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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전 현장을 강타한 키워드 셋 ‘준비, 레드, 부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상암)=김유미 기자] 아쉽지만 많은 것을 얻은 첫 경기였다.

한국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2로 이기며 승점 3점을 확보했다. 한국은 내리 3골을 몰아쳤지만 후반에 나온 두 번의 실점은 아쉬움과 해결과제로 남았다.

이번 경기는 평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다. 5만 중국 축구팬이 운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대한축구협회는 일찌감치 홍보에 열을 올렸다. 보통은 2~3만 명 정도가 A매치를 관람하지만, 이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5만 1,238명의 관중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붉은 점들과 함성이 장관을 이뤘고, 대표 팀은 관중들에게 승리를 선사하면서 늦여름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한중전. 이 경기를 강타한 세 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준비, 레드, 그리고 부활이다.

■ READY : 준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국은 중국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비록 소집 기간은 3일 남짓으로 24일을 합숙하며 대비했다는 중국보다는 짧았지만 경기 내외로 많은 준비를 했다.

평소 2주 전 티켓 판매가 시작됐던 것과 다르게, 한중전을 앞두고는 거의 1개월 앞선 8월 4일부터 입장권 판매가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여러 가지 할인 조건을 내세우며 관중을 모았다. 할인 코드를 통해 응원석에 한해 50% 할인을 진행했다. 또 K리그 입장권을 소지한 팬들에게는 40% 할인된 가격에 티켓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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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픈트레이닝데이 이벤트가 펼쳐졌다.[사진=김유미 기자]


선수단은 경기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달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픈트레이닝데이 이벤트’를 통해 팬들과 미리 만났다. 오후 4시 30분 입장이었지만 많은 팬들은 몇 시간 전부터 입구에 길게 늘어섰다.

4시 30분이 되자마자 입장이 시작됐다. 팬들은 홈팀 벤치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곧 장내 아나운서가 등장해 붉은 악마 서포터들과 함께 새로운 응원 구호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팬들은 “우리가 누구? 대한민국! 너희가 누구? 국가대표!”가 반복되는 구호를 여러 번 외쳤다. 열정적인 팬들에게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준비한 선물이 주어졌다.

구호를 익히고 나자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 권창훈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5시 30분께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도 팬들은 환호했고 선수들도 관중석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대한축구협회 마스코트인 백호와 사진 촬영을 해 SNS에 업로드한 팬들 중 11명을 선정해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관람하고 선수단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앞서 열띤 응원전을 펼친 관중들에게도 국가대표 유니폼 등의 선물과 사진 촬영 기회가 주어졌다.

선수에게는 조금 더 당찬 각오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팬들은 2시간 반 가량의 오픈트레이닝데이 참가로 한중전에 대한 기대감을 쌓았다. 또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던 팬들은 경기장 출구에 마련된 매표 부스에서 즉석으로 티켓을 구입해갔다.

■ RED :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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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붉은 물결(위). 그에 비해 다소 단출한 중국 원정 응원단의 모습(아래).[사진=뉴시스]


한국 팬들은 붉은색을 좋아한다는 중국보다도 더 붉게 경기장을 물들였다. 일상복을 입고 경기장에 오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 날은 달랐다.

먼저 붉은 물결은 이번 한중전에서 경기장 북측 응원석(N석)을 ‘레드존’이라 칭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붉은 유니폼을 착용한 붉은 악마 서포터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경기장 바깥과 레드존을 가득 채운 서포터들은 붉은 깃발을 흔들었고, 붉은 걸개를 내걸었다.

레드 아이템 캠페인도 한몫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유니폼이 아니더라도 붉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경기장에 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이 붉은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또 동측(E석)과 북측(N석) 관중들에게 2만 장의 붉은 티셔츠를 배포했다. 퇴근 후 경기를 관전하러 온 많은 직장인들이 셔츠 위에 붉은 티셔츠를 껴입었고, 학생들도 기꺼이 교복 위에 붉은 티셔츠를 입으며 즐거워했다.

중국 팬들도 얼떨결에 붉은 물결에 동참했다. 많은 중국 팬들이 노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왔지만, 응원석 가장자리와 경기장 곳곳에 자리한 원정 팬들은 뒷면에 ‘CHINA’가 적힌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관중들의 단합도 최고였다. 후반 중반이 흐를 즈음 한국의 레드존에서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원정 응원석을 제외한 경기장 3면이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한국이 3골을 넣은 직후 더욱 분위기를 탄 붉은 파도는 4차례나 이어지며 경기장을 수놓았다.

■ REVIVAL :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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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은 중국전에서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사진=뉴시스]


한중전의 히어로를 꼽자면 단연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한국의 세 골에 모두 관여하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대한 모든 논란과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실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지동원의 입지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6경기에 출장했지만 공격 포인트는 단 하나도 없었다. 유로파리그 6경기에서 기록한 1골 1도움이 1년 치 결과물이었다. 외국인 선수로서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대표 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A매치에서 기록한 가장 최근 득점도 지난 해 10월 자메이카 전에서 기록한 골이었다. 대표 팀의 간판 공격수라기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달랐다. 전반 2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슈팅을 시도했고, 정즈의 다리에 맞은 골은 중국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후반 18분과 20분에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동료의 득점을 도왔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2010년대 초반의 지동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 주포 석현준, 손흥민이 빠진 빈자리를 채워줄 거라는 기대감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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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박주호의 부진으로 공백이 생긴 대표 팀 왼쪽 풀백 자리를 훌륭하게 대체한 오재석.[사진=뉴시스]


또 한 명의 숨은 공신은 오재석이다. 올해로 26살인 그는 각급 유소년 대표와 청소년 대표를 거치며 56경기를 치렀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도 활약했었다. 하지만 A대표 팀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은 김진수, 박주호 등이 붙박이 주전으로 한국의 왼쪽 풀백을 지켰지만, 지난 시즌 두 선수의 극심한 부진으로 대표 팀 측면 수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대체자로 거론되던 홍철마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선택지는 더욱 적어졌다. 그러던 중 소속팀 감바 오사카에서 왼쪽 풀백을 맡아 뛰던 오재석이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게 됐다.

오재석은 성인 대표 팀에 처음 발탁되자마자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라는 큰 무대에 나섰다. 국내에서 뛰는 것도 2013년이 마지막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러나 긴장감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90분 내내 왼쪽 측면을 깊게 오가면서 중국을 봉쇄했다. 선제골도 오재석이 파울로 얻어 낸 프리킥에서 나왔다. 후반전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A매치 데뷔전으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대표 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지동원과 왼쪽 풀백 오재석의 활약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동원과 오재석의 ‘부활’은 단지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에서도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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