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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팬 경찰관이 만든 '작지만 큰 변화'...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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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푸르미르 야구단을 담당하고 있는 허욱 경사. [사진=정아름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서울지방경찰청)=정아름 기자]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미국의 전설적인 우완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의 명언이다. 그리고 여기 야구에서 승리와 패배를 통해 삶을 배워나가는 소년들이 있다. 바로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의 이야기다.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 그 이상이었다. 또래집단과의 결속을 다지는 것은 물론 규칙을 ‘왜’ 지켜야만 하는지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18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단일 야구단(동대문경찰서 푸르미르 야구단)에서 8개 구단 리그제로 발전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올해로 리그는 2년째를 맞았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의 역사를 함께해 온 SPO(학교전담경찰관) 허욱 경사(동대문경찰서)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뿌듯함 반, 아쉬움 반의 표정이었다.

어느덧 4년이 흘렀다. 허 경사는 SPO로 활동하며 PC방이나 노래방이 아닌 어울려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직접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기에 청소년 문화활동으로 ‘야구’를 적극 권장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야구단을 만든다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인연이 닿아 최익성 저니맨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를 만나게 되며 야구단을 만드는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2013년 당시 처음 모인 학생들은 25여 명. 허 경사는 하나같이 야구를 하는 내내 웃고 떠들 정도로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동대문경찰서에서 시작된 야구의 바람은 서울 전역으로 퍼졌다. 2014년 4개 구단 체제(동대문, 종암, 성동, 광진)가 완성됐다. 참여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모습에 서울청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5년 8개 구단 정기리그 체계를 구축했다.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올 시즌 경기장 사정이 좋지 않아 리그 경기를 팀당 5회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연습경기도 가졌지만 리그전이 적어 아쉬워했던 아이들의 표정이 내심 마음에 쓰이는 눈치였다. 보다 완성도 높은 리그 운영을 위해서 경기장 확보 및 경기 일정 부분에서의 아쉬움을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동대문 푸르미르 야구단은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 최초의 팀이지만 리그 성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4위에 이어 올해는 5위에 그쳤다. 야구를 했던 학생들이 아니기에 실력이 급속도로 오르지 않았다. 4년간 팀을 맡아 애착이 남다른 허 경사지만 성적에 연연해하며 학생들을 다그치진 않는다. 오히려 그는 학생들이 ‘웃고 맘 편히 놀 수 있는’ 야구에 중점을 두고 있단다.

지난 17일 수능 수험생 응원에 나선 허 경사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2013년 동대문 푸르미르 야구단을 거쳐 간 학생이 어느덧 고3이 된 것. 허 경사는 “‘벌써 이만큼 컸구나’라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친근한 형처럼 다가가다 보니 상급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허 경사에게 자주 연락해 고충을 털어놓는다. 허 경사를 매개체로 똘똘 뭉친 푸르미르 야구단은 OB 멤버들과 YB 멤버들이 교류전을 가지는 등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 생활의 절반을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과 함께한 허욱 경사. 올해로 제복을 입은 지 10년이 된 허 경사는 여성청소년계에서만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냈다. 강력계 형사와 같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기에 친근한 형 같은 경찰관이고 싶다는 그. 지난 4년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야구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켜온 그의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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