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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록의 월드 베스트 코스 기행 6] 스코틀랜드 킹스반스- 모던 링크스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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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앤드루스의 킹스반스 2번 홀.


모든 홀이 바다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링크스 코스 킹스반스( Kings barns)는 골프의 보물만 모아놓은 창고다. 글 김상록

10월이면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가 술렁인다. 이는 알프레드던힐링크스챔피언십(Alfred Dunhill Links Championship)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던힐컵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킹스반스 그리고 커누스티 3곳을 돌아가며 진행하는 이색 골프 대회다. 더구나 프로 한 명이 아마추어 한 명을 데리고 펼치니 더욱 관심이 높다.

실제 2003년 라이더컵 유럽 캡틴이었던 샘 토런스는 그의 아들 데니얼을 데리고 경기를 한 바 있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축구 팀의 전설인 축구 선수 보비 찰튼,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 등도 이 대회에 출전했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10월의 축제이며 시민과 골프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다. 주최 측도 이를 위해 갤러리를 무료로 입장시키고 밤에는 불꽃놀이를 하는 등 선수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킹스반스는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남쪽 바닷길로 약 20분 정도 가면 나온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 100대 코스로 선정되었고, 그 순위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1세기에 말콤 왕(King)이 곡식을 거두어 창고(Barns)에 보관했다는 것이 이곳 지명의 유래라 한다. 그래서 ‘왕의 창고(Kings barns)’다. 역사에는 이미 1793년에 이곳에서 골프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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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반스 클럽하우스.


코스 전체로 바다를 품다
골프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펼쳐진 담이 없는 자연스런 연습장 전경에 탄성이 나온다. 세계적인 골프장이 되기 위해서는 코스의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이러한 기본 시설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한국의 많은 골프장도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클럽하우스 앞에 우뚝 솟은 스코틀랜드 깃발이 선명하다. 푸른 바탕에 흰색 엑스 X자 모양이 다른 골프장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다만 좁아서 불만스러운 클럽하우스 탈의실과 식당 등 편의 시설이 옹색하다. 퍼블릭 코스라서 회원의 편의 시설과 개인 라커가 없으니 그럴 법하다. 협소한 클럽하우스가 답답하지만 2층 탈의실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18번 홀, 그 아래 펼쳐진 홀과 맞닿은 바다를 보면 숨통이 확 트인다. 킹스반스 방문자는 반드시 2층 발코니에서 그 전경을 보기 권한다. 골프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임에 분명하다.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그 자리에서 늘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서는 킹스반스를 느낀다. 18홀 모두가 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인공의 손길이 닿았다 해도 자연의 순수함을 하나도 더럽히지 않으니 코스 설계자 카일 필립스의 능력을 존경해야 할 것 같다.

대회가 아니면 챔피언 티를 열지 않는다. 따라서 화이트 티에서 쳐야 하는데 전장이 6652야드로 링크스로는 짧은 느낌이 든다.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런이 많아 거리가 많이 나기 때문에 라운드의 흥미가 반감된다. 링크스는 뭐래도 바람과 싸우는 맛이 제격이다.

1번(388야드) 홀은 내리막으로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첫 홀에 들어서는 골퍼에게 편안함을 주려는 배려를 느낀다. 2번(파3, 190야드) 홀부터 바다가 펼쳐진다. 티 박스에 올라서자 세인트앤드루스만의 더 넓은 바다가 상쾌하다. 가슴 속의 그 무엇인가를 날려버릴 것 같다. 그린 뒤 해안선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백색 포말이 되어 해안선으로 눕는다. 그린을 바라보는 순간 그러한 넓은 마음이 사라진다. 전장도 문제지만 우측에 3개의 벙커, 좌측에 하나의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온다면 분명 오조준을 해야 한다. 그것도 바다를 보고.

