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제 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쏘그래스 골프장(파72 7215야드)이 지난해 대회를 치른 뒤 디자인상 세 가지 큰 변화를 시도했다.

리모델링을 진행한 이는 사무실을 바로 이 골프장 안에 둔 스티브 웬즐로프다. 지난해 제이슨 데이(호주)가 우승한 뒤로 코스는 문을 닫고 그린과 벙커를 새로 만들어 반년이 지난 11월 중순에 다시 개장했다. 이 코스는 페덱스컵이 시작되던 지난 2007년에 애초 3월 개최에서 5월로 대회 일정을 두 달 늦추면서 코스를 개조한 바 있다. 클럽하우스도 당시 4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새롭게 지었다. 하지만 10년만에 다시 3월로 옮기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코스 개조 역시 달라지는 대회에 맞춰 변화한 듯하다.


6,7번 사이에 호수 조성- 전반 나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서로 반대 방향인 파4 홀인 6번과 7번 홀 사이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볼품없이 풀만 무성한 관람용 언덕을 없앤 것이다. 다른 곳에 쓸 흙이 필요했던 웬즐로프는 거대한 매립지를 팠고, 깊은 구렁을 호수로 만들었다. 원래 이 코스는 선수들의 경기를 갤러리들이 편하게 보라고 조성됐다. 따라서 두 개 홀 사이에 경사진 언덕을 조성했다. 하지만 코스의 중간에 있는 이 홀에서는 머물러 있는 갤러리보다는 지나는 갤러리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이 공간이 소외되면서 개조의 대상이 된 것이다.

웬즐로프는 호수가 대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홀이 멋진 호수로 연결되었다. 공간의 스케일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7번 홀의 티박스는 뒤로 옮기고 방향을 틀었다. 이전에는 티에 섰을 때 폭 27야드의 페어웨이 중에 절반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10%로 줄었다. 아주 좁아 보인다.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호수의 풍경에 주의가 흐트러질 것이다.”

티프이글로 퍼팅 잔디 교체- 그린이 더 빨라지게 됐다. 그린에 식재했던 미니베르드라는 버뮤나 품종을 3세대 하이브리드 버뮤다 품종인 티프 이글로 교체했다. 미니베르드 잔디는 리노베이션을 하던 2006년에 심었지만 투어 관계자들은 이 품종이 더 이상 최상급의 퍼팅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연습 라운드 초반에 TPC의 몇몇 그린에 출입을 통제했다. 이제 그린에는 미니베르드보다 플로리다 북부의 겨울에 더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진 3세대 하이브리드 버뮤다 품종인 티프이글을 심었다. 또한 조만간 이 대회가 5월에서 다시 3월로 옮겨질 것을 감안하면 티프이글이 답이다.


드라이버 원온 가능한 12번홀- 개조를 마치고 오는 10일부터 일 년만에 경기가 열리는 이 코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드라이버 샷을 시도해볼 만한 파4로 바뀐 12번 홀이다. 이전의 12번 홀은 사실상 왼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의 짧은 파4인 10번 홀의 복사판이었지만, 30년 전에는 왼쪽 러프의 높은 언덕 때문에 세컨드 샷을 할 때 그린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거리가 짧은 골퍼들도 드라이버 샷으로 그 언덕을 훌쩍 넘어가는 게 가능해졌다. 지난 1년 사이에 사라진 언덕에는 긴 띠 모양의 벙커가 들어섰으며, 그린도 조금 앞으로 옮겨서 12번 홀은 이제 285~320야드의 길이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물론 늘이자면 최대 358야드까지 가능하지만 이 홀은 이제 드라이버를 잡고 이글 잡기에 나서는 홀이 됐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원래의 설계가인 피트 다이에게 여러 차례 자문을 구했다는 웬즐로프는 챔피언십에서 12번 홀이 가장 흥미진진한 홀이 될 수 있는 요소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그린 왼쪽의 호수이다. 퍼팅면에서 8야드 떨어져 있으며 약 1.8m 낮은 데다 중간 경사지의 잔디는 바짝 깎아 놓았다. 이곳이 오거스타내셔널의 15번 홀 그린 앞에 있는 호수의 둑과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 개조를 맡은 웬즐로프는 “볼이 지면에 닿은 이후 볼에 관심이 집중될수록 보는 사람들의 흥미는 높아진다.”

두 번째는 티샷에 유혹을 느끼게 만들고 나머지 대안은 매력이 떨어지게 해서 모든 선수들이 그린을 바로 노려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무와 솔잎을 향해 오른쪽으로 뻗어나가다가 그린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페어웨이에 오른쪽 경사를 만들어서 튀어 오른 볼이 나무들 사이로 빠질 수 있도록 했다. 페어웨이를 따라 굴러가는 페어웨이우드로 하는 잘라가는 티샷은 낮고 오목한 곳에 들어가게 될 텐데, 왼쪽에 구릉에서는 웨지로 세컨드 샷을 할 때 깃대뿐만 아니라 그린의 표면도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설계가는 티샷이 물에 빠지더라도 그린에서 30야드 남짓한 거리에 드롭을 할 수 있도록 워터해저드의 각도를 조정했다. 그래서 12번 홀의 티박스에 섰을 때 그린을 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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