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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특집] 김해림 “담 걸렸는데 오히려 더 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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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림이 18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안될 것 같아 염려하다보면 꼭 일이 망가지는 상황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세상사는 공평한 것. 머피와는 반대로 뭘 해도 의외로 잘 되는 상황을 ‘샐리의 법칙’이라고 한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달걀을 먹었다고 ‘달걀골퍼’라는 별명을 가진 김해림(27 롯데)이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첫날 목에 담이 걸린 상태에서 선두권 스코어를 냈다.

김해림은 1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클럽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 6053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첫날 3언더파 69타 선두로 뛰어올랐다. 전반에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인 뒤 후반에 파3 17번 홀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했다.

아침 7시에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해림은 지난 5월초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한 뒤로 몇 개의 대회에서 부진했다. 오랜만에 얻은 우승이라 그 감격이 오래간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다섯 살 어린 장수연이 올해 첫 우승을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2승을 했는데, 질투 비슷한 조급한 마음도 생겼다. “요즘 욕심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았다. 지난주부터 플레이하면서 화를 내게 되더라. 자신에게 화를 내다보니 컨디션이 더 악화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을 놓고 치니까 결과가 더 좋았다.”

전체적인 샷 감이 좋았다. 퍼팅감은 안 좋았는데 의외로 퍼팅은 쏙쏙 잘 들어갔다. 김해림은 코스 세팅이 어렵기로 소문난 이 대회에서는 지난 두 해에 출전한 결과 매번 오버파 스코어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해는 이 코스에서 첫날 77타를 시작으로 72, 77, 76타를 치고 26위를 했다. 언더파는 처음이지 싶다. “지난해보다 페어웨이 러프는 짧고 그린 주변 러프는 더 길어진 것 같다. 오늘은 그린이 부드러워서 어렵지 않았다.”

샐리의 법칙이 작용한 다른 이유도 있다. 김해림은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이번 대회는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욕이 과했는지 대회 전날에 목에 담이 왔다. 약을 먹었지만 목이 잘 안돌아가서 스윙도 되다 말았다. “스윙이 작아지다보니 뒤땅도 나왔다. 플레이를 마지막 홀까지 한 게 자랑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스코어는 잘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교훈이 있다. 전날까지 잘하려는 의욕 때문에 담이 생겼지만 실제 이날 스윙은 세게 치지 않고 맞춰 쳤다. “못칠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친 게 더 잘 친 것 같다.”

라운드를 마친 그의 말에 역설이 있다. 여기서 마음을 더 놓으면 위험하다. 다만 내일은 목이 좀더 나아져서 스윙이 조금 더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날 오후에 소속사인 롯데의 전문 피지컬 트레이너를 찾아 목 상태를 점검할 생각이다. 2라운드의 전략도 짰다. 목은 낫되 욕심은 버릴 것. 그리고 담담하게 칠 것.

김해림은 달걀골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골퍼 중에 유일하게 1억원 이상 기부자 협회인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이기도 하다. 우승을 하지 않을 때도 평소에 꾸준히 기부를 해온 덕분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항상 남을 돕자. 그러면 내게도 좋은 일이 온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기부의 철학을 골프에도 적용하면 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굳이 머피나 샐리의 법칙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청라= 헤럴드스포츠 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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