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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60년을 말하다 3] 김대섭, 아마 2승에 프로에서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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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촬영 채승훈 PD]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아마추어 2승에 프로 시절 1승을 올린 선수는 김대섭(36)이다. 첫해부터 60년대를 7승의 한장상이 밑그림을 그렸다면, 40년이 지나 1998년부터 2012년까지는 김대섭이 3승을 했다.

김대섭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었다. 고향은 경기도 부천이지만 어렸을 때 제주도로 이사를 갔다. 신제주초등-신제주중-서라벌고-성균관대가 그의 학력이다. 원래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제주도에는 중고등학교 야구부가 없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오라CC에서 일하던 부친의 지인 한연희 프로를 통해 입문했다. 어느 날 집에 놀러온 한 프로, ‘야구보다 비전 있으니 골프를 가르치라’고 권유했다. ‘배트를 들고 휘두르나 클럽으로 스윙하나 똑같지 않느냐’고. 잠시 생각한 부친이 바로 골프채를 사왔다. 94년 4월1일은 그가 골프에 입문한 날이었다.

처음엔 흥미가 붙지 않았다. 역동적인 야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다 약지를 다쳐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게 됐다. 움직이고 싶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손 감각은 골프를 더 원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야구방망이가 아닌 클럽이었다. 골프에 몰두하고 10개월 만에 참가한 시합에서 스코어 76타로 예선을 통과했다. 그 이후로는 골프가 싫증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우승의 순간들을 재구성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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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은 98년 17세로 최연소로 한국오픈을 우승했다.


1998.9.17~20 / 41회 한국오픈 / 첫승, 최연소
1998년 9월17~20일, 경기도 고양의 한양CC에서 김대섭은 첫날 4오버파 76타를 쳤다. 당시 대회는 서라벌고 2학년이던 당시 먼데이 퀄리파잉을 통해 출전한 것이었다. 야구를 하다가 골프로 돌아선 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첫날 라운드를 마치고 아버지(김충남)에게 크게 혼났다. ‘골프를 너무 쉽게 보고 대충 친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의 집 형편은 꽤나 어려웠던 만큼 부친의 꾸지람은 어린 소년의 가슴에 예리하게 꽂혔다. 이튿날 2언더파 70타를 쳐서 예선을 통과했다. 부친은 아무 말 없었다. 김대섭도 그때부터는 부담 없이 쳤다. 3라운드에서는 5언더파 67타를 치면서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부모는 내심 기뻤으나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마지막날 7언더파 65타를 쳤다. 이전까지 자신이 쳤던 라이프베스트 스코어도 이때 한 타 경신했다. 당시 최고의 기량과 명성을 자랑하던 최상호에 5타나 앞선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얼떨떨했다. 대회를 마치고 아침마당, 주병진쇼에도 나갔던 것 같다. 한국오픈이 큰 대회인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세상이 달라질 줄 몰랐다.” 당시 그의 우승은 17세2개월20일의 아마추어에 의한 최연소 내셔널타이틀 우승이었다. 1982년 매경오픈에서 재일교포 김주헌 이후 16년만의 일이었다. 그 이후로 김대섭은 길거리에 나가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됐다.

2001.9.13~16 / 44회 한국오픈/ 2승, 최저타
3년 뒤에 김대섭은 성균관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국가대표를 지나 상비군 신분으로 출전했다. “당시에는 나이가 어렸어도 샷에 자신이 있었다. 뭘 해도 될 것만 같았다. 똑같은 한양컨트리클럽 신코스였으니 더 잘쳤다.” 첫날 6언더파 66타를 치는 데서 시작해 67-70-69타로 4일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내면서 29년 동안 깨지지 않던 최저타(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2위 박도규보다 3타가 적었다. 그리고 다음 달에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로서는 군대도 가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이듬해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 면제라는 혜택도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정형편을 생각해 일찍 프로턴을 결정했다. 그리고는 프로 데뷔 첫해에 KPGA선수권을 우승하는 등 2010년까지 6승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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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6.~9 / 55회 한국오픈 / 3승, 프로가 되어 첫승
김대섭은 1998년 첫승을 할 때부터 군 복무중이던 해를 빼놓고 거의 매년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2003년부터 한국오픈은 충남 천안 우정힐스에서 15년째 열리고 있다. 하지만 매번 아슬아슬하게 우승이 빗나갔다. 2008년은 배상문에 3타차 5위를 했고, 2009년엔 배상문에 한 타차로 2위를 했다. 매번 2% 정도가 부족했다. 아마추어에서만 2승을 하고 프로에서는 한국오픈 우승이 없다는 것이 그에는 마음에 걸렸다.

군대를 다녀와서 출전한 2012년은 어쩌면 그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었는지 모른다. 전역후에 출전한 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하고나서 4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바로 전 주에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예선 탈락했을 정도로 샷 감이 안 좋았다. 고민 끝에 수요일 연습라운드날 투어밴에 가서 40인치 밸리퍼터를 구해 37.5인치로 잘라서 서서하듯 퍼팅을 시도해 봤다. 그것이 주효했다.

2012년 대회는 자신이 잘 쳐서 우승한 게 아니라, 실수를 덜 해서 우승했다. 우승 스코어 5언더파는 우정힐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성적이다. 첫날 1오버파 72타를 쳤는데도 어려운 세팅탓에 7등을 했다. 이튿날 3언더 68타를 치니까 순위가 올라갔고, 무빙데이에서 70타를 치면서 선두권이 됐다. 결국 마지막날 69타를 쳐서 우승했다. 장타자 김대현이 추격했으나 2타차였다. 양용은, 강경남이 283타로 공동 3위에 그쳤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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