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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불참한 이경훈의 눈물겨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