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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특집] 국가대표 코치 박현순, 박소영의 팀스피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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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한국여자오픈 첫날 선수들과 똑같은 복장의 여자 국가대표 코치진(좌 박현순, 우 박소영)이 클럽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이 열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장 첫날, 빨간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똑같이 차려 입은 여성 두 명이 갤러리로 따르고 있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고 2015년부터 결성된 여자 국가대표 코치 박현순, 박소영이었다. 박현순은 2013년부터 맡았지만, 박소영은 국가상비군 코치를 지내다 김순희 코치와 교체되면서 합류했다. 1991년 프로 데뷔한 박현순은 국가대표를 지내지 않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통산 6승을 올렸다. 박소영은 국가대표와 국가상비군을 지냈고, KLPGA 통산 3승을 차지했다. 이들이 이끈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퀀시리키트컵과 월드주니어걸스챔피언십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 우승의 성적을 올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빨간색 상의에 검은색 복장은 두 코치 뿐만 아니라 필드를 누비는 선수와 똑같았다. 어린 아마추어 선수가 긴 거리 퍼트를 넣으면 박수를 치고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응원하는 모습은 마치 부모를 연상시켰다. 선수와 코치가 유니폼을 입고 하나의 팀워크로 움직이는 일종의 팀스피리트 훈련을 연상시켰다. 그들은 왜 똑같은 옷을 입고 선수를 따라다닌 것일까?

한국여자오픈에는 국가대표 8명(박교린, 박민지, 박현경, 유해란, 윤민경, 이가영, 임희정, 최혜진)이 모두 출전한다. 아침 7시10분조로 티오프하는 최혜진부터 오후 1시10분조 권서연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둘째날 9시 현재 최혜진이 1언더파로 공동 7위, 유해란이 2오버로 31위, 박민지, 임희정이 3오버로 42위에 올라 있었다.

두 코치가 응원차 나왔다. 선수들은 정규 복장을 입어야 하지만 코치들은 복장이 자유로워도 된다. 두 코치를 첫날 오후에 만나 국가대표를 보살피는 입장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왜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지도.

KLPGA투어마다 나오는 이유는?
박현순- 시합에 대표선수들이 나오면 의례 따라다닌다. 프로들은 팬클럽도 있고 스폰서 관계자도 있고 부모도 적극적으로 따라다니지만 아마추어는 프로 선수보다 팬이 없다. 우리라도 따라다녀야지.

코치까지 옷을 똑같이 입을 이유가 있나?
박현순- 외국에서는 우리 둘이 서 있으면 누가 누구인지 못 알아본다. 선수들이 코스에서 잘 못하는 것 같으면 코치를 대신 투입시키려고(웃음). 농담이다. 실은 코치는 다르게 입어도 된다. 하지만 같은 옷을 입고 따라다니는 이유가 있다. ‘한 몸 한 뜻’이라는 걸 보이기 위해서다. 골프는 개인 경기지만 항상 우리가 곁에 있다는 마음을 심어준다.
박소영- 따로 입을까 했는데 같은 옷을 입고 따르다보면 선수와 동화되어 공감하고 희열을 느낄 때도 많다. 그리고 현장에서 선수들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더 쉽다. 그래야 그날 플레이를 한 선수와 좀더 깊이있게 게임을 리뷰하고 공략 노하우를 얘기할 수 있다.

어떤 얘기를 주로 나누나?
박현순- 어린 선수들은 샷을 치는 다양한 방법과 상황별 대처가 서투르다. 똑같은 샷도 날씨와 바람 조건 등 외부 환경에 따라 클럽 선택과 샷을 조절해야 한다. 바람 부는 날 티를 낮게 쳐서 바람의 저항을 줄이는 것 등을 모르는 선수까지도 있다. 그건 많이 해보지 않아 두려운 것이다. 평소에 연습을 안했기 때문에 시도조차 안 한다. 우리는 다양한 실전 경험이 있으니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박소영- 요즘 선수들은 한두 번 해서 안 되면 그냥 안한다. 그래서 코스에서 해보라고 한다. 그렇게 깨우쳐가는 것이다. 코스를 돌고나서 어땠는지를 설명하고 우리는 듣는다. 선수들에게는 골프일기를 쓰라고 한다. 그래서 상담하거나 얘기할 때 그게 도움이 된다. 물론 선수들마다 개인 코치들이 따로 있지만 그들이 선수를 다 따라다니는 건 아니다.

