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딸 소피아 때문에 '재미난 선수'가 된 나상욱
이미지중앙

나상욱이 왁의 악동 캐릭터와 비슷한 코믹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심각한 표정으로 라운드를 하거나 슬로우 플레이어로 세간에 알려진 재미교포 나상욱(33 미국명 케빈 나)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재미난 선수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스타그램(kevin915) 팔로워도 최근 부쩍 늘어나 3만 2,500명을 넘겼다. 직접적인 계기를 찾자면 두 달 전에 얻은 딸 소피아 때문이다.

지난 8월30일 태어난 딸 소피아로 인해 골프도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한 달 뒤에 열린 페덱스컵 마지막 대회 투어챔피언십 마지막날 2시간 이내에 라운드를 마친 것도 빨리 집에 가 귀여운 딸을 보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랭킹 30위까지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기권하면서 결원이 생겼다. 마지막날 29위로 혼자 라운드하면서 그는 PGA투어의 진귀한 기록을 작성했다.

“전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얘기하다 ‘이 대회에서 가장 빠른 라운드 기록이 2시간20분’이라는 얘길 들었다. ‘케빈, 너는 죽어도 못할 거다’라고 했다. 그땐 웃고 넘겼다. 다음날 3홀까지 쳤는데 시간을 재보니 15분 조금 넘게 걸렸다. 혼자 도는 라운드라 어프로치 샷하고 그린에서 바로 퍼트하니 빨랐다. 전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래도 뛰진 않았는데, 전반 9홀을 1시간 3분만에 마쳤다. 그때부터 후반 9홀을 뛰었다. ‘2시간 내 라운드 기록’을 깨고 싶었다. 마지막 네 홀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4홀 모두 버디를 잡았다. 버디 4개보다도 1시간59분52초에 라운드를 끝냈다는 게 더 기뻤다.”

이미지중앙

나상욱은 물론 갤러리까지 수십 명이 투어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뛰어서 마쳤다.


4일 라운드 중에 그날의 70타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의 히트&런 라운드는 미국 미디어에서 크게 소개됐다. 나상욱만 뛴 게 아니었다. 카메라맨과 방송 중계진이 뛰고, 스코어보드를 든 봉사자도 뛰었다. “로프 안에서만 10명 정도가 뛰었고, 수십명의 갤러리도 함께 뛰었다. 라운드를 마치고 성적은 꼴찌였는데 분위기는 우승한 것 같았다.”

나상욱은 슬로우플레이어라는 자신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오랜 동안 굳어있던 플레이 습관을 과감하게 깼다. 여전히 슬로우 플레이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팁까지 줄 정도다. “생각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한 타깃을 오래 집중해서 본 뒤로는 바로 샷에 들어가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해프닝이 흥미로운 법이다. 그 에피소드 이후 팬들이 좋아했고 팔로워도 늘었다. 10월 첫주 캘리포니아 나파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오픈에서는 딸을 골프장 티박스 카트에 올린 유머러스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다시 히트를 쳤다.

예전부터 나상욱을 봐온 PGA투어의 고참 PD가 조언했다. “당신만큼 장난기 많고 잘 웃는 캐릭터가 적은데 그걸 살려서 좀 알려라.” 코오롱의 왁(Waac)브랜드 에피소드도 재미나다. “세이프웨이오픈에서 비옷을 입었는데 등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긴다(Win at all costs)’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본 미국 갤러리마다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그들은 나상욱이 PGA투어 14년 경력에 우승은 한 번(2011년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이지만 2위는 8번이나 한, 우승이 절실한 선수임을 다 안다는 제스처였다. 나상욱의 경쾌한 변화는 가정을 꾸려 딸을 얻어서 생긴 해피 바이러스의 결과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