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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황인춘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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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황인춘.[사진=KPGA]


KPGA 코리안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경기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최종일 결승전이 열린 지난 12일 88CC 18번홀. 4홀 차로 앞서가다 14~17번홀을 내리 내줘 올 스퀘어를 허용한 황인춘은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친 뒤 볼을 퍼터로 들어 올렸다. 그리곤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상대인 후배 이상엽에게 파 퍼트를 하라고 손짓했다.

이 장면은 TV 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중계를 본 일부 골프 팬들 사이에선 “황인춘이 매너가 없는 것 아니냐?” “황인춘이 매치플레이 룰을 너무 모른다” “스트로크 플레이와 매치플레이의 룰을 혼동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매치플레이에서 컨시드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볼을 집어 올리는 것은 그 홀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황인춘은 볼을 집어 올린 후 모자를 벗고 악수를 건네며 후배의 우승을 축하해 줬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 경력 10년이 넘는 황인춘이 그 걸 모를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승 분위기에서 역전패를 당해 경황이 없을 수도 있었다.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부를 상황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황인춘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리고 방송 중계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황인춘은 볼을 들어 올린 뒤 이상엽에게 “이미 컨시드를 줬다. 정규투어 첫 우승이니 우승 퍼트를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생 기억에 남을 첫 우승 세리머니를 하라는 선배의 배려가 엉뚱한 오해를 부른 것이다.

황인춘은 골프계에서 매너와 인성이 좋은 선수로 통한다. 후배들을 잘 챙기고 공과 사를 잘 구분한다. 대신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다. 스폰서에 대해서도 깎듯하다.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리는 19일에는 대회장인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을 찾아 팬 사인회도 갖는다. 의류를 지원해 주고 있는 골프웨어 휴스토니의 팬 사인회가 갤러리 플라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황인춘은 평생 상처로 남을 역전패를 당해 마음이 심난했지만 후원사의 요청에 기꺼이 참석하겠다고 했다.

황인춘은 늦깎이 골퍼다. 골퍼로서는 늦은 나이인 28세 때인 지난 2002년 프로무대에 입문했고 통산 4승을 거뒀다. 2010년엔 동계훈련 도중 아킬레스 건 부상을 당해 슬럼프를 겪다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2년 3개월 만에 우승했다. 그게 네 번째 우승이었다. 그리고 이번 먼싱웨어 매치플레이는 무려 5년 9개월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였다. 그 만큼 절실하게 우승을 원했다. 하지만 골프의 신(神)은 그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과거 강욱순은 40대 후반의 나이 때 우승 경쟁을 하다 패한 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지면 우승이 없던 후배의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모질게 이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고. 황인춘은 결승전 도중 패색이 짙던 이상엽이 15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2홀차로 따라오자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박수를 보냈다. 그 장면 역시 TV를 통해 중계됐다. 모든 승부엔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계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승부의 얼굴도 있다. 부디 이번 패배로 황인춘의 골프인생에 그늘이 지지 않기를 바란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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