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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36] 골프 통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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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는 2005년부터 샷링크를 통해 모든 샷 정보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 프로가 언제나 통계 수치에 대해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1956년 ‘박스스코어(Box Score)’가 처음 소개된 이후 복잡한 숫자의 계산은 점차 탄력을 받아 속도를 높여오고 있다. 당시 <시카고트리뷴>에서 다채롭고 참신한 글을 선보이던 골프기자 찰리 바틀렛은 골프 역사상 최초의 통계시트를 고안해 냈다.

그해 마스터즈에 처음 적용되면서 박스스코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시스템은 각 선수의 스코어 외에 GHP(greens hit in par: 파온 그린), R(times in rough: 러프에 빠진 횟수), T(times in traps: 해저드나 벙커에 빠진 횟수), 1P(one-putt greens: 1퍼트로 홀 아웃 한 횟수), 3P(three-putt greens: 3퍼트 한 횟수)의 5가지 항목이 추가되었고 각 라운드 선두 10명의 플레이가 기록되었다. 바틀렛은 자신이 만든 박스스코어를 메이저 경기에 모두 적용했고 이는 그가 사망한 1967년까지 이어졌다.

프랭크 해니건 미국골프협회(USGA) 사무총장은 1963년 통계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직원을 고용했다. 그 통계자료는 박스스코어와 흡사했지만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보함되어 있었고 이는 후에 정규 측정 항목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1968년 컴퓨터 회사 IBM은 ‘골프의 누진 통계(Cumulative Golf Statistics)’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측정의 영역을 넓힌다. 이들은 신문에 간단하게 소개되는 정보나 아니면 선별된 23개 대회에 출전한 123명의 투어 선수들의 성적에 관해 자료를 독자적으로 수집해 발표한 것으로 USGA의 수치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세련된 데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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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샷링크는 선수들의 각종 성적을 흥미로운 그래픽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IBM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자사의 1130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의 복잡한 수식 계산을 하도록 했다. IBM의 가장 빛나는 공헌은 대회 성적의 평균을 산출하고 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이는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명확한 비교 자료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1968년 아놀드 파머는 72.2%의 드라이버 샷 페어웨이 적중률을 기록했고 파온확률(GIR) 확률 역시 같은 수치를 보였다. 잭 니클라우스는 같은 기간에 76.1%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기록했지만 그의 GIR은 75.6%에 달했다. 1968년 캐나다의 조지 누드슨은 IBM의 124명 선수 가운데 엄청난 장타에다 페어웨이 적중률 부문에서 2위에 올랐고 GIR부문에서도 75%를 기록, 잭 니클라우스(75.6%)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해 누드슨은 라운드 평균 퍼팅횟수 31.6타를 기록했는데 그보다 더 많이 퍼트를 한 선수는 고작 4명에 불과했다. 누드슨이 강력한 히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이 없는 이유가 명백해졌다.

당시 선수들은 통계정보가 일종의 유행이 된 이후에 이를 활용하긴 했을까?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캐롤 만은 시카고 지역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는데 바틀렛의 박스 스코어에 자극을 받아 1962년부터 자신이 펼친 플레이의 세세한 통계 데이터를 기록했다. 만은 자신의 플레이의 특정한 부분에 관해 코치와 논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벤 호건, 샘 스니드, 케리 미들코프 등의 당대의 슈퍼스타들은 통계 수치에 관심이 없었다. 단지 마지막 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통계의 효용이란 TV 해설자에게 이야깃 거리를 제공한 정도에 불과했다. 1972년부터 1995년까지 CBS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한 벤라이트는 “전설적인 명 PD 프랭크 처키니언이 통계 수치를 사용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해서 후배들에게도 거의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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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현장에서 이런 장비로 측정하는 이들이 바로 샷링크 담당자들이다.


1980년에 딘 버먼 PGA투어 커미셔너가 특별한 근거를 들어 공식적인 투어 통계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비먼은 다른 스포츠들처럼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이 뉴스 첫 머리에서 언급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그저 누가 1등이고 2등인지에 관한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다른 모든 스포츠는 그런 데이터가 있었다.”

모든 투어 대회에서 모든 선수들의 폭넓은 자료를 모으려는 일치된 노력은 최고 수준의 프로들 사이에서 골프는 어떻게 플레이 되는가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알고자 했던 바틀렛과 다른 사람들의 시대를 앞선 노력의 결과이다. 그리고 이것이 21세기에 훨씬 더 복잡해지고 정교한 데이터가 나올 수 있는 길을 닦아놓은 것이다.

오늘날 PGA투어가 쓰는 통계 측정 방식의 틀은 지난 2005년 샷링크(Shot Link) 시스템을 적용하면서부터다. 이후 대부분의 토너먼트에서 모든 샷의 결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활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골프도 다른 스포츠에서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과 흡사한 통계 혁명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매년 PGA투어 대회 대다수의 라운드에서 모든 샷의 정확한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엄청난 수고가 뒤따르는 일이다. 약 3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샷링크 일에 참여해서 8명의 투어 스태프 등이 매 대회마다 데이터를 집적하고 있다. 요즘 각 대회 코스들은 레이저로 측정되어 페어웨이, 벙커, 워터해저드와 그린의 정확한 윤곽을 포함해 3D 입체 지도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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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브로디 교수는 이득타수 개념의 전도사다.


2011년부터는 여기에 이득타수(Srokes Gained) 개념이 도입된다. 처음은 퍼팅 부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대학 수학과 교수인 마크 브로디가 제안한 이 방식은 선수마다의 퍼팅이 같은 거리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얼마나 더 많이 성공시켰느냐를 수치화한 방식이다. 최근에는 PGA투어도 각 거리마다 페어웨이에서도 이득타수 개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수들과 교습가들은 오늘날 SG 수치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연습의 방식을 조정하기도 한다.

PGA투어는 지난 6월부터 홈페이지에 이득타수의 새 통계치 3가지 수치를 추가했다. 드라이버 샷(off-the-tee), 어프로치 샷(approach-the-green), 그린 주변(around-the-green)의 이득타수다. 이는 브로디의 방식이 그린에서와 티-그린까지를 측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선수들의 모든 게임을 분석하는 PGA투어의 기본 통계 데이터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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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지난 2013년 찰리 바틀렛 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


60년 전 선구자였던 찰리 바틀렛은 오늘날에도 기억된다. 미국기자협회는 통계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찰리 바틀렛상을 제정해 1971년 빌리 캐스퍼 이래 42년 동안 33명에게 수여했다. 한국의 최경주가 2013년 33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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