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헌의 골통일기] (86) 역전 식당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삼각형의 대열을 유지하는 이유도 알고,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제 안다.

그러나 맨 앞에 날아가는 기러기의 고독,
중간에 처져서 허덕이는 기러기의 우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젊은 기러기의 충동성은
망원경으로 파헤치기 어렵다.

그렇듯 하나하나의 마음 안을
돋보기로 샅샅이 뒤져봐야
도시에 살고 있는 나의 속내를
비로소 알 수 있다.

- 하지현의 <도시심리학> 중에서

이미지중앙

역전 식당


저자는 <도시 심리학>에서 현대인들의 관계를 ‘역전(驛前)의 식당’에 비유합니다. 다시 올 가능성이 희박한 뜨내기들만 드나드는 역전 식당에서는 그저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적당한 가격과 신속한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듯이 현대인의 관계도 그렇다는 거죠. 업무상 만남이든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이든 이 사람 저 사람 관계는 많이 맺지만 정작 진정한 관계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거죠.

휴대폰에 몇 명의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으세요? 그 숫자의 주인공들 실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잘~ 된다’고 허풍을 떨면 도와주거나 조그만 투자로 이익을 나누자는 사람, 많을지도 모릅니다.

어려워서 ‘정말 어렵다’고 얘기하면 그걸 나눌 사람 몇이나 되세요? 아니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기꺼이 그 어려움에 동참하고픈 사람은 또 몇이나 되는가요?

내 맘이 그렇지 못한데 남의 마음 야속해한들 뭐하겠습니까! 질적으로 모자란 것을 양적으로 충당하려는 노력이 ‘시대의 대세’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진정으로 힘이 있는 관계는 온라인이라기보다는 오프라인이고 디지털적이기보다는 아날로그적이라는 거!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꾹꾹 놀러 쓴 편지! 가까이 무릎을 맞대고 마시는 막걸리! 손때 묻은 책! 그런 것들과 나란히 골프가 놓여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