8명이나 되는 국가대표가 모두 출전하면 어떤 선수를 따라다니나?
박현순- 우리 두 명이 오전반, 오후반 나눠 따라 다닌다. 코스에서는 부모님과도 얘기한다. 선수들이 실수하는 것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의견을 나눈다.

그중에는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들의 편차가 있지 않나?
박소영-
물론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팀워크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너희는 하나하나 모여서 대표팀이 되었다. 한두 명이 잘하기보다는 대표팀이 잘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 몸이다. 그렇게 강조한다. 그중에는 에이스로 잘해야 하는 아이도 있다.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다들 크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위 프로잡는 아마추어도 있었는데 요즘은 특출난 선수가 있나? 최혜진 선수가 주목받는 것 같던데?
박현순- 혜진이는 월드랭킹 16위에 올라 있다. 물론 잘한다. 하지만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프로잡는 아마’는 이미 옛 말이다. 선수층이 얇을 때 가능한 얘기다. 지금은 그 잘하던 아마추어들이 다 프로가 되어 활약하고 있다. 지금 활동하는 프로도 아마추어 시절 상비군과 대표의 과정을 겪은 선수가 많다. 대표 시절에 각종 해외대회에 많이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프로가 되어서 국내와 해외 무대에서도 잘 하는 것이다.

코치는 선수와 부모 사이에 어떤 역할을 주로 하나?
박소영- 인성 교육이 중시된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한다.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아빠가 캐디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아이가 붕 떠있는 경우가 많다. 클럽조차도 선수가 결정을 못한다. 우리는 부모의 역할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간섭이 많은 부모들도 요즘은 우리를 많이 들어주고 따르는 편이다. 문제가 생기면 단톡(단체 카톡)방에 얘기를 한다. 우리 코치진이 선수 입장도 되고 보호자 입장도 되어 봤으니 그렇다.

선수의 부모들이 아마추어와 프로에서 승수도 많고 경험이 깊은 코치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박현순-
세대교체가 된 것이다. 대한골프협회 입장은 간단하다. 너희가 경험을 충분히 쌓아서 더 좋은 선수가 되라는 거다. 강형모 부회장도 선수들이 해외 시합에서 경험을 더 쌓고 익힐수 있도록 하고 그런 기회를 찾으려 노력한다. 현재 회장단을 비롯해 다들 선수 출신이고 국가대표 경험이 있으니 그게 가능하다. 나 혼자 국가대표를 지내지 않아 소외받았다(웃음).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9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대표나 상비군 출신이 모두 우승했다. 아마추어 우승도 4번(정일미, 김미현, 장정, 송보배)이나 된다.
박소영-
내셔널타이틀이라 해가 지나면서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 국가대표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초창기 대회 때의 실력보다 지금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이 더 낫다. 당시에는 프로 선수층이 얇았다.

선수들에게 대회 때 특별히 강조하는 말이 있는가?
박현순-
국가대표라는 점을 강조한다. ‘해도 된다’가 아니라 ‘잘해야만 한다’이다. 성적을 ‘내도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많이 심어주는 편이다. 해외 대회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수많은 나라 선수들 사이에서 구호를 외친다. 외국 선수들은 좀 신기하게 여긴다. 골프는 개인운동이기 때문에 단체 구호가 좀 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점을 더 강조한다. 그래서 항상 ‘코리아 코리아 화이팅’ 이렇게 외치고 시합을 나간다. [인천(청라)=헤럴드스포츠 남화영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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