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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60] 나상욱의 재발견 ‘유쾌한 상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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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 첫 날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고 있는 나상욱. [사진(천안)=김두호 기자]


# 목표가_3위?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1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연습을 하던 나상욱(34)은 대회 관계자들과 올해부터 한국오픈 1, 2위 선수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는 얘기를 나눴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62위)이 가장 높고, 지난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 30위 이내로 디 오픈 출전자격을 확보한 나상욱은 “내가 우승하면 3위 선수한테로 출전자격이 내려가는 것이 맞나?”라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들은 나상욱은 “욕 안 먹으려면 3위 해야겠네요(웃음)”라며 옆에 있던 후배 조병민 프로에게 “병민아, 네가 우승해서 함께 영국 가자”라고 응수했다. 조병민(28)은 지난주 일본투어 미즈노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78타로 부진하며 16위에 그친 바 있다. 미즈노오픈은 4위까지 디 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회다.

# 실속-있는-유머 같은 날 나상욱은 왁 골프팀의 멤버로 코오롱의 엑스텐보이즈 양궁팀과 이색대결을 펼쳤다. 활과 골프공으로 정확도를 가린 이 이벤트의 결과는 2-1로 양궁의 승리. 최고참으로 가장 먼저 나선 나상욱은 양쪽의 1번 주자가 4번의 시도에서 모두 득점에 실패하자, “골프는 바운드로 과녁을 맞혀도 득점으로 인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양궁도 바운드로 과녁에 꽂히면 인정하겠다”며. 이 재치 있는 농담은 긴급룰 미팅으로 이어져 ‘골프는 바운드 적중을 인정하는 대신, 양궁은 연습 1발을 추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정도면 실속까지 갖춘 유머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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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열린 '골프 VS 양궁' 이색대결에 앞서 나상욱(왼쪽)과 코오롱 엑스텐보이즈의 이창환. [사진=코오롱그룹]


# 접대멘트
코오롱그룹과 인연이 깊은 나상욱은 지금도 코오롱이 만드는 골프 브랜드 왁(WAAC)을 입는다. 1일 1라운드에서 왁 담당자와 조우하자 이렇게 ‘접대멘트’를 던졌다. “부장님, 미국에서는 저만 왁을 입어서 좀 서운했는데, 한국에 오니 왁을 입는 선수들이 많이 보여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은 건 이 멘트 하나에 얼굴이 펴진 ‘부장님’이었다.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62)이 가장 높은 미PGA선수가 오랜만에 만나 이런 식으로 인사를 건네면 그 어떤 스폰서라도 좋아할 것이다.

# 레슨 스타 “레슨 중 언제든 질문해주세요. 질문이 없으면 제가 더 어려워집니다. 골프에 관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읍소 유머). “미PGA에도 비제이 싱이나 저처럼 손목을 많이 쓰는 선수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골프를 못 쳤나봐요”(자학 개그), “볼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게 고민이라고요? 일정하면 프로하셔야죠”(눈높이 레슨), “핸드폰 이리 주세요, 이런 건 셀카로 찍어야 제맛입니다(친절갑)”. 1일 오후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원포인트 클리닉에서 나상욱이 쏟아낸 멘트였다. 클리닉이 진행된 40분 내내 참가자들이 몰입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내용이 알차면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오전에 1라운드를 마쳤지만 2오버파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훈훈한 분위기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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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욱이 1일 한국오픈 1라운드 후 우정힐스CC에서 원포인트레슨을 하고 있다. [사진(천안)=채승훈 기자]


# 베테랑이_또_베테랑이_됐다
관록과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유머는 은근하지만 강력하다. 83년생인 나상욱은 만 17세에 프로를 선언했다. 앞서 미국에서 주니어시절 ‘골프신동’으로 유명했고, 이렇게 일찍 프로를 시작했으니 2004년 미PGA 멤버가 됐을 때 ‘20세 베테랑’이라는 촌평을 들었다. 이런 선수가 이제 34세가 됐다.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고, 2011년 마침내 첫 승을 일궜고, 늑장 플레이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외에도 14년째 미PGA투어에서 뛰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그리고 다 이겨냈다. 아직도 미PGA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한국오픈에 출전한 이상희는 "나상욱 프로님은 우리보다 확실하게 한 수 위다. 배울 게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상욱은 생물학적으로도 한창 때이다. 9개월 된 딸(소피아)에 쓰러지는 딸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나상욱 유머는 이런 관록에서 비롯된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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