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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13] 센토사와 싱가포르 베스트 코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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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배경으로 한 센토사 세라퐁 코스 14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전 세계에서 토지 비중에서 가장 많은 코스를 가진 나라는 어디일까? 전 세계 코스 절반이 있다는 미국? 잔디 깎으면 바로 페어웨이가 되는 뉴질랜드? 아니면 골프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놀랍게도 단위 면적당 골프장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시아의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였고, 말레이시아에 속했다가 1965년 독립했다. 면적은 710㎢로 서울시(605.5㎢)보다 약간 크고 인구는 2016년 기준 578만명으로 서울(998만명)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하지만 서울에는 태릉 골프장 한 곳이 오롯이 남아 있으나 싱가포르에는 골프장이 24곳이나 된다.

전 세계에서 면적에 비해 가장 많은 골프장을 가진 나라다(10평방마일당 1곳). 그 뒤를 잉글랜드(27평방마일당 1곳), 일본(59평방마일당 1곳)이 뒤따른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최고를 다투는 나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상업지구 바로 옆에서 골프 코스가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부자들이 많이 살아 골프장이 그리 많은 것일까? 아니 그보다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금융 메카이고 보다 서구화된 곳이기 때문에 골프장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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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싱가포르아일랜드 코스.


싱가포르 최초의 코스는 1905년에 9홀에 20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싱가포르아일랜드컨트리클럽(SICC)이다. 1924년 9홀을 증설한 부킷(Bukit) 코스가 최초의 18홀 코스이다. 1925년에는 총독에 의해 공식 개장되었고, 38년 영국왕 킹 조지 6세가 후원자가 되어서 로열싱가포르 클럽으로 개명되었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로열’의 칭호는 떨어지고 아일랜드 클럽으로 개명되었다. 지난 2011년 10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열렸던 곳으로 여러 개의 코스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골프 콤플렉스다.

싱가포르 남쪽에 인공적으로 정밀하게 조성된 센토사는 골프와 휴양의 섬이다. 짧은 연결도로가 있어서 자동차로도 오갈 수 있다. 호텔과 관광명소, 테마파크와 레스토랑, 그리고 해수욕장을 갖추고 있으며, 센토사개발(SDC)에서 운영한다.

센토사에는 두 개의 코스 36홀이 운영되고 있는데 싱가포르 최고의 코스인 세라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프로들조차 가혹한 레이아웃이라고 평가했다. 1961년 시작된 내셔널타이틀 대회 싱가포르오픈을 2005년부터 10번째(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바클레이스가 스폰서였고, 3년을 쉰 뒤에 지난해부터 SMBC가 메인 스폰서가 되었다) 개최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미국프로여자골프(LPGA)투어인 HSBC위민스챔피언스까지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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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골프(JGTO)투어와 아시안투어를 겸하는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지난해 조던 스피스를 한 타차로 꺾고 우승한 송영한이 올해는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3월에는 지난해 장하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싱글레이디’춤을 추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코스는 미국의 오거스타내셔널에 깔린 있는 서브에어 시스템이 깔려 있어 우기에도 항상 최고의 그린 상태를 유지한다.

한국에서도 용평, 아시아나, 클럽나인브릿지 등을 설계한 로널드 프림이 1974년에 설계한 코스인 세라퐁은 2007년에 베이츠골프디자인그룹의 주도하에 1년간의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당시 베이츠 부사장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셰이퍼 출신의 앤드루 존스톤은 공사를 마친 뒤에는 골프장 총지배인으로 갈아탔다.

오랫동안 세라퐁의 들러리 역할을 해왔던 뉴탄종 코스는 2015년 11월부터 전면 재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셰이퍼 출신의 총지배인 존스톤은 레이아웃을 완전히 손보았으며,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프로 대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갖추려 했다. 그 결과 그린이 세라퐁의 절반 크기로 줄어들었고, 벙커수는 수가 아주 적어지지만 크기가 커지면서 호주의 로열멜버른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리노베이션 후에 코스 순위는 4위로 급상승했다. 그리고 내년에 제 10회 AAC를 이 코스에서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살인적인 물가를 감안하면 이곳의 회원권 가격인 30만싱가포르달러(2억4614만원)은 한국의 회원제 코스에 비해서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평방면적당 코스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을 가정하면 이건 상당히 고가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숙소는 소피텔싱가포르센토사리조트&스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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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메라 골프장 클럽하우스.


창이공항에서 5분 거리인 타나메라 가든 코스는 한 때 센토사 세라퐁 코스와 베스트 코스 경쟁 관계에 있었으나 지금은 2등으로 머무는 듯하다. 1984년 개장한 뒤 렉서스컵은 물론 LPGA투어의 HSBC위민스챔피언십을 개최했다. 남아공의 필 제이콥슨은 오너인 탄 부이 후엣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코스를 완공했다. 이웃한 탐파인 코스는 넓은 페어웨이를 자랑하는 평이한 리조트 스타일 코스로 1988년에 개장했다. 토요일 오후를 제외하고는 비회원도 라운드를 할 수 있으며 그린피를 절반만 내고 주중과 야간에 9홀 플레이도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골프 전문 기자 탄 주광은 두 곳을 이렇게 비유했다. “타나메라와 센토사는 프로축구팀 바르셀로나와 맨유 만큼이나 차이가 나지만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센토사가 거친듯 자연적인 소박함이 있다면, 타나메라는 다양한 색조를 가진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하지만 도전적인 면에서는 둘다 똑같다.” 그는 센토사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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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 골프장은 야간 골프의 명소다.


11위에 오른 마리나베이골프코스는 필 제이콥슨이 설계한 퍼블릭 코스다. 열대 기후에 링크스 코스를 넣었다. 항아리 벙커와 업다운 심한 페어웨이, 심지어 몇몇 홀을 가로지르는 개울은 동남아시아보다 스코틀랜드에 더 어울릴 것 같다.

싱가포르 국립 무역협회에서 관리하는 이 코스에서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드넓게 펼쳐지며 대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정점을 찍는다. 이곳은 싱가포르의 유일한 퍼블릭이며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티타임에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묘미는 파5인 마지막 홀에서 라운드를 마친 후에 알게 된다. 클럽하우스는 실내에서 경험하는 야외의 느낌이다. 담이 없는 테라스에서는 여러 홀이 막힘없이 조망된다. 싱가포르가 이룬 도시의 외형이 초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싱가포르의 명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과 어울린 야간 골프의 실루엣은 더욱 그러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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