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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선수 출신 골프 교습가 김원식의 피칭 스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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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타임 골프아카데미 수석코치 김원식 프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야구와 골프의 원리는 같은 것이거든요.” 프로야구선수 출신 김원식 프로(52)는 28세에 골프를 처음 접하고 1년 반만에 세미프로 자격증을 딴 뒤에 레슨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로 골프 교습가 생활 23년째. 최고의 야구선수를 꿈꾸던 그는 우여곡절을 겪고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어쩌면 쉬운 길이지만 참 오래 돌아왔다.

젊은 시절 인생 1막은 야구로 점철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충암고-동국대를 다니면서 에이스로 뛰었다. 당시 프로야구가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야구를 하게 된 계기는 ‘전교에서 그가 제일 빨랐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프로에 데뷔할 때 고등학교 때 은사이던 김성근 한화감독이 OB감독이었다. 고교시절 청소년대표를 하고 192cm의 큰 키로 1루수에 3~5번 타자를 오가는 공수의 핵심이었으니 88년에 당당하게 1차 지명으로 OB베어즈(현 두산)에 입단했다.

프로에 들어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허벅지에 부상을 입고 2군으로 내려갔다. 몇 달 뒤 회복되었는가 싶게 7월의 여름 캠프에서 훈련 도중 다이빙캐치를 하다 오른쪽 손가락 관절이 몸에 눌리며 검지와 중지가 완전히 으깨지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후 팀에서 방출되어 대학 시절 은사이던 김인식 감독이 있던 쌍방울로 이적했다. 손가락에 힘을 줄 수 없으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거기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92년에 야구복을 벗는다.

28세에 시작한 골프
그의 인생 2막은 골프였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뭘 할까 고민하다 큰 형의 권유로 시작한 게 골프였다. 시작하자마자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실력이 눈부시게 빨리 늘었다. 처음에는 똑딱볼부터 시작했으나 ‘야구할 때처럼 쳐보라’는 말을 듣고 힘껏 휘두르자 공이 끝없이 날아갔다. 초보자가 비거리 270m 치는 건 예사였다. 4개월만에 싱글 스코어를 냈다. 날아오는 공을 치는 대신 서 있는 공을 치는 건 너무나 쉬웠다. 골프 시작한 지 2년이 안되어 세미프로를 따고는 역삼동에 있던 이기화 아카데미에서 레슨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돈을 벌어야 했지만 골프 교습가로 인생을 정한 이상 골프 스윙 이론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자신이 너무나 쉽게 배운 골프를 남들에게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속만 태울 뿐 방법이 없었다. 국내에는 스윙을 쉽게 잘 가르치는 이론이나 스승을 찾기 힘들었다. 프로 자격증을 따고는 ‘나처럼 치라’는 시범만으로 교습가 행세를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는 좀 달랐다.

결국 2000년에 전세돈을 빼고 유학 비자를 받아 한 살 짜리 아들까지 데리고 온 가족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영어도 쉽지 않던 시절 최경주처럼 후퇴없는 탱크 정신을 가지고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는 전문적인 골프 교습기관으로 PGCC가 있어 거기서 골프 연수를 2년간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곳은 그가 원하던 스윙 이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올 무렵 마침 부치 하먼 아카데미에 3일동안 연수를 받을 기회가 생겼다. 당시 부치 하먼은 타이거 우즈의 스승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5명이 함께 받는 3일 레슨 코스에 600만원이었지만 그는 빈 자리가 나기 무섭게 수업료를 결재했다. 부치 하먼을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털어놨다. “한국의 교습가인데 레슨을 받기보다는 당신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고싶어서 왔다.” 그랬더니 하먼은 선선히 참관하라고 허락했다.

부치에게 받은 느낌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편하게 대하며 이론보다는 감을 위주로 가르친다’는 깨우침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안산골프클럽 연습장 헤드프로로 일했다. 하지만 정확한 스윙 교습의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2년 뒤에 지인이 ‘행크 해니를 소개시켜 주마’고 했다. 2005년 당시 타이거 우즈의 스승이던 행크 해니를 만나러 다시 미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바빠진 해니는 만나지 못하고, 대신 수석 코치인 짐 큐직을 만나서 해니의 이론을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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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출신 김원식 프로의 꿈은 국내 최고의 골프 교습가다.


골프 스윙의 원리
하지만 거기서도 손에 잡히는 뭔가를 얻지 못했다. 골프 교습을 하고는 있지만 항상 불변의 큰 원칙을 찾고자 하는 지적 방황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지인의 소개로 호주에 유명한 아카데미를 찾았다. 밴린치아카데미였는데 최경주의 코치이던 스티브 밴과 데일 린치가 함께 세운 골프 아카데미였다. 거기서 열흘 여를 지내면서 스윙을 가르치는 큰 깨우침을 얻었다. 스윙의 원인 단계부터 순서대로 가르치는 것이 그들의 노하우였다. 셋업-피봇-플레인(궤도)과 포지션-다이내믹(리듬 템포 타이밍)의 네 단계가 스윙의 4원리였다.

“골프 스윙은 셋업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양 발로 서고 그립을 잡는 대로 스윙의 결과가 나온다. 그 단계가 끝난 다음은 스윙이 원운동인 만큼 중심점이 편하게 만들어지는 궤도가 나오도록 만드는 게 피봇이다. 스윙 궤도와 클럽의 위치는 피봇이 완성된 다음에 바로잡는다. 이 과정이 바로잡혀야 리듬, 템포나 타이밍을 적용할 수 있다.”

23년 동안 이상적인 교습 원리를 찾아 역정을 거치면서 그가 깨달은 스윙은 먼 데 있지 않았다. 어릴 때 익힌 야구의 피칭 동작과 똑같았다. “야구 선수들이 골프를 쉽게 배우는 건 단지 그들이 운동신경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큰 근육을 써서 와인드업하고 발을 들어 체중 이동하며 마지막에 공을 뿌리는 게 골프의 스윙과 똑같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스윙 탑에 올라가는 동작이 바로 백스윙의 탑이다.”

그는 양재역 인근 스포타임에서 수석 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를 보면 멀리서도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사람보다 두뼘 이상 큰 키로 성큼성큼 천천히 걷는다. 젊은 시절 야구선수로 보내고 최고의 스윙 원리를 찾아 미국과 호주를 오가느라 돈은 벌지도 못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골프 스윙도 피칭처럼 순서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인생 3막은 야구와 골프가 결합된다. 피칭 스윙 이론으로 골프를 가르치는 것이다. 어찌보면 진정성을 가지고 최고의 스윙이론을 가르치고 싶었던 게 그의 23년간의 행로의 가장 큰 이유다. 자신이 쉽게 배운 골프를 쉽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에게 골프 스윙을 물어보면 언제든 반갑게 답할 것이다. 배움이 고팠기 때문에 가르침을 즐긴다. 이제 그의 꿈은 한국 최고의 골프 교습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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