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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44) 내 골프에 색깔이 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다시 보면, 공통 요소를 볼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영화 속에 계속 넣는 것들이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나도 그런 것이 있다. 여성 인물보다 남성 인물에 더 심하게 비판적이다. 아마 어린 시절에 아버지 없이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화마다 매번 다시 나타난다. 배경은 바뀌고 등장인물도 바뀌지만 바탕에 깔린 주제는 똑같은 것들이 다시 나온다. 사실, 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다르게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지만, 결국 나는 평생 똑같은 영화를 만들어 온 셈이다.

- 로랑 티라르의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중에서. '금지된 사랑'과 '젤리와 아르노'를 만든 클로드 소테 감독과의 인터뷰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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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골프에 색깔이 있다


“내 골프에 색깔이 있습니다.”

골프와 더불어 세월을 지내다 보면, 누구와 치든 어느 골프장에서 치든, 내 속 깊숙한 곳에서 토해지는 나만의 색채가 있습니다. 습관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스토리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장소나 사람에 대한 취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뭔가 있습니다.”

감추려 해도 감추기 어렵고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이 자꾸 드러나는 것. 격식을 갖춰야 하고 이해를 가려야 하는 도회적인 생활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고 감춰져 있던 것들이, 자연과 더불어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면 경계심이 흐려지면서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요해지면 보입니다.

이유 없는 경쟁심일 수도 있고 타고난 외로움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어떤 결핍’일 수도 있고 치유를 기다리는 ‘성장기의 상처’일지도 모르지요. 사실 골프가 아니더라도 깊이가 더하다 보면 드러나지요. 그림을 그려도, 글씨를 써도, 영화를 찍어도, 음악을 해도, 심지어 연애를 하거나 사업을 해도 드러납니다. 어쩔 수 없는 ‘나’라는 것, 그게 바로 ‘업業’입니다. 내가 만든 업도 있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서 세포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뿌리 깊은 업도 있지요. 업은 자신의 삶을 구속하는 속박이기도 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지만 한편, 잘 승화되면 사명이 되기도 합니다.

자업자득 업장소멸自業自得 業障消滅.

업을 찾고 지워가는 길에 골프가 좋은 동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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