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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2달의 기적’ - 전국장체대회 ‘신인선수상’ 임준범(육상)
충청남도 일원에서 개최된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지난 25일 아산 이순신빙상체육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5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5,481명)이 참가한 가운데 폐회식에서 신인선수상은 육상의 임준범(전북)에게 돌아갔다. 장애인체육의 주목할 만한 신예가 등장한 것이다.

임준범(17 시각장애 6급)은 항상 밝은 모습으로 대회 기간 동안 침착하게 경기에 참여했다. 힘든 고비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긍정 바이러스를 경기장에 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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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끝난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신인선수상을 육상 임준범(전북).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종합순위를 보면 경기도와 서울 등 강세를 보이는 지역과 전력이 약한 지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자는 장애인선수 등록인원과 관련 예산이 풍족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체육 약세지역에 해당하는 전라북도(17개 시도 중 지난해 16위, 올해 12위)에서 임준범과 같은 좋은 선수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일전에 소개한 육상의 홍일점 전민재도 전북 출신이었다.

시작은 유도

임준범은 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한쪽 눈에 시력이 없다. 그래서 앞을 볼 때 약간 고개를 돌려서 본다. 이로 인해 상대방에게 오해 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45kg의 몸무게를 가진 준범은 건강을 위해 중학교 3학년 때(2014년)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제39회 전라북도회장기 유도대회(2014년) 개인전 ?45kg급에 출전해 3위에 입상했다. 이후 원광고등학교 유도부에서 들어가 비장애인 선수들과 유도를 하고 있다.

임준범 어머니(김규희)는 체육을 지도하는 교사다. 우연히 학교에서 전북장애인체육회에서 보낸 ‘꿈나무육성사업’ 관련 공문을 봤다. 그리고 장애인체육회에 임준범 관련 상담을 했다. 장애인유도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가장 낮은 체급이 ?65kg으로 임준범과 몸무게 차이가 20kg이 나서 좋은 성적을 내기엔 무리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그후 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육상을 김규희 씨에게 추천해 주었고 육상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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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범은 장애인전국체전 준비를 위해 주말에도 혼자 육상 훈련에 매진했다. [사진=김규희 씨(임준범 선수 어머니)]


“준범이 꼭 운동 시켜보고 싶습니다. 정말 장애인체육에 필요합니다.” 전라북도 장애인체육회(이하 전북장체) 진성걸 지도자가 테스트를 마친 후,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정성 넘치는 말에 어머니는 ‘아들이 어디선가 필요한 존재라니’라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고, 아들을 장애인 선수로 받아들였다. 임준범은 장애인 육상 선수를 위해 장애 등급을 받고, 선수등록을 했다.

‘2달의 기적’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무더운 여름이 한창이었던 지난 8월 16일, 임준범은 외로운 육상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단기간에 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주 3회(월,화,목) 2시간씩 육상 전문 코치와 육상 훈련을 했다. 그 이외는 유도부 일정(새벽, 오후, 야간)에 맞춰 운동을 했다. 전북장체 염승희 육상 지도자가 전주에서 익산으로 직접 와서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전문 지도자가 없는 주말이면 익산종합운동장, 논산종합운동장 그리고 아산종합운동장 등에서 훈련을 했다. 임준범은 운동장마다 트랙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양한 장소에서 훈련을 해보았다. 가족이 함께 이동, 레인에 적응하기 위한 혼자만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3년간의 운동부 활동이 빛을 발하는지 육상을 겸하는 것에 대한 어려운 점이 없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경기날을 기다렸다. 대회가 열린 첫날 10월 21일, 임준범은 육상트랙 남자 800m T13(선수부) 결승에서 ‘2분 23초 06’의 기록을 세우며 기분좋게 첫 메달을 금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23일 남자 5000m T13(선수부)에서 ‘18분 35초 33’으로 가뿐하게 1등으로 들어왔다. 지칠 만도 한데 24일 마지막 경기 남자 1500m T13(선수부) 결승전에서 ‘5분 11초 30’으로 3관왕을 차지하며 시각장애 육상 선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감사한 분이 너무 많아요. 우선 중학교 때 유도를 시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박영선 감독님, 운동신경이 없는 저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신 이원산 코치님, 고등학교 구상희 감독님과 손상호 코치님 덕분에 기본체력이 다져진 것 같아요. 그리고 먼길 오셔서 육상 훈련을 시켜주신 염승희 코치님, 또 육상이라는 길을 안내해주신 전북장체 진성걸 선생님 등 너무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임준범은 지금까지 도움을 준 선생님들을 한분 한분 언급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첫 출전이었던 만큼 막연하게 메달권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던 준범은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임준범은 “육상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하면서 원만한 교유관계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평생 한 번뿐인 기회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긴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앞으로의 육상 선수로서의 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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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5000m T13(선수부)에서 8분 35초 33 기록을 세우며 1위로 들어오는 임준범. [사진=김규희 씨]


긍정바이러스

임준범은 장애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들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다. 두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면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예절을 배웠고 주변을 보살피는 것이 임준범은 더 중요했다.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나눔의 미를 실천하라. 배려를 하는 따뜻한 사람으로 커 나가자’를 항상 마음속에 되새긴다.

보통 고등학생은 간식을 사먹거나 게임을 하기에도 용돈이 부족하다. 하지만 임준범은 매달 용돈을 아껴 ‘굿네이버스’를 통해 베트남의 풍 둑 응우옌이라는 동생에게 지원을 한다. 어느덧 인연을 맺은 지도 1년을 훌쩍 넘었다. 작은 손길을 내미는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따뜻한 인성으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의 교육 방식은 준범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임준범의 따뜻한 마음이 각박한 현실에 지쳐있는 우리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매번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장애인체육을 하는 선수들은 긍정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애에 연연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꿈을 향해 전진한다. 임준범이 참여한 대한장애인체육회 ‘꿈나무 육성사업’은 연중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 누구나 상담과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 체육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상담을 받아보길 권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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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범 선수의 가족사진. 오른쪽 두 번째가 임준범.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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