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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판(板) 청춘FC ‘팀57’의 배성만 감독 인터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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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골프 팀57 선수들이 24일 캐슬렉스 이성대 연습그린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마추어와 세미 프로를 포함해 2, 3부 리그에 있는 남녀 선수 7명과 5명의 코칭 스태프로 구성된 골프 외인구단 ‘마음골프 팀57’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하남시 캐슬렉스 부설 연습장인 이성대를 베이스캠프로 훈련하고 있었다. 이곳은 배성만 감독이 운영하던 아레떼 골프아카데미가 운영되던 곳이다.

‘덕(德)’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레떼(arete)’는 지금은 마음골프가 됐다. 골프를 통해 인성 교육까지 추구하고, 장기적이고 올바른 골프 사제 관계를 만들고 싶은 게 배 감독의 꿈이다. 따라서 마음골프의 후원을 얻어 구성한 팀57은 배 감독과 선수들이 앞으로 만들어야 할 성장 드라마일 것이다.

힘들게 역경을 이겨내는 스포츠는 드라마를 써내기도 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해 은메달을 획득했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이른바 ‘우생순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2012년부터 3년간 운영된 고양 원더스의 성장기는 벤처 투자의 멋진 드라마였고 영화 <파울볼>로도 만들어졌다. 올해도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이란 프로를 통해 20대 청춘들이 축구에서 열정을 바치는 과정을 KBS TV에서 방영했다.

구기 종목과는 달리 철저한 개인 운동인 골프는 골프단이 있다 해도 물질적인 지원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골프 선수의 모자와 어깨, 가슴에 로고를 붙이는 홍보효과만을 기대한다. 하지만, 마음골프 팀57은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기업이 없다. 대신 실패할지 성공할지 모를 1년간의 성장 드라마만 있을 뿐이다.

아침 7시에 모여 12시간을 함께 훈련하는 이들은 다음 달부터 두 달간 전지훈련을 함께 할 것이다. 내년 시즌에도 공동 훈련을 반복할 것이다. 각자의 성공 목표가 있지만 팀워크가 있고, 이를 배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이 조율한다. 외인구단의 지옥훈련을 함께 하는 동료가 되는 것이다. 색다른 방식이기에 국내 교습시장에 던지는 시사점도 가볍지만은 않다. 배 감독에게 골프 성장 드라마 차원에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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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만 감독은 팀57에 자신의 교습 철학과 인생을 다 걸었다고 말한다.


- 선수들은 자신이 좀처럼 받을 수 없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
그런 것 같다. 날씨가 추워도 어느 누구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목표로 정한 계약기간 1년이 지나면 자신의 목표를 평가받는다. 그때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신기루처럼 모든 혜택이 사라진다는 것도 잘 안다. 필드 나가 연습하는 기회도 아예 닫혀 버린다는 것을 안다. 가끔 그런 얘기도 해준다. 그러니까 더욱 분발해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다.

- 팀57의 운영 방식은 독창적인가? 아니면 어디서 아이디어를 참고했나?
호주의 캐리웹재단에서 기본적인 개념을 차용했다. 재단에서는 재능있는 주니어를 후원한다. 그리고 선수가 세계 랭킹 50등 안에 들 경우 자신이 버는 모든 돈의 5~7%를 재단으로 환원해서 자신과 같은 후진 양성에 투자하도록 한다. 그것이 골프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면서도 좋은 선수를 끊임없이 배출해내는 선순환 자생 구조의 모델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팀57에서는 아직 자생구조라거나 사회 환원의 개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고민 중이다. 이제 창단 한 달 반이 지났을 뿐이다. 선수들이 내년 이맘때 1부 투어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다시 1년을 함께 할 것이다. 이듬해인 2017년에 바로 우승을 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2018년까지 2년을 본다. 그렇게 3년을 하면 그때의 결과에 대해 나와 코칭 스태프가 평가받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배 선수들이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고 그것이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해법이나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코칭 스태프 5명에 선수는 남자 3명 여자 4명으로 총 7명인 이유가 있나?
원래는 한국 골프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남자이니 남자 선수만으로 구성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남자 선수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에는 너무 열악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여자 골프는 성장성이 빠르고 바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남녀 동수 체제로 결정되었다. 면접을 보고는 8명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한 선수가 기업체와 후원 계약이 되면서 빠져나갔다.

- 팀57의 훈련 환경과 여건이라면 선수 부모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시스템으로 좋은 선수를 잘 길러낸다면 아마 내년이면 기업들이 우리에게 선수 계약하자고 달려들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선수를 속박하지 않고 기량을 키우는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골프 교습 시장에서의 올바른 사제관계도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 싶다.

- 돈에서 자유로운 것이 사제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나?
현재 골프 시장에서 사제관계는 애증의 관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부모는 쉽게 코치를 바꾼다. 반대로 인기 있는 코치는 제자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수입이 생기지만, 제자 개인에게 일일이 신경 써서 살피기는 힘들다. 하지만 교습 시장이 돈이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면, 골프도 좋은 사제 관계 형성이 되고 장기적인 멘토십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시스템을 시도하는 게 팀57이다. 학생을 위해서도 코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우연하게도 코치진 5명과 선수7명이 합쳐서 팀57이란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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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57의 코치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정태영 코치, 김성환 코치, 김대환, 박영규, 유재영, 이채은, 김신혜, 한진선, 송현태 코치, 박민재 코치.


- 1년 동안 목표를 잡아 달성하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게 마치 게임같다. 고양 원더스 야구단 역시 3년동안 벤처 정신으로 투자한 결과 좋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프로야구단에 잘 입성시켰다. 김성근 감독부터 프로 무대에 멋지게 복귀하지 않았나?

아마 그건 ‘한게임’ 창업자인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님이 벤처에서 여러 성공 사례를 만들고 지켜봐 오신 것들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문 대표님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마음골프와 시뮬레이션 골프 티업 비전 사업을 통해 골프 시장의 흐름도 꿰뚫고 있다. 그래서 교습 시장에 꼭 절실한 일이 인재를 인큐베이팅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 마음골프 팀57이 시뮬레이션 게임업체인 마음골프 티업(Tee up)에 활용되지는 않나?
문 대표님은 그것과는 전혀 별개라고 여긴다. 오히려 연관되는 것을 꺼린다. 팀57은 선수들의 연습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선수들은 운동에만 열중할 수 있고, 코치들은 잘 가르치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물론 그 결과는 1년 뒤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 팀57이 만드는 스토리는 일반 골퍼에게도 관심사일 것 같다. 언제쯤 결실을 볼 것 같나?
이 선수들이 1부 투어에서 성공하는 데까지 3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년 목표를 성취하고 그때마다 하나씩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의미 있다. 비록 목표 달성에 실패할 선수가 나오더라도, 원 없이 연습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올인하는 자세다. 나 역시 골프 교습으로는 팀57에 올인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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