어느 곳에서 보아도 바다가 늘 넉넉함으로 다가오고, 그 넉넉함이 감탄으로 이어지며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골프는 뒷전이다. 8번(파3, 154야드) 홀에선 갑자기 그린 뒷면이 푸른 나무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쉽게 보아도 방풍림인데 군락이 바다에서 언덕 위로 길게 이어져 있다. 티 박스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페어웨이, 그린 그리고 짙은 초록의 방풍림 그 위로 시리게 푸른 바다가 이어지고 그 방풍림 나뭇가지 사이로 퍼지는 바닷가의 포말(泡沫)이 이상향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홀이 시그니처 홀이 아니라는 캐디의 말이 더 놀랍다. 과연 어느 홀이 과연 이 골프장을 대표한다 말인가? 설레임은 새로운 코스를 갈 때마다 맛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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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반스 12번 홀도 바다 옆으로 홀이 흐른다.


힘든 링크스의 진한 감동
영국이나 아일랜드 골프장은 그늘집 개념이 없다. 한국에서 유럽을 방문하는 골퍼가 나인 홀을 돌고 클럽하우스로 가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반 티타임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서양의 대부분 골프장은 운동 중에 먹는 것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따라서 투어 중에 가방 속에 초콜릿이나 비스킷, 사탕 같은 간식을 넣어서 투어 중에 시간에 쫓겨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10번 홀부터 더 아름답다’는 캐디의 얘기에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12번 홀에 이르면 그 말이 실감난다. 좌측 북해의 해안선이 600야드씩 페어웨이와 길게 이어진다. 600야드라니! 아득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린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250야드를 보내고 175야드씩 끊어가도 파 온이 가능한데, 거리에 너무 민감하다 보면 무리한 샷이 나오기 십상이다. 그린을 공략할 때는 반드시 우측으로부터 진입해야 한다. 그린이 바닷쪽으로 경사가 있어 미스 샷이 나면 볼은 바다로 들어간다.

‘시그니처 홀’이란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곳이 15번(파3, 185야드) 홀이다. 바다 위의 아일랜드 홀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린의 전면이 바다다. 그린에 못 미친 볼이 바위를 맞고 물 빠진 해안에 쌓여 있는 미역 더미 위에 올라가고 말았다. 샷을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 빠진 바다의 바위를 밟고 내려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친 아픈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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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반스 파3 15번 홀은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린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그런 장면을 연출할 수 없으며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 수 없다. 신이 하사한 골프장에 인간이 잠시 다녀갈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포말이 그린 앞으로 퍼지고 그 바다 소리가 티 박스 앞으로 흘러 들어가는 민물 소리와 어울려 더욱 정겹다. 왼쪽 방풍림 군락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다. 경치에 취하고 자연이 주는 음악에 취해 홀을 망치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 홀에서는 주로 북쪽에서 불어오는 앞바람이 많은데 그때는 두 세 클럽 길게 잡을 것을 권한다.

18번 홀 마지막 그린을 향해 세컨드 샷을 할 때 다시 한 번 감탄을 한다. 그린 앞에 깊은 계곡이 있다. 그 높이가 약 30미터 정도인데 그 물골이 가장 많은 볼을 삼킨다. 그린 앞이 번(Burn) 쪽으로 급한 경사를 이뤄 샷이 짧거나 그린에서 백스핀이라도 걸린다면 천길 낭떠러지로 빠진다. 번 뒤에서 다시 그린으로 올리는 일이 천길 지옥에서 천당 가는 일만큼 어렵다. 따라서 좀 더 넉넉한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물론 깊은 러프가 공짜 버디를 방지하지만 그래도 깊은 번으로 들어가 30미터 벼랑 아래서 직벽 위의 그린을 공략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다.

어렵고 힘든 링크스의 라운드를 마치고나면 진한 감동이 남는다. 18홀 모두 기억에 남는 골프장, 그래서 내일 다시 라운드 하면 캐디 없이도 볼을 잘 칠 것 같은 골프장. 왕의 창고를 허물고 골프장을 만들 생각을 한 선배 골퍼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선사한 신에게 감사드린다.

Info
위치 : 스코틀랜드 파이프 Fife KY16 8QD, 에딘버러공항에서 1시간10분.
홈페이지: www.kingsbarns.com
문의 : ++44 1334 460860
설계 : 카일 필립스(2000년 개장)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26년 핸디캡 6인 골퍼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번갈아 거주하는 김 씨는 쿠알라룸푸르 트로피카나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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