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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오승환 도박'에 얽힌 순애보와 검경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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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은 최근 검찰수사를 받고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 기사 제목이 좀 엉뚱할 것이다. 얼마 전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오승환(33)의 해외 원정도박이 순애보와 검경 갈등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순애보는 영화나 소설의 영역(막장이 판치는 요즘 흥행매력도 떨어진다)이고, 검경 갈등은 정치나 사회 기사에 다뤄지는 까닭이다.

# 먼저 사랑이야기. 이건 오승환을 비롯해 앞서 문제가 됐던 임창용 등 프로야구 삼성선수들의 마카오 원정도박 파문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단초이다. 기본적으로 해외 도박은 태생적인 위법성(주로 외환관리법 위반, 사설 도박장 개설 등의 처벌조항)과 비밀주의로 인해 소문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 확실한 물증이 필요한 사법기관의 처벌에 걸려드는 것은 사실 아주 드물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마카오에서 한국인을 주로 상대하는 최대 정킷방(구체적인 브랜드는 경성방)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각종 범죄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연인’이 한 명(A 씨라 하자) 있었다. 남자가 한국으로 올 수 없으니, 한국에 사는 A 씨가 마카오를 수시로 들락거린 것은 당연하다. 이에 검찰은 A 씨를 출국금지시켰고 이것이 주효했다고 한다(사실 이런 수사기법이 타당한지도 좀 따져봐야 한다. 정확한 확인은 쉽지도 않고, 여기서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니 넘어가자).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고통을. 양쪽은 안달이 났고, A 씨가 먼저 설득에 나섰다. 일종의 ‘프리 바긴( plea bargain)’을 통해 이 모 씨가 입국해 수사를 받은 것이다.

# A 씨의 입은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누군가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가까운 미래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예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카오 최대 번화가에 큰 매장을 갖고 있는 화장품업계의 거물이 걸려 들었고, 삼성의 주요투수 3명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지 못하게 됐다. 이어 미국진출을 노리는 오승환 마저 원정도박 사실을 시인하고 만 것이다. 향후 어떤 유력인사(혹은 유명인)가 마카오발 태풍에 휩쓸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을 아는 당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벌 떨거나, 어떤 식으로든 검찰에 줄을 대 자신의 연루사실이 공론화되지 않도록 애를 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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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카지노들이 몰려 있는 마카오 중심가의 야경.


# 두 번째 소재인 검경 갈등은 각 언론사 사회부의 민완기자들이 심층취재에 나섰으면 좋겠다. 어쨌든 소문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 모씨의 고객리스트에 경찰 고위간부가 있었고, 검찰은 이들을 조용히 조사했다. 물론 아직 공식발표는 없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이 모씨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해 있다고 한다. 검찰이 풀어줘도, 바로 다른 혐의로 경찰이 잡아가둘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수사권을 쥔 두 축인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유명하다. ‘나꼼수’로 유명한 주진우 기자는 ‘검찰 출신의 재선의원인 주성영 전 국회의원이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 편을 들었다가 한방에 훅 날아갈 정도’라고 기사를 쓰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검찰에 한방을 먹은 경찰이 반격의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 스포츠(혹은 연예) 처지에서는 이 검경 갈등이 좀 불편하다. ‘만만한 게 스포츠, 딴따라(연예인)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생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핑퐁외교, 축구와 탁구에서 나온 남북단일팀, 통일축구와 통일농구 등 스포츠의 역할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스포츠는 문화의 한 파트이고, 정치나 경제처럼 보다 현실적인 주요테제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스포츠주도론에 대해 “어설픈 얘기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할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핑퐁외교가 나온 것이지, 핑퐁외교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남북 스포츠교류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집중됐다. 이렇게 스포츠가 보잘 것 없는 분야여서 뭐 하나 걸리면 일단 터트리는 대상이 된 것일까? 씁쓸한 기분이 든다. 아주 무기력하게 말이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편집장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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