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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솔-최이슬, ‘한국판 가비아디니 남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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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가비아디니 남매를 꿈꾸는 최이슬(좌)-최솔(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임재원 기자] 프로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형제 운동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사례만 찾아봐도 하대성-하성민, 이상돈-이상호, 권순태-권순학 형제 등이 있다.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다. 야야 투레- 콜로 투레, 라스 벤더- 스벤 벤더, 케빈 보아텡 - 제롬르 보아텡 등 월드클래스 중에도 쉽게 형제 선수들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유독 남매 축구선수는 찾기 힘들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가비아디니 남매가 거의 유일하게 알려진 사례다. 누나인 멜라니아는 이탈리아 여자대표팀 멤버로 유럽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알려져 있고, 동생 마놀로는 나폴리 소속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근 에버턴과 강력히 링크가 되기도 했다. 성공한 남매 축구선수라 평해도 손색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남매 축구선수가 국내에도 있다. 현재 인천대학교의 주축 공격수로 뛰고 있는 최솔과 울산현대고에서 '제2의 김정미'를 노리고 있는 최이슬이 그 주인공이다.

■ 아버지가 만든 남매 축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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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여동생이 마냥 안타까운 최솔.


이 남매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워낙 축구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장남임 최솔이 먼저 축구를 시작했다. 최솔은 “원래는 하기 싫었다. 어떻게든 안 하려고 울고불고 다 해봤는데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했다. 한 달만 하려고 했는데 재밌어서 계속하게 됐다”며 축구입문을 회고했다.

여동생도 비슷했다. 최이슬은 “어렸을 때부터 오빠랑 울산현대 홈경기를 많이 보러 다녔다. 오빠가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는 오빠의 훈련과 경기를 따라다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축구에 관심이 생겼고 때마침 아버지가 하라고 하셔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밌는 사실은 삼남매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중도에 포기했지만 차남인 최별 역시 축구선수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축구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동생이 축구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큰 오빠는 거세게 반대했다. 이미 축구가 얼마나 힘든 종목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동생이 한다고 하니 그 반대는 더욱 컸다. 최솔은 “괜히 나 때문에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다칠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런데도 축구가 좋다고 하니 더 이상 말리 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이슬은 그저 축구에 빠져 있다. 여자 운동선수로서의 삶이 힘들 법도 하지만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원래 공격수였지만 중1부터 골키퍼로 전환한 이후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16세 이하 대표로 한중일 교류전에도 출전했을 정도다. 강력한 슈팅을 막으면 아플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고 한다.

워낙 흔치 않은 경우다 보니 서로가 느끼는 남매 축구선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미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는 최솔은 장점보다는 단점을 지적했다. 최솔은 “동생을 많이 못 본다. 내가 휴가면 동생이 훈련이고 동생이 휴가면 내가 훈련이다.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장점이라는 내가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는 점 정도다”라고 박하게 평했다.

여동생의 의견은 달랐다. 밝은 이미지 그대로 긍정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했다. 최이슬은 “오빠가 휴가나오면 내가 훈련하는 곳에 찾아와 같이 훈련을 해준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특별한 일이다. 자주 못 보는 것은 너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오빠가 조언도 잘해주고 듬직하다”며 최솔을 극찬했다. 이에 대해 최솔은 “사실 답장해준 게 귀찮을 때도 있다”며 짐짓 빼는 모습을 보였다.

■ 다른 스타일의 남매, ‘더 큰 꿈을 향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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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진출을 꿈꾼다는 최이슬(31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솔은 울산 유스시스템인 울산현대고 출신으로 현재 인천대학교의 주축 공격수다. 강력한 왼발로 때리는 슈팅이 일품이다.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를 모두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자원이기도 하다. 이런 최솔의 활약 속에 인천대는 U리그가 창설된 이래 최초로 권역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4학년이고 울산현대 우선지명 대상자이기 때문에 곧 프로무대에서 만날 수도 있다.

최이슬 역시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오고 있다. 중1때 포지션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키퍼로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춘계연맹전에서는 최우수 GK상을 받았고 전국체육대회에서는 MVP도 수상했다. 울산현대고에서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주전자리를 꿰찼다. 연령별 대표에도 계속 소집되고 있는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한국축구의 미래이기도 한 두 선수에게 각자의 꿈에 대해 물었다. 먼저 최솔은 “프로가 되는 것이 먼저다. 내가 우선지명 대상자이기는 하지만 4학년이다 보니 미래에 대해 불안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냥 다 잊고 운동에만 전념하려고 한다. 인천대 김시석 감독님 말에 따르며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취업을 앞둔 4학년 대학생다운 현실적인 목표였다.

반면 고등학교 1학년 여동생의 꿈은 컸다. 최이슬은 “독일로 진출하는 게 꿈이다. 현재 전가을 선수, 지소연 선수 등이 해외진출을 했지만 여자 골키퍼가 진출한 경우는 거의 없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가고 싶다”고 밝혔다. 외국어는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최이슬은 “하고는 있는데 어렵다”며 쑥스럽게 대답했다.

자신들의 롤모델을 들을 때에도 두 남매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먼저 최솔은 울산현대고 동창이자 올림픽대표 주전 수비수였던 정승현을 꼽았다. 굉장히 의외의 답변이었다. 당연히 세계적인 선수를 꼽을 법도 하지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꼽은 것에 대해 최솔은 “승현이가 진짜 열심히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항상 노력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잘 돼야 되고 나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승현이가 이슬이 잘 챙겨준다더니 얼굴도 잊어버렸다. 다시 한 번 강요를 해야겠다”며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자신의 친구를 롤모델로 뽑은 최솔과 달리 최이슬은 데헤아를 선망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이슬은 “내가 카운터 어택에서의 킥이 장점인데 순발력은 아직 떨어진다. 그래서 순발력이 좋은 데헤아를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 경기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순발력이 좋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데헤아 같은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남매지만 그렇기에 더욱 의지가 될 수 있다. 현실적이고 진지한 오빠는 활발한 동생에게 활력을 얻을 수 있고, 활발한 동생은 현실적인 오빠에게 진지한 고민상담을 할 수 있다. 형제와는 또 다른 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남매가 가비아디니 남매처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를 하고 애정을 유지한다면 제법 그럴듯한 한국판 가비아디니 남매가,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설레발이겠지만 그래도 보기 드문 일이니 두 선수가 향후 한국 남녀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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