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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특집] 박지은 “SBS해설위원으로 불러주세요”
16일 제30회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이 시작된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의 미디어센터. 반가운 얼굴이 이리저리 인사하며 바쁘게 다녔다. 주인공은 미국 아마추어에서 통산 55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고, 프로에서는 아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등과 함께 최고의 골퍼로 활약했던 박지은(37) 프로. 2012년 은퇴 후 결혼과 출산으로 주부생활에 바빴고, 그 사이 몇 차례 객원해설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았지만 ‘공식적으로’ 풀타임 해설위원이 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마침 국내 최고의 여자골프대회를 맞아 소속사인 SBS가 30시간 마라톤중계를 실시, 박지은도 각오를 다지고 나선 것이다.

“절 좀 아시잖아요. 좀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방송이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방송해설은 즐곧 고사했어요. 그런데 육아와 골프 두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설위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직업을 주부 겸 해설위원으로 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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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의 골프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박지은 프로가 16일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채승훈 기자]


16개월 딸을 둔 아줌마지만 여전히 아가씨처럼 발랄하다. 시대를 풍미했던 장타자답게 입담도 시원시원하다. 어차피 골프는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신의 삶이고, 욕심이 많은 까닭에 아이도 웬만해서는 직접 키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골프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아이에게도 충실할 수 있는 직업이 해설위원이었다는 것이다.

빼어난 기량에, 미국 <골프닷컴>이 ‘가장 섹시한 여성골퍼 8인’에 선정할 정도로 수려한 외모로 인기가 높았던 박지은은 말솜씨까지 좋으니 해설위원으로 딱이다. 실제 시청자들의 평가도 좋다. ‘해설위원 박지은’에 대한 자평을 부탁했더니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부터 나왔다.

“물론 보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코스까지 꼼꼼히 파악해야 하고, 이걸 그때그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니 솔직히 많이 부담됩니다. 순발력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맞다. 박지은은 겉으로는 더없이 시원시원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다. 스스로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니,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하려 든다. 골프도 그렇게 독하게 하다 보니 허리부상으로 일찍 접고 말은 것이다.

진도를 조금 더 뺐다. 골프에 대한 자신의 꿈을 해설위원으로 만족할 박지은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설위원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

“글쎄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요. 일단 둘째 아이를 가지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해설위원에 만족합니다. 코스에 나와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즐겁고, 그러면서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거든요. 그 다음요? 확실한 것은 사업은 아니에요(박지은은 유명한 사업가 집안의 딸이다). 남동생은 사업가로 자질이 좋지만 저는 워낙 퍼주는 걸 좋아해서 부모님이 반대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석사까지 마쳤기에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고, 레슨을 할 수도 있고, 행정가도 가능하죠. 하지만 당장은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고, 그 다음은 천천히 결정할 겁니다. 그래도 늦지 않을 거예요.”

사업은 NO, 학업과 골프 등은 YES. 하지만 최종선택은 아직. 완벽주의자다운 생각이다. 그리고 이쯤이면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그녀의 골프처럼 말이다. 골프는 부상이라는 암초가 있지만 인생은 그런 게 없으니 더욱 잘 될 것 같다.

박지은은 해설을 하면서 두 가지 즐거운 일이 생겼다고 한다. 16개월 된 딸이 TV에 나오는 엄마를 보고 그렇게 반가워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동영상을 찍어놨는데 그걸 보고 울컥했다고. 이쯤이면 딸바보다. 두 번째는 얼굴만 보고는 누구인지 몰랐던 현역 후배들이 이제는 알아본다는 것. ‘저 분이 그 박지은이구나’라고.

박지은 해설위원은 오는 8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도 해설위원으로 참가한다. 영어에 능통하고,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박세리 프로가 감독을 맡고, 한국대표선수들도 잘 아는 까닭에 현지로 날아가 생생한 중계를 할 예정이다.

“아시죠? 올림픽 골프도 SBS로 보실 거죠? 골프중계는 SBS입니다.”

1996년 미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던 박지은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도 시원시원했고, 인터뷰가 즐거웠다. 20년이 지났지만 박지은은 여전했다. [청라(인천)=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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