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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나폴리와 산타나의 눈 야구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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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나폴리


타율을 높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 바로 초구 타격이다. 이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자 하는 투수들의 심리를 정확히 관통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초구 스트라이크 확률은 60.9%. 스트라이크를 공략해야 안타 확률이 높아지는 타자에게 초구만큼 좋은 먹잇감은 없다. 실제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들의 초구 평균 타율은 .340으로, 시즌 평균 타율 .254보다 8푼 6리나 높았다.

하지만 초구 타격의 달콤한 유혹은 실패할 경우 그 대가도 상당하다. 팀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격 시간이 짧아지면, 투수와 야수들의 휴식 시간도 함께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수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상대적으로 수비 시간을 짧게 가진 상대 타자들은 보다 집중력을 갖고 타석에 설 수 있다. 무엇보다 상대 투수의 투구수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보통의 투수들은 적극적인 성향의 타자보다 좀처럼 방망이를 내지 않는 타자들과 상대하는 것을 꺼려한다. 상대의 패를 읽어야 전략을 세우는데 용이하나, 스윙을 아끼는 타자들은 좀처럼 자신의 발톱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구력이 정교한 투수들은 초구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타자들의 성향을 역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볼 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는 타자에게는 일정 개수 이상의 투구수 소모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공 네 개를 던지고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초구에 단타를 맞는 것이 투수로선 당연히 이득이다.

타자에게 선구안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좋은 공을 치기 위해서. 그리고 나쁜 공을 골라내기 위해서. 이는 투수와 달리 기본적으로 볼 카운트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는 타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이자, 투수들을 괴롭히기 위한 최고의 무기가 된다. 정공법만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각 팀 마다 볼 카운트 싸움에 능한 타자가 꼭 필요한 이유다.

지난 5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는 마이크 나폴리(34)와 1년간 700만 달러의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브랜틀리, 제이슨 킵니스 등 주축 타자들이 좌타자로 구성된 팀 사정을 감안하면, 나폴리의 영입은 우타 거포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노림수는 비단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곳도 겨냥하고 있다. 바로 카를로스 산타나(29)와의 시너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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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산타나 (사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트위터)


나폴리와 산타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눈 야구’ 타자들이다.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볼 카운트를 길게 가져가며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유형들이다. 지난 5년간 두 타자의 타석 당 투구수 순위는 다음과 같다.

2011-2015년 타석 당 투구 순위 (기준 타석)
2011: 나폴리 4.37개(3위) / 산타나 4.31개(6위) (400타석)
2012: 나폴리 4.43개(3위) / 산타나 4.27개(7위) (400타석)
2013: 나폴리 4.59개(1위) / 산타나 4.30개(2위) (규정타석)
2014: 나폴리 4.47개(1위) / 산타나 4.30개(5위) (500타석)
2015: 나폴리 4.35개(3위) / 산타나 4.30개(5위) (450타석)

나폴리는 매년 3위 이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산타나 역시 아메리칸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3위-4위-2위-3위-2위가 된다. 같은 기간 두 선수의 도합 타석 당 투구수는 약 8.7개로, 한 경기 네 타석을 기준으로 삼으면 35개에 가까운 투구수가 기록되는 셈이다.

나폴리의 영입으로 클리블랜드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투구수를 유도하는 타자 두 명을 보유하게 됐다. 2011년 이후 타석 당 투구수에서 리그 TOP 5 타자를 두 명 보유한 경우는 추신수와 보토가 함께 했던 2013년의 신시내티가 유일했다. 분명 흔치 않은 경우다.

공을 오래 보는 타자들의 강점은 많은 볼넷수와 높은 출루율에 있다. 나폴리는 최근 5년간 전체 타석의 13.2%에서 볼넷을 골라냈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평균 7.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산타나는 리그 최고의 볼넷 머신 중 한 명이다. 풀타임 첫 시즌인 2011년을 시작으로 5년 연속 90볼넷 이상을 골라내고 있다. 2014년의 113볼넷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기록이었다.

두 선수 모두 타율은 높지 않다. 볼 카운트 싸움을 즐기는 탓에 삼진도 많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많은 볼넷을 통해 통산 타율 대비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약점을 상쇄시키고 있다. 물론 20홈런이 가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그들의 공통점이자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통산 성적
나폴리 : 타율 .253 / 출루율 .355
산타나 : 타율 .245 / 출루율 .365

눈 야구를 펼치는 타자들은 평소에는 존재감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스포트라이트는 결승타를 때려낸 선수나 결정적인 홈런을 기록한 선수를 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스 투수와 상대하는 경기 혹은 강한 투수들이 압축해서 등장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은 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림은 물론 팽팽한 흐름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은 안타나 홈런이 아닌 볼넷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는 클루버-카라스코-살라자르의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원투스리펀치가 주목받는 팀이다. 타석에서도 브랜틀리와 지난해 비약적인 발전을 한 킵니스가 중심에 서있다. 이들의 활약에 따라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운명도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나폴리와 산타나의 눈 야구 듀오도 클리블랜드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흔히들 얘기하는 원투펀치, 키스톤 콤비 그리고 클린업 트리오와 같은 화려함은 부족할지 모른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에게 조용한 한 방을 안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클리블랜드에게 가져다 줄 시너지효과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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