치게 됐다. 이젠 창단 첫 우승이라는 2차 임무를 앞두고 있다.

공룡가족들에게도 임무가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전력질주’가 끝나던 날 팬들에게 “작년에는 관중석이 빈 데가 많아서 섭섭했습니다. 올해는 꽉 좀 채워주십시요!”라며 직관을 부탁했다. 구단도 ’임무완료‘ 동작을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을 모으는 의미이자, 다이노스만의 의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이벤트를 펼쳤다.

역시 공룡가족들은 의리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의 바람대로 홈에서 열리는 1,2차전을 매진시켰다. 각종 SNS에서도 ‘임무완료’를 신고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연고지인 창원시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임무완료’ 의식에 동참했다. 이젠 모두가 함께 어깨 쓸어내리는 날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엔런트’도 ‘공룡가족’도 ‘한 남자’도 모두 어깨위에 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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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가을의 질주'는 '마중'을 통해 시작됐다.


‘가을의 질주’는 18일 오후 2시 마산야구장이 아닌 오전 11시 20분 마산역에서 시작됐다. NC만의 가을야구 응원 문화인 ‘마중’이 열렸기 때문이다. ‘마중’은 랠리 다이노스와 마산에 살고 있는 혹은 마산에 먼저 도착한 공룡가족이 멀리서 ‘임무완료’를 위해 달려온 공룡가족을 위해 응원전을 펼쳤다.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금세 하나가 된 공룡가족들은 도보로 30분 걸리는 마산구장까지 행진하며 응원의지를 불태웠다.

시즌 마지막 홈경기 이후 약 2주 만에 만나는 마산구장은 완연히 가을에 젖어있었다. 경기장 밖은 ‘가을의 질주’ 엠블럼이 담긴 통천이 멋들어지게 걸려 있었고, 구단에서 나눠준 파란 단디봉과 베이지색 체크무늬 반다라가 넓은 외야를 가득 메웠다. 마치 마산의 바다와 가을을 마산구장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포스트시즌을 위해 멋진 엠블럼을 만든 ‘엔런트’와 공룡가족이 함께 그린 한 폭의 명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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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의 '등판'은 승패를 떠나 공룡가족들 마음속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경기개시를 앞둔 마산구장은 레이스 스타트를 앞둔 서킷 같았다. 공룡가족들의 응원과 열기는 마치 레이싱카의 엔진 소리와 열기처럼 웅장하고 뜨거웠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의 질주’ 시작 신호는 뜻밖의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한 남자’가 장식했다. 지난 ‘가을이야기’에서 감동의 155km를 뿌린 남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던 남자. 예상치 못한 대장암으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남자. 바로 원종현이었다. 시구자 원종현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불펜에서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팬들은 원종현 콜을 부르며 돌아온 한 남자를 반겼다. 전처럼 다이나믹한 폼은 아니었지만 씩씩한 투구로 ‘복귀신고’를 했다. 공룡가족도, 엔런트도, 한 남자도 각자가 맡은 일을 다 했다. 이젠 선수단이 그에 응답할 차례였다(원종현이 전과 같은 모습으로 마운드에 올라 ‘임무완료’ 신고를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변명의 여지없는 완패, 그러나

완패다. 기대와 전혀 다른 경기가 펼쳐졌다. 에이스 맞대결에서도 졌고, 타자들도 전혀 힘을 못 썼다. 1회부터 상대 작전에 당했다. 무사 1루에서 두산은 런앤히트 작전을 걸었다. 주자는 2루를 향했고 손시헌도 2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다. 허경민은 원래 손시헌이 있던 위치로 절묘하게 공을 보냈다. 무사 1,3루가 되었고 폭투와 김현수의 적시타로 두 점을 챙겼다. 뜬금없는 솔로홈런 두 방으로 4-0까지 도망갔다.

공룡군단은 좀처럼 추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니퍼트에게 철저히 봉쇄당했다. 안타는커녕 볼넷도 쉽게 뺏어내지 못했다. 출루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우리가 자랑하는 발야구는 엄두도 못 냈다. 간신히 잡은 기회에서도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5회 무사 1,2루에선 이호준이 외야플라이, 손시헌이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6회 1사 1,2루에서도 박민우와 이종욱이 범타로 돌아섰다. 정말 하나도 풀리는 게 없었다. 13일 동안의 휴식은 실전감각을 크게 떨어트렸다. 결국 니퍼트에게 완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완패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정규시즌 막판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불펜진이 휴식기 동안 구위를 회복했다는 것. ‘필승조’ 임정호-최금강-임창민이 2⅔이닝을 무피안타 4탈삼진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조기 강판된 해커 대신 마운드에 올랐던 이민호도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3점 홈런을 맞은 김진성의 피칭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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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경기는 패했지만 아직 '시리즈'는 남아있다.


18일 경기는 마치 지난해 준PO 1차전 같았다. ‘멘붕’이 오는 패배.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도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하게 패한경기다."라며 아쉬운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좌절하기엔 이르다. 포스트 시즌의 승자는 먼저 ‘1승’을 거둔 팀이 아니라 먼저 ‘3승’을 거둔 팀이다. NC는 단지 한발 뒤쳐졌을 뿐, ‘임무완료’ 세레머니는 3승을 거둔 뒤 펼쳐도 충분하다. 오늘 털지 못한 어깨위의 손을 다음 경기에선 시원하게 털어주길 바란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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