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우리가 바라던, 우리가 해오던 대로 맞이한 ‘1년 중 가장 슬픈 날’
24일 경기결과: 두산 베어스 6-4 NC 다이노스

공룡군단이 마산으로 돌아왔다. 삼성이 아닌,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두산과 함께. 2경기 연속 니퍼트를 공략하지 못한 탓에 시리즈가 끝장매치까지 이어졌다. 한국시리즈(KS) 진출에 대한 설렘과 플레이오프(PO)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5차전. 어느 한 팀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인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을 맞이해야 했다. NC는 팀의 운명을 ‘마산 예수’ 스튜어트에게 맡겼다. 스튜어트는 PS 2차전 완투승으로 ‘마산구장 최초 포스트시즌 승리’라는 은총을 내려주신 분 아니겠나. 4차전이 1차전의 재현이었다면, 5차전도 2차전의 재현이 되길 바랐다.

‘빠름’이 낳은 선취점, ‘조급함’이 낳은 빅 이닝

이미지중앙

스튜어트의 공은 2차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의지는 2차전 못지 않았다.


같은 듯 다른 1회였다. 양 팀 초반 세 타자들은 비슷한 타구를 보냈다. 1번 타자 중견수 뜬공, 2번 타자 아쉬운 직선타. 3번 타자 3루수 방면 땅볼. 여기까진 같았다. 우리에게 운이 조금 더 따랐다. 나성범이 친 3루수 방면 땅볼이 아주 느린 속도로 굴러가며 내야안타가 됐다.

NC는 잠시 불어온 순풍을 놓치지 않았다. 테임즈와 이호준이 연속안타로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2회에도 2사 3루 기회에서 박민우가 1타점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장원준을 상대로 한 ‘빠른’ 승부가 주효했다. 슬라이더-커브 계열 공이 들어오면 초구라도 여지없이 배트가 나갔다.

‘빠른’ 승부가 4회엔 ‘조급함’이라는 독으로 변했다. 122구 완투 후 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스튜어트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2차전 패스트볼 계열 구속이 144.9km이었던데 비해 5차전은 143.7km로 줄어있었다. 2회까진 6타자로 가뿐히 막았지만 3회부터 제구가 높아졌다. 1사 3루에서 나온 손시헌의 과감한 홈 송구 선택이 아니었으면 점수를 내줄 수도 있었다. 4회엔 양의지에게 뜬금없는 솔로 홈런을 맞으며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주자 2명을 출루시키며 맞이한 위기를 오재일의 루킹 삼진으로 간신히 넘겼다. 잔칫집 같았던 마산 구장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4회 24구를 던지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스튜어트는 공 4개 만에 다시 일어났다. 손시헌-지석훈-김태군이 빠른 승부로 4구만에 삼자범퇴로 물러난 것.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스튜어트에게 육체적-정신적 회복시간을 마련해주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5회는 꿈이길 바랐다. 시작과 동시에 김재호와 정수빈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동점이 됐다. 허경민이 우전안타, 민병헌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스튜어트는 김현수에게 146km-145km-145km-149km 속구를 거푸 뿌리며 전력투구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우측펜스를 직격하는 2타점 2루타를 때렸고, ‘마산 예수’는 예상보다 빨리 마운드를 내려왔다.

바라던 데자뷰도 ‘조급함’으로 인해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교체투수 이민호가 양의지에게 우익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나성범은 포구하자마자 홈으로 레이저를 쐈다. 충분히 3루 주자와 승부할 만한 타이밍으로 공이 홈에 도착했다. 지난해 준PO 3차전 5회 오지환을 잡아냈던 그림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조급했다. 서두르던 김태군이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어진 위기에서 오재일에게 2루 땅볼로 인해 5점째를 줬다. 사실 양의지의 타구는 홈 송부조차 이루어지기 힘든 곳에 떨어졌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홈 송구도 힘든 상황. 나성범과 김태군이 펼친 플레이는 절대 평범치 않은 플레이를 펼쳤다. 그런 상황까지 만든 것에 박수를 쳐줄만 하다. 하지만 준PO 3차전의 잔상이 남아있었기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조급함’이었다.

우리가 바라던, 우리가 해오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

이미지중앙

지석훈은 올시즌 마지막 홈런이자 득점이었고 타점인 솔로포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경기 주도권이 크게 넘어간 상황. 지난해 ‘가을이야기’에선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예상보다 빠른 엔딩을 맞이했다. 하지만 공룡군단은 강해졌다. 정규시즌 때 보여준 ‘전력질주’로 위기의 ‘가을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곧바로 추격을 시작했다. 5회말 선두타자 박민우가 좌전안타로 차갑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종호는 느린 유격수 땅볼로 박민우를 진루시켰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1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나성범은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김종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6회말엔 지석훈이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추격에 불을 붙였다. 7회말엔 선두타자 김종호가 풀카운트에서 파울 4개를 때리고 11구째에 볼넷을 고르는 끈질긴 모습도 보여줬다. 공룡가족이 항상 봐왔고 바라던 장면.

투수와 야수들도 온힘을 다해 추가실점을 막았다. 이민호와 6,7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히 처리하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8회 위기에선 이태양이 급히 마운드에 올라 1사 1,2루 위기를 2루수 땅볼과 탈삼진으로 막아냈다. 9회도 이혜천과 임창민이 각각 1타자를 제압했다.

이미지중앙

나성범의 투구는 승리는 불러오지 못했지만, 팬들 얼굴에 웃음을 가져왔다.


마산구장이 갑자기 큰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PS를 앞둔 연습경기에서 종종 마운드에 올랐던 나성범이 PS마운드에 오른 것. 특급마무리가 등판한 것처럼 공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공룡가족들의 표정엔 ‘나성범이 어떤 공을 던질까?’하는 설렘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조금 전만해도 얼굴에 가득했던 아쉬움과 수심 따윈 없었다. 나성범은 로메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연세대 에이스’의 건재함을 알렸다.

9회말 2사에서 나성범이 친 공이 정수빈에게 잡히는 순간. 그와 동시에 ‘가을의 질주’는 끝났다. 이때 관중석에선 그 누구도 주도하지 않은 힘찬 박수소리와 “수고했다. 잘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들이 퍼졌다. 1년 동안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2015시즌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하지않고 ‘전력질주’를 보여준 공룡군단에 대한 진심이 담긴 인사말이었다(마지막 대기타석에 있던 테임즈는 외야응원석을 향해 헬멧을 벗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팬들의 인사에 답했다).

‘가을의 질주’의 끝은 두산이 지었지만, ‘가을축제’의 끝은 공룡가족들이 매조지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응원가 메들리를 부르고, 베스트9의 개인 응원가를 불렀다. 지금 이 순간이 올 시즌 마산구장에서 부르는 마지막 응원가였기에 모두들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두산 팬들이 자리를 뜨고, 운동장 한 켠에서 ‘엔런트’들이 시즌 마무리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팬들은 마산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마산구장이 캄캄해지고 나서야 모두들 힘겨운 발걸음을 뗐다. 그제야 ‘가을축제’가 끝났다. 공룡가족들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인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을 맞이하게 됐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