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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PO 최다득점보다 빛났던 ONE TEAM
21일 경기결과: NC 다이노스 16-2 두산 베어스

‘75%’. 역대 플레이오프(PO)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을 가져간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 PO 3차전은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공룡군단은 2차전 역전승의 여운을 품고 잠실구장으로 향했다. 김경문 감독은 3차전을 맞이해 ‘익숙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이종욱-나성범-이호준은 평소 맡았던 6번-3번-5번 타자 자리로 돌아왔다. 선발투수의 중책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경기가 더 ‘익숙한’ 손민한이 맡았다(손민한은 이번 등판을 통해 송진우가 수립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등판 기록을 경신했다<40세 8개월 1일→40세 9개월 19일).

김경문 감독은 항상 팀을 우선시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라면 주축 선수라도 과감히 라인업에서 빼버릴 정도다. 선수들도 ‘팀워크’의 중요성 잘 알고 있다. 3차전에서 이를 몸소 증명했다. 한 선수는 순간적인 욕심에 선취점 기회를 날릴 뻔 했고, 한 선수는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닐 실책을 범했다. 또 다른 한 선수는 뜻밖의 부상으로 조기강판 됐다. 그러나 이들의 아쉬운 모습은 티도 안 나는 생채기가 됐다. 다른 동료가 혹은 스스로가 더 큰 활약으로 아쉬운 순간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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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아쉬운 플레이를 박민우가 '발'로 지워버렸다.


#1 1회초 무사 2루 기회. 김종호가 희생번트를 지시받았다. 김종호는 볼카운트 2-1에서 배트를 들이댔다. 이때 희생보다는 본인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허무하게 번트헛스윙. 할 수없이 강공을 해야 했다. 5구째를 잘 밀어 쳤지만 결과는 유격수 땅볼. 김경문 감독의 계산이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박민우와 나성범이 김종호의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박민우가 3루를 훔치며 홀로 ‘번트효과’를 만들었다. 나성범은 안타보다 멀리 보내려는 의도가 가득한 스윙으로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다. 과정은 예상과 달랐지만 ‘선취점’이라는 초기 목표를 이뤘다. 한발 더 뛰고, 내가 돋보이는 플레이를 포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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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EAM은 박민우의 실책 악몽을 말끔히 지워줬다.


#2 익숙한 것과 잘하는 것은 달랐다. 손민한은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은 없어보였지만, 제구는 미묘하게 어긋났다. 김태군이 요구한 곳을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2회 말부터는 점점 공이 높아졌다. 2사 후 최재훈에게 안타를, 정수빈에게 우중간 3루타를 허용하며 동점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다음타자 허경민의 땅볼 타구 때 박민우가 어이없는 악송구를 범했다.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선수가 지난해 준PO에서 ‘히드랍더볼 악몽’을 겪은 선수라는 점도 문제였다.

‘2차전 히어로’ 지석훈이 또 한 건했다. 다음 타자는 PS들어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민병헌. 민병헌은 3구째를 제대로 잡아당겨 총알 같은 타구를 보냈다. 이와 동시에 지석훈이 날았다. 안타가 되고도 남는 타구를 잡아내 총알 같은 송구로 이닝을 매조지었다. 지석훈 덕분에 공룡군단은 악몽에서 최대한 빨리 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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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캡틴'의 환한 미소


#3 나성범-이호준-이종욱은 이번 PO에서 아직 안타 맛을 보지 못한 선수다. 중심타순에 위치한 세 선수의 부진은 타순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2경기에서 2득점에 그쳤다. 특히 이들 사이에 위치한 테임즈가 2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김경문 감독은 이들을 익숙한 타순으로 원위치 시켰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3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와 김종호가 연속 안타를 때렸다. 나성범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테임즈가 1타점 중전 적시타로 동점과 1,3루 역전기회를 만들었다. 두산은 유희관을 내리고 노경은을 마운드에 올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베테랑’은 상대의 승부수를 악수로 만들었다. 이호준-이종욱-손시헌이 연속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이호준과 이종욱은 안타가 절실한 상황에서 PS 첫 안타를 터트리며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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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손민한의 공백을 '후배'이민호가 200% 메웠다.


#4 마운드 운용에 차질이 생겼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민한이 갑자기 손끝을 응시했다. 상태 확인을 위해 마운드에 올라간 트레이너가 고개를 저으며 더그아웃을 향해 X표시를 보냈다. 검지 손가락 물집이 터지며 손민한은 더이상 정상적인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새로운 투수를 급하게 마운드에 올려야만 했다.

부산고 후배 이민호가 선배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5회부터 몸을 풀고 있던 이민호는 예상보다 빨리 출격을 명받았다. 상대는 PS에서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이는 선두타자 최주환. 볼카운트도 2-0로 불리했다. 게다가 막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을 상대로 3점차도 불안했다 하지만 이민호는 개의치 않았다. 최주환을 2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박건우와 김재호도 손쉽게 막아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첫 두타자를 깔끔히 처리하며 퍼펙트를 기록했다.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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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지'의 투혼은 NC 타선의 기폭제가 되었다


#5 7회 빅이닝 뒤엔 ‘호부지’가 있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은 초구부터 희생번트를 준비했다. 공은 갈 곳을 잃은 채 이호준의 품속을 파고들었고, 왼손 손가락을 강타했다. 이호준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꾹 참고 1루로 걸어 나갔다. 베이스 위에 선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호부지’의 모습에 큰 자극을 받은 후배들은 더욱 집중했다. 1사 만루에서 손시헌은 헛스윙 2개로 볼카운트 0-2에 몰렸다. 하지만 침착히 볼을 고르고 애매한 공은 커트했다.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이끌어내 6-2를 만들었다. 치명적인 1점을 내준 두산은 조급해졌다. 대타 모창민이 좌익수-중견수-유격수 사이로 뜬공을 보냈다. 외야가 더 잡기 편한 타구임에도 포수와 공을 등지고 있는 김재호가 처리하려 했다. 게다가 공을 잡기보다 테임즈의 리터치를 먼저 생각했다. 결국 공은 집중력이 흩어진 김재호의 글러브를 벗어났다.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결정적 실책. 김태군과 박민우가 3점을 추가하며 또 한 번 쐐기를 박았다.

'ONE TEAM' NC는 중요도와 중압감이 큰 경기를 14점차 대승으로 장식했다.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며 1,2차전에서 볼 수 없었던 화끈한 NC표 야구를 보여줬다. 모든 야수가 PS무대를 밟았고, 이민호-임정호-최금강-이재학으로 이어지는 승리조도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공을 점검했다. 시리즈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의 전의를 크게 꺾어버렸다. 여유롭게 4차전을 준비한 셈이다. ‘떨림’보다 ‘설렘’으로 4차전을 맞이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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