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자인 로리 매킬로이가 1920년대 클럽으로 샷을 해도 230야드를 넘기지 못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300야드를 우습게 날리는 장타자도 옛날 클럽으로는 비거리 230야드를 넘기기 어렵다. 지난주 노던트러스트오픈 기간에 투어 프로를 대상으로 진행된 재미난 실험 결과다.
LA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위치한 리비에라CC의 10번 홀은 전장 315야드로 세팅된 파4 홀이었다. 요즘처럼 300야드를 거침없이 날리는 PGA투어 선수들에게는 ‘드라이버블(Drivable) 파4’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드라이버를 잡고서 원온을 시도할 만한 홀이라는 의미다. 물론 사선으로 길쭉하게 생긴 그린 주변에는 엄청나게 깊은 벙커 3개가 도사리고 있어서 드라이버를 들고 원온에 도전하는 선수는 드물다.
1927년에 개장해 90주년을 맞은 이 골프장은 LA오픈 등을 지속 개최한 PGA투어의 유명한 토너먼트 전당이다. 벤 호건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회복하면서 우승의 전설을 만든 ‘호건의 오솔길(Hogan's Alley)’이란 별칭이 붙은 코스이기도 하다. 그 당시만 해도 10번 홀을 드라이버 샷으로 원온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PGA투어는 지난주 화요일 연습 라운드를 이용해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골프장이 개장하던 1920년대의 클럽과 1950년, 1990년대의 드라이버 클럽들을 준비해 세계 톱 프로들에게 시타해보도록 한 것이다. 히코리나무 재질의 샤프트 클럽, 감나무인 퍼시몬으로 헤드를 만들거나 초창기의 메탈 소재의 클럽 8자루를 준비해 마음대로 쳐보도록 했다.
지난주 노던트러스트오픈에 선보인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클럽들.
샷을 할 때 단서를 하나 더 붙였다. 오래된 엔티크 클럽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요즘 선수들이 쓰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대신에 컴프레션이 아주 낮은 소프트볼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자 톱프로들이 흥미를 가지고 이 실험에 참여했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선수는 세계랭킹 3위에 PGA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3위(306.6야드)의 호쾌한 샷을 날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였다. 트랙맨으로 매킬로이의 샷을 측정했더니 20년대 히코리 클럽으로 쳤을 때 226.1야드가 측정됐다. 50년대 퍼시몬으로 쳤더니 269.9야드가 나왔고, 90년대 초반에 나온 오리지널 캘러웨이 빅버사를 들고 샷을 했더니 270.6야드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목요일에 대회가 시작됐을 때 매킬로이는 이 홀에서 나이키 베이퍼 3번 우드를 들고 그린을 공략했다. 드라이버를 잡았다가는 그린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습 라운드에서 20년대 히코리클럽으로 가장 볼을 멀리 날린 선수는 재미교포 존허로 230야드였다. 존허는 PGA투어에서는 드라이버 286.1야드로 145위인 선수다.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 300.9야드로 33위인 그렉 오웬은 50년대 맥그리거 퍼시몬 헤드 클럽으로 고작 233.5야드를 날렸다.
캐나다의 데이비드 헌은 테일러메이드의 초기 오리지널 버너를 만지작거리더니 “지금 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이렇게 작은 헤드의 드라이버는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볼이 헤드보다 작은 데 이걸로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레티프 구센은 꽤 멋진 샷을 날렸다. 그는 어렸을 적 그의 첫 번째 드라이버 모델이 나무로 된 토니 페나모델이었다. “오늘 한 샷 중에 최고의 스윙을 했다”고 농담을 했다.
올해 PGA투어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89.9야드다. 결국 선수들은 지난 90년의 세월동안 약 70야드의 비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PGA투어는 재미난 실험을 2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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