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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백수생활 청산하게 된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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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월드챌린지 최종라운드 도중 타이거 우즈와 대화중인 캐디 조 라카바(왼쪽). [사진=AP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돌아왔다.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우즈는 나흘 내내 힘차게 스윙했으며 출전선수중 가장 많은 24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보기와 더블보기가 많아서 그렇지 우승자인 마쓰야마 히데키 보다 버디숫자는 2개 더 많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성공적인 복귀를 반기고 있다. USA투데이와 뉴욕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우즈의 복귀전에 대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동료선수들은 물론 이역만리 한국 땅의 골프 팬들도 우즈의 컴백을 환영하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이제 PGA투어 경기를 볼 맛이 좀 나겠다”는 희망섞인 기대감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캐디 조 라카바는 우즈 다음으로 기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라카바는 우즈가 466일간 투어를 떠나 있을 때 ‘백수’로 지냈다. 작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으로 백을 맨 후 고용상태도, 실직상태도 아니었다. 2011년 말 우즈와 계약한 라카바는 우즈의 부상이후 작성한 재정 합의서에 따라 충분한 보수를 받게 돼 굳이 다른 선수의 백을 맬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기약없는 기다림은 고통스런 일이었다.

히어로 월드챌린지 2라운드가 열린 금요일 라카바는 ‘보스’인 우즈와 3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18홀을 돌았다. 동반 플레이어인 저스틴 로즈가 허리 통증으로 기권해 생긴 일이었다. 이른 아침 작은 무리의 갤러리와 함께 경기한 우즈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산들바람 속에서 보기프리 라운드를 펼치며 버디 7개를 잡아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그린에서 우즈는 펄펄 날았다. 특히 16번홀에서 나온 35피트 거리의 파 퍼트는 결정적이었다. 우즈는 볼이 빨려 들어가자 홀로 다가가며 주먹 세리머니를 했다. 그 장면은 전 세계 골프팬들의 뇌리에 각인됐으며 라카바 역시 실로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꼈다.

우즈는 자신의 캐디가 다른 선수의 백을 매는 걸 지극히 싫어한다. 그걸 어겨 해고된 캐디가 뉴질랜드 출신 스티브 윌리엄스였다. 우즈와 메이저 13승을 합작한 윌리엄스는 2009년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애덤 스캇의 임시 캐디로 나섰다가 보따리를 쌌다. 이를 잘 아는 라카바는 “백을 매달라”는 다른 선수들의 줄기찬 제의를 거절했다. 라카바는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타이거가 원할 때 바로 달려가야 했기에 다른 선수의 백을 매는 건 고려하지 않았다.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52세인 라카바는 코네티컷에서 아내 메건, 두 자녀와 함께 산다. 우즈의 부상으로 시간이 생긴 라카바는 가장 역할에 충실했다. 보스턴 인근 대학에 입학한 딸을 차로 데려다 줬으며 고등학생인 아들의 풋볼경기도 지켜봤다. 그리고 좋아하는 골프도 50번이나 쳤다. 라카바는 “집에서 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절부절못하게 되더라. 하지만 날짜가 길어지자 그 시간을 즐기게 됐다”고 회고했다.

라카바는 우즈와 함께 9승을 합작했다. 그 전엔 프레드 커플스와 20년을 함께 했다. 허리부상으로 전성기를 마감했던 커플스가 재기하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은 이번 공백기에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인지 우즈가 어둠 속에 있을 때 먼저 한줄기 빛을 찾아냈다. 그 빛이란 ‘커플스가 해낸 일을 우즈가 못할 리 없다“는 신념이다. 라카바는 그런 신념에 희망섞인 바람을 갖고 새 해를 기다리게 됐다. ’타이거‘라는 자동차에 아직도 달릴 휘발유가 그득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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