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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채은의 독이 든 사과] 마카오 정킷방의 세계
지난 회에 프로야구 삼성의 주력투수 3명이 해외 원정도박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풍선효과’라는 표현을 썼다. 기사가 나간 후 이들 3명이 다녀왔다는 마카오의 도박세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도대체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한다는 도박도시 마카오는 어떤 곳이고, 돈 많은 한국인들은 어떤 식으로 부나방처럼 마카오로 달려가는가 하는 것이다. 스포츠토토 정보제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까닭에 아무래도 그쪽 세계에 대한 얘기도 자주 접한다. 하지만 워낙 은밀한 세계인 까닭에 수년간 마카오의 카지노업계에서 일했던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먼저 최고 60억 원을 잃었다는 A선수에 대한 소문은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비밀보장이 최우선시 되는 원정도박의 세계인만큼 본인과 롤링업자(한국 고객을 마카오 카지노로 유치하는 사람)를 제외하면 정확한 손실액은 사실 알 수가 없다. 다만 마카오 현지에서 A선수는 1~2억 원씩 들고 마카오를 자주 찾았고, 한 번도 딴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박으로 탕진한 액수는 10억 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B선수는 카지노를 찾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두 선수에게 묻어간 측면이 많아 향후 사법처리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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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카지노들이 몰려 있는 마카오의 중심가의 야경.


마카오의 한국인 도박세계를 이해하려면 정킷방(Junket room)이라는 용어의 뜻을 알아야 한다. 사전적 의미는 ‘공무원들이 공금으로 유람 삼아 다니는 시찰(관비유람여행)’을 의미하지만 카지노용어로는 ‘경비 부담이 없는 갬블 여행’을 뜻한다. 보다 현실적으로 쉽게 설명하면 ‘업자가 카지노측에 보증금을 걸고 테이블 운영권을 사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금을 나누는 까닭에 이걸 백화점(카지노)과 입점업체(정킷방)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정킷방을 통해 항공과 숙박비용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일정금액 이상을 베팅에 써야 하는 까닭에 ‘정킷’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이다.

정킷 시스템은 마카오는 물론이고, 전 세계 카지노 대부분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 정킷방은 상한액이 큰 카지노도박을 하고 싶다면 롤링업자를 통하지 않고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1,000만 원 이상의 큰돈을 갖고 도박을 하는 경우, 항공 및 숙식과 환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니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는 같은 나라 사람을 통해 카지노에 찾으면 아무래도 편리하다는 측면이 있다.

중국업체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태양성은 한국의 파라다이스 카지노를 포함해 지구촌 거의 모든 카지노에 입점해 있다. 장사와 도박에 강한 중국인다운 현실이다. 마카오의 경우 현지법상 한국인(외국인)은 정킷방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인은 중국인과 동업을 하거나, 정국인 정킷업자에게 다시 임대를 받아 ‘서브정킷방’을 운영한다. 전자는 투자의 개념으로 ‘모객’이 큰 의미가 없는 반면, 후자는 직접 한국에서 손님을 데려와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주먹세계 출신 등 한국의 정킷업자는 후자를 주로 많이 택한다. 마카오의 한국인 정킷업체는 열손가락 이내로 보면 된다고 한다.

정킷사업은 초기자본금이 제법 필요하다. 테이블 하나 당 30억 원의 보증금을 카지노에 맡겨야 한다(보통 정킷업자는 10개의 테이블 정도로 한다). 종종 하우스(카지노측)가 돈을 잃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지면 테이블을 뺏기게 된다. 카지노가 확률의 게임인 까닭에 승패 자체는 하우스가 이기는 것이 법칙이다. 하지만 예컨대 하우스가 100만 원짜리 9개를 이기고도 1,000만 원짜리 하나를 지면 100만 원 손해가 나는 것이다. 하우스가 이번 달에 10억 원을 잃으면 보증금에서 그 금액이 제외된다. 그런데 손실액이 30억 원이 넘으면 테이블 운영권을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킷업자는 다양한 베팅금액의 손님을 확보하는 일(밸런스 조절)이 중요하다. 그래야 손실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킷업자는 롤링업자(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에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으나 한국인을 상대로 롤링업을 하는 사람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를 통해 도박을 좋아하는 한국인을 끊임없이 유치해야 한다. 수익은 정킷업자가 40%, 카지노가 60%를 가져간다. 세금과 운영비는 카지노가 부담하고, 정킷업자는 롤링업자에게 커미션(1~3%)을 제공한다. 이것저것 따지면 5대5로 나눠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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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꽃'으로 불리는 바카라 게임 장면.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이 내국인출입카지노인 강원랜드에서는 수천 억 원을 잃어도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뭐 도덕적 비난이야 면할 수 없겠지만). 하지만 마카오에서는 수천 만 원만 도박을 해도 실정법 위반이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킷업자는 도박 방조와 도박장 개설로 처벌된다.

그렇다면 강원랜드로 가면 되지 왜 수많은 도박꾼들이 마카오로 날아갈까? 도박을 한 사람들은 안다. 상한액의 중요성을. 강원랜드에서는 베팅상한액이 5,000만 원이다. 반면 마카오는 3억 원 이상까지 보장된다. 도박의 특성상 계속 이기거나, 지지도 않는다. 계속 하다보면 확률의 법칙에 따라 돈을 잃는 것이다. 만회를 하려면 보다 큰 액수의 베팅을 해야 하는데 강원랜드에서는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게임의 법칙에 따라 만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10억 원을 잃으면 강원랜드에서는 도저히 만회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해외원정 도박 규모는 얼마나 될까? 그 은밀한 속성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마카오에서는 최소 1,000만 원 이상을 들고 한국에서 날아오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VIP’들의 해외 원정도박은 대부분은 카지노 사업이 발달한 마카오와 필리핀에서 이뤄지고 있고, 두 국가로 원정도박을 떠나는 한국인만 연간 22만 3,200여 명이며, 그 규모는 2조원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헤럴드경제 10월 21일자> 미국이나, 베트남, 블라디보스톡, 유럽 등 다른 지역을 합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그리고 이들은 좀처럼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 삼성선수들만 해도 정킷업자를 수사하면서 우연하게 그 명단을 입수했기 때문에 적발이 가능했다. 재력가, 유명 연예인, 스포츠스타, 전문직종사자 등 해외원정도박을 즐기는 한국인은 셀 수도 없이 많은 것이다. 또 이로 인해 기업이나 가정이 파탄 난 사람도 엄청나다. 마카오 현지의 정킷업자나 롤링업자들 사이에서는 ‘누구누구가 와서 얼마를 잃었다’는 끊이질 않고 나오는 진부한 뉴스라고 한다. 돈 있고 도박 좋아하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간 것이다. 심지어 “이미 돈을 잃을 사람은 다 잃었다. 그래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박은 매춘처럼 좀처럼 근절이 쉽지 않은 사회악이다.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도박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거액을 다 날리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능사일까? 자동차와 휴대폰을 수백만 대를 팔아야 벌 수 있는 한국 사람의 돈이 거품처럼 해외에서 사라지는데 말이다.

강원랜드와 해외원정도박의 관계는 마치 스포츠토토(합법)와 불법 사설토토의 관계와 흡사하다. 전자를 묶어두면 묶어둘수록 후자는 커지게 마련이다. 마치 풍선처럼 말이다. 개인들이 과도한 도박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을 막을 수 없다면 해외 원정도박이나 불법사설 토토처럼 구조적 문제 해결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선진국들의 도박정책처럼 말이다. [컴파스·인포가이드코리아 대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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