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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전드 오브 풋볼] 2002 한일 월드컵 우승을 이끈 브라질 3인방, ‘3R’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현재 세계축구를 선도하는 대륙은 유럽이다.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나, 호날두, 메시 등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예전만 못하나 그래도 여전히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나 이탈리아의 세리에A 등이 세계 4대 리그로 손꼽힌다.

지금이야 유럽 클럽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브라질로 대표되는 남미 국가들이 세계축구를 이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남미 축구 전성기는 70년대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다. 1930년 초대 월드컵 우승국인 우루과이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브라질은 총 9번이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남미의 전통강호이자 영원한 축구의 아이콘 브라질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쟁쟁한 유럽 국가들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다섯 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역대 최다, 이탈리아가 4회로 두 번째).

당시 브라질은 에이스 호나우두의 부상,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의 부진 등으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의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브라질은 조별예선부터 그야말로 ‘포텐’을 터트렸다. 조별예선 3전 전승을 시작으로 16강, 8강, 준결승, 결승까지 7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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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우승트로피에 입을 맟추고 있는 호나우지뉴(오른쪽). [사진=AP뉴시스]


호나우지뉴


브라질의 한일월드컵 우승의 주역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며 ‘3R’로 불리던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Ronaldo-Rivaldo-Ronaldinho) 공격 트리오였다. 3R 트리오는 7경기에서 18득점을 기록했다.

먼저 첫 번째 R은 ‘외계인’이라는 별명으로 친숙한 호나우지뉴다. 한 때 호나우딩요로 불리기도 했던 호나우지뉴는 U-17, U-20, U-23 대표를 비롯해 A대표 팀까지 브라질 각급 대표 팀을 두루 거쳤다. 19살부터 A대표 팀 선수로 활약한 호나우지뉴는 97번의 A매치에서 33골을 기록했다. 그의 첫 월드컵인 2002 월드컵에서는 왼쪽 윙어를 맡아 2골을 기록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히바우두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프리킥 득점으로 역전골에 성공하면서 브라질을 2-1 승리로 이끌었다. 다만 이 경기에서 후반전 퇴장을 당하면서 ‘가린샤 클럽’(월드컵 본선에서 득점 후 퇴장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선수지만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1999년 브라질의 그레미우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그는 2001년 PSG로 이적했고, 2003년 바르셀로나 이적 후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호나우지뉴의 최고 전성기였다. 이후 매일 클럽을 드나드는 등 사생활 문제를 일으키며 바르셀로나를 떠났지만, 메시는 당시 그저 유망주였던 자신을 알아봐주고 친동생처럼 대해주었던 호나우지뉴를 추억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호나우지뉴가 메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팀에서 방출될 때, 메시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해진다. 바르셀로나에서 나와 AC밀란, 플라멩구 등 여러 팀을 전전한 호나우지뉴는 2015년 플루미넨세에서의 활약을 끝으로 무적 신세가 됐다. 최근 호주의 한 구단으로부터 한 경기짜리 단발성 계약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지금은 바르셀로나의 앰배서더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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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을 훌쩍 넘길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 사진은 2002 한일월드컵 우승 때의 모습. [사진=AP뉴시스]


히바우두

다음은 ‘악마의 왼발’로 불리는 히바우두다. 강력한 왼발 슈팅을 선보였고, 몸싸움에도 능한 선수였다. 2002 월드컵에서는 호나우두의 오른쪽에서 윙어로 활약했다. 터키와의 조별예선 1라운드에서 페널티킥 득점으로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호나우지뉴의 도움을 받아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7경기에 출장해 총 5골을 넣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대단했다. 1996-97시즌 데포르티보에서 21골을 작성했고, 이후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히바우두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라리가와 코파델레이 우승을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2002 월드컵 이후 AC밀란으로 이적했지만 카카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그 후로 여러 팀을 전전했다. 2004년 올림피아코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로 이적했다. 이때 히바우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1년 상파울루와의 단기 계약을 끝으로 2014년 떠돌이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러나 자신이 1993년에 몸 담았고, 2008년부터 구단주로 있던 팀이 부진하자 2015년 현역 복귀를 선언했고, 부상으로 인해 약 한 달간의 짧은 선수생활 후 은퇴했다. 현재 그는 자신의 마지막 선수 생활을 보냈던 브라질 모지미링 EC의 구단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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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없는 역대급 골게터 호나우두. 사진은 2002 한일월드컵 결승전의 모습으로 뒤로 독일의 수문장 올리버 칸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호나우두


마지막은 3R 공격 트리오의 꼭짓점인 호나우두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를 주름잡은 최고의 공격수였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대회 4골 3도움을 기록해 MVP를 받았다(준우승). 베테랑으로 참가한 2002 한일월드컵은 그의 세 번째 출전이었다. 히바우두, 호나우지뉴라는 강력한 양 날개를 달고 호나우두는 이 대회에서 펄펄 날았다. 스피드는 폭발적이었고, 브라질 특유의 개인기는 상대가 알고도 막지 못할 정도였다.

월드컵 직전까지 호나우두는 부상으로 2년이 넘는 오랜 공백기를 보냈다. 그는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상 공백을 완전히 씻어내면서 7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조별예선부터 결승까지 8강 잉글랜드 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했고, 득점왕과 실버볼을 수상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발롱도르를 들어 올렸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3골 1도움을 올리면서 월드컵 통산 15골을 작성했다. 월드컵 통산 최다 골이었다. 이후 2006년 독일의 클로제(16골)에 의해 깨지기는 했지만, 호나우두의 클래스를 입증하는 기록이다. 호나우두는 A매치 98경기에서 62골을 넣었고, 2011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343경기 247골. 클럽에서의 활약상도 엄청났다. 호나우두는 브라질 클루제이루에서 프로 데뷔를 했고, 1994년 네덜란드 명문팀 PSV아인트호벤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46경기 42골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이후 1996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37경기 34골을 넣으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1997년에는 인터밀란으로 이적했고, 바르셀로나에 생긴 호나우두의 공백은 히바우두가 대신하게 된다. 인터 밀란에서는 68경기에 출장해 49골을 기록했고, AC밀란으로 이적했지만 급격한 체중 증가와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 “인간의 몸에 신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던 그였지만, 잦은 부상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브라질 코린치앙스로 돌아와 69경기 동안 31골을 기록했지만, 부활에 실패했고 건강 상태를 인정하면서 은퇴했다.

브라질 대표 팀에 뽑히는 것이 월드컵 우승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귀화를 택하고 다른 나라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브라질은 2002년 월드컵 우승 이후 다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들어 네이마르, 쿠티뉴 등이 간신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 실력이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에 집중된 축구팬들의 관심을 남미로 돌리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를 뒤흔든 과거 3R의 영광을 재현할 새로운 조합이 필요해 보인다.


한 순간에 몰락한 축구스타 3인에 대해서는 ‘축덕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해축야화 31화’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다. 해축야화는 매주 금요일에 1부가 토요일에 2부가 업로드 되며, 팟캐스트 어플 ‘팟빵’을 통해 들을 수 있다.

* 레전드 오브 풋볼은 축구 팟캐스트 '해축야화'의 한 코너입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바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069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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