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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휠농의 황제’ 김동현 - 휠체어농구리그 MVP 2연패

한국휠체어농구연맹(총재 변효철) 주관으로 열린 ‘2016 KWBL(한국휠체어농구리그)’는 지난해 시작된 국내 최대의 장애인농구대회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울시청의 챔피언결정전(3전 2승제)이 지난 16, 17일 안산와동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제주도는 1차전에서 68-65로 역전승하며 기선제압을 했다. 이어 2차전에서도 75-66으로 승리하며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23일에는 '2016 KWBL 시상식' 및 '대한장애인농구협회 송년의 밤'이 서울 양재동의 더 K호텔에서 개최됐다. 제주도, 서울시청에 이어 고양시홀트가 3위에 올라 트로피와 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끈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지난 시즌 원년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김동현(28 제주도)가 올해도 다시 한 번 MVP에 오르며 ‘한국 휠체어농구의 황제’로 등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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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휠체어농구리그 시상식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선수들이 우승기념 단체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에 서 있는 선수가 김동현. [사진=제주도장애인체육회]


김동현은 올 시즌 제주도를 우승으로 이끌며 3라운드까지 득점(평균 27.75점), 2점슛(149개), 리바운드(평균 14.92개) 등 3개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어시스트(7개), 리바운드(18개), 2점슛(13개), 득점(31점) 등 4개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휠체어농구는 휠체어를 타고 하는 농구이다. 중증 장애인과 경증 장애인이 선수별 포인트를 받아 총 5명의 선수가 14포인트를 맞춰야 하는 경기다. 중증장애인은 1.0~2.5점, 경증장애인은 3.0~4.0점이 주어진다. 그래서 팀별 선수 장애 점수를 맞추어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휠체어농구는 경기규칙과 농구장 규격은 비장애인 농구와 똑같으며 다른 점은 더블 드리블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가슴 아픈 기억

김동현은 1994년 6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우측 대퇴 절단을 하며 장애를 입게 되었다. 서울대병원에서 1년간 입원하며 수술과 재활을 병행했다. 내성적이었던 김동현은 12살(2000년) 때 우연히 길을 걸어가던 중 휠체어농구 선수생활을 하는 이준협의 권유를 받고 농구공을 처음 잡았다. 어린 나이였던 김동현은 곧 격렬한 농구에서 부상을 당할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곧 코트를 떠났다. 2년 뒤인 2002년 같은 선배(이준협)에게 또 다시 휠체어농구를 권유 받았고, 이번에는 농구의 매력에 제대로 빠졌다. 생각보다 부상 위험이 적고 ‘다리 대신 휠체어로 뛸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포지션이 센터(포인트 4.0점)인 김동현에게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까? “2011년 고양시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휠체어농구 패럴림픽 예선전입니다. 패럴림픽 티켓 마지막 한 장을 두고 긴장감 넘치는 한일전에서 경기종료 ‘0.3초’를 남겨두고 1점을 뒤진 우리나라가 자유투를 얻게 되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자유투 2구를 제가 모두 실패하는 바람에 패럴림픽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아, 이 정도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한국 최고의 휠체어농구선수지만 승리보다는 뼈아픈 패배를 먼저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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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 휠체어농구리그에서 김동현이 센터로서 공을 선점하고 있다. 흰색 제주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김동현


한일전 아픔은 슬럼프로 이어졌다. “그후 자유투에 자신감이 없었고, 성공률이 많이 떨어졌어요. 나중엔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고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도전과 연습으로 극복하여 지금은 자유투가 자신있습니다.” 그렇다. 스타라면 위기를 접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마음의 고향 제주팀

제주특별자치도 휠체어농구단의 선수들은 직장생활과 휠체어농구 훈련을 병행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민, 부형종 단장의 부단한 노력으로 2013년도부터 전국강호로 위용을 떨쳐왔다. 다수의 전국대회 우승을 달성했고, 특히 2015년 전 대회 전승 우승과 최근에 달성한 KWBL휠체어농구리그 2연패는 가장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휠체어농구단의 훈련은 일주일에 4번(화, 목요일 18:30~20:30 토, 일요일 15:00~18:00)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3층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플레잉코치 김호용, 주장 송창헌, 맏형 최성두, 명예코치 강희준, 센터 이경훈, 가드 황우성, 전경민, 김학진, 캐나다 국적의 용병 원유민, 막내 김지혁 그리고 최우수선수인 김동현까지 모두 11명이다.

이들은 농구를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휠체어농구는 단체운동인 까닭에 선수 개인의 능력은 물론이고 조직력이 중요하다. ‘제주팀’은 이 호흡이 아주 좋다.

또한 제주도장애인체육회는 선수들이 농구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전략종목으로 관리하며 대회참가 등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실업팀이 아니라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아 훈련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또 연습코트가 정식규격보다 작은 것도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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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KWBL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마친 뒤 우승회식 때의 장면. 오른쪽 두 번째가 김동현.


휠체어농구 실업팀은 현재 서울시청(2010년 창단)과 무궁화전자(2016년 창단), 2개가 있다. 선수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좋아하는 농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휠체어농구리그(2015년)가 출범하면서 한국 휠체어농구 수준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김동현은 원래 제주 소속이었으나 서울시청 창단멤버로 스카우트됐다. 그리고 2012년에는 이탈리아 프로 휠체어농구팀 산토 스테파노(Santo Stefano Sport)로 이적했다. 약 3년간 해외용병 생활을 한 후 2015년 5월 친정인 제주도로 돌아왔다.

항상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동현아! 고맙다

김동현은 이탈리아 선수생활 첫 해 많이 힘들어 했다. 전혀 연고가 없고, 의사소통도 어렵고, 유럽문화까지 몰랐으니 하루하루가 고생이었다. 하지만 팀의 스태프 및 선수들의 배려로 차츰 적응하며 3시즌을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유럽의 휠체어농구는 팀별 관중, 서포터즈가 활성화되어 있고 기업, 은행, 개인적인 후원들이 많았다. 국가마다 리그가 있고, 리그 진행 중 유럽챔피언스 예선전을 치른다(축구와 유사하다). 선수들은 유럽챔피언이 되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했고 김동현도 이탈리아에서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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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맨 왼쪽)이 2012년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던 시절, 한 갈라디너 파티에 참석했다. 당시 김동현의 소속팀은 이탈리안컵 3위, 유러피안컵 2위를 차지했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은 아직은 없어요. 은퇴를 먼저 생각하게 되면 현재 주어진 운동(선수생활)을 대충 하게 될 거 같아서죠. 지금은 휠체어농구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서히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정말이지 김동현은 오직 휠체어농구만 생각하는 ‘선수’였다. 휠체어농구를 통해 자신의 장애에 대해 오픈마인드를 얻었고, 멋진 삶을 만들어왔다. 당연히 이런 ‘김동현들’이 많아져야 한다.

프로농구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 한국에서 휠체어농구는 당연히 주목을 받지 못한다. 가끔 결승전을 공영방송서 중계하지만 극히 드문 일이다. 인터넷방송으로 접하는 정도다. 또 휠체어농구리그는 타이틀스폰서가 없어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 수준이다. 지자체의 지원과 기업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2개뿐인 실업팀이 늘어나야 한다. 외국인선수도 영입해야 한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2014년 인천세계휠체어농구대회에 6위, 같은 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의 열정으로 나름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도적으로 그들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헤럴드스포츠=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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