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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당당한 패자(敗者)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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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아쉽게 무관에 그친 리디아 고.[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LPGA투어에서 시즌 최종전까지 치열하게 개인 타이틀 경쟁을 펼친 리디아 고가 빈손으로 2016시즌을 마감했다. 리디아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하는데 그쳐 무관(無冠)으로 전락했다.

리디아는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상(Player of the year)은 물론 상금 타이틀과 베어 트로피(최저 평균타수상), 100만 달러(약 11억 7700만원)의 보너스가 걸린 ‘레이스 CME 글로브’ 등 개인타이틀 전 부문에서 2위에 그치며 빈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일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아쉬움이 남을 결과다. 작년엔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 타이틀,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인비(28 KB금융그룹)에게 베어 트로피만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태국의 에리야 주타누간이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 타이틀, ‘레이스 투 CME 글로브’ 3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전인지가 베어 트로피를 차지했다.

주말 3,4라운드가 좋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62타)를 작성하며 3타차 선두에 나서 ‘개인 타이틀 싹쓸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3,4라운드에서 73-72타를 치며 무너져 일년 농사를 망쳤다. 리디아로선 특히 베어 트로피를 놓고 펼친 전인지와의 경쟁이 아쉬웠다. 리디아와 전인지는 올시즌 둘이 합쳐 166라운드를 소화하며 1만 1500번의 스윙을 했는데 마지막 18번 홀의 퍼트 하나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전인지는 18번홀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는 등 16~18번홀의 3연속 버디에 힘입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18번홀에서 4.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역전을 허용한 리디아는 "베어 트로피는 꼭 차지하고 싶었다"며 "지금 당장은 상처가 되겠지만 올 해는 놀라운 한 해였다. 5승을 거뒀고 올림픽에서 메달도 땄다"고 말했다.

이런 아슬아슬한 패배후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은 펑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리디아는 달랐다. 모든 것이 끝나자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리디아는 18번홀 그린 주변에 서 있던 에리야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의 포옹을 했다. 이어 에리야의 언니인 모리야는 물론 모친인 나루몬과 잇따라 포옹했다. 리디아는 특히 에리야와 포옹하면서 “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승자가 들을 때 이 보다 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패자의 축하 인사가 어디 있겠는가?

지난 3월 리디아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에서 막판 실수를 저지른 에리야를 상대로 역전우승을 거뒀다. 에리야는 당시 3개 홀을 남기고 2타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16~18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범해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리디아에게 역전패했다. 8개월 뒤 개인 타이틀 경쟁의 결과를 보자. 결국 승부의 세계는 돌고 도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디아는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패배에 대한 깨끗한 승복 없이 다음 승부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탄이나 불평이란 나쁜 기운이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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