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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중국은 대박? 걱정스러운 국내 격투기 대회 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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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중국은 대박? 걱정스러운 국내 격투기 대회 난립


2016년은 어느 해보다 국내 격투기 대회가 많이 출범한 해이다. 저마다 세계화를 외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공교롭게도 연 3회 이상의 대회를 유지한 회사는 기존 종합격투기 대회사 TFC, 로드FC와 입식격투기 단체 MAX FC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2017년 연초에는 2016년에 준비를 마친 신생 대회사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내년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신생 회사가 거의 없다는 점은 우려를 심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미 국내 격투스포츠는 2000년 중반 한 차례 격투 르네상스를 경험한 바 있다. 스피릿MC를 필두로 네오파이트, 마즈, 김미파이브 등 종합격투기 대회가 속속 등장했으며, 더 칸, 코마,무신 등 입식격투 단체도 출범했다. 하지만 이중 지금까지 꾸준히 대회를 유치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체가 없다. 장기적 안목 없이 단발적인 이벤트에 집중했고, 확실한 자생력 없이 불확실성이 큰 대규모 투자에 의존했기에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신규 출범하는 단체들의 공통점이 있다. 전성기를 지난 선수들의 단발성 이벤트를 내세우고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대회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중국 자본, 중국 진출에 목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마다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처럼 “중국은 대박”이라는 막연한 비전제시에 선수나 관계자들 역시 너무 쉽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우려는 당장 현실로 들어나고 있다. 최근 사드배치 등으로 경색된 국제 관계로 인해 문화, 스포츠 산업에 대한 중국 진출에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은 부정적 징조로 하나 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 선수의 중국대회 시합이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되는가 하면, 관련 산업 관계자의 비자가 반려되는 사례 역시 빈번해지고 있다.

단순히 중국에 대한 의존적 경향을 차치하더라도 철저한 준비과정과 검증된 실행 능력 없이 급조된 이벤트는 자칫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치업 만들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선수안전 문제를 간과한 출전 강행으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김미파이브, 화려한 성장을 배경으로 수백 만 달러 규모 투자를 성사시켰지만 리만 사태와 함께 미국 투자처가 도산하며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스피릿MC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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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샤오미가 후원하는 로드FC 대회의 포스터. 12월 10일 열리는 로드FC 35에는 영화배우 김보성이 출전한다.


반면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대회를 유치하고 있는 회사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TFC는 3년여간의 꾸준한 대회 개최를 통해서 신인 선수 육성,경쟁력 있는 선수의 세계 진출을 모토로 독자적 운영 시스템을 완비했다. 세계 메이저 격투단체 UFC 진출 선수뿐만 아니라 올해에만 40여 명의 선수를 해외 시합에 파견하며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 루트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한 점진적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충성도 높은 팬 층을 형성해 나갔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올해 TFC는 스포츠 방송사 SPOTV 중계 협약을 성사시키며 고정 채널을 확보하기도 했다.

로드FC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대규모 선수 풀을 조성했고,스타 마케팅과 국제전을 통해 꾸준히 이슈를 창출했다. 특히 중국 유수의 기업 스폰서십과 CCTV 생중계 계약 체결은 로드FC가 만든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로드FC 역시 초창기에는 방송 채널 확보에 고심했으며, 스타선수 만들기의 부작용으로 법정싸움도 겪어야 했다. 어느 하나 단번에 성사된 경우는 없었다. 로드FC는 아오르꺼러라는 중국 스타선수를 만들고, 현지 체육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교적 신생 격투단체라고 할 수 있는 MAX FC는 국내 최대 격투 용품 및 의류 기업 칸스포츠라는 모회사가 그 기반을 받치고 있다. 메르스 사태, K-1의 몰락, 국내 시장 장기 불황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대회를 유치하며 고정 스폰서십 유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모회사의 서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명문처럼 이승만, 박정희 정권은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의 거대한 열망을 무시한 채 자신의 권력욕을 놓지 못하고 끝내 파국으로 치달았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핵폭탄급 이슈가 터졌을 때, 촛불 민심을 너무 안이하게 받아들여 작금의 탄핵 정국까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지금처럼 피부로 와 닿는 시국이 없다. 그런데 작금의 격투기 시장에도 이러한 부분을 그대로 대입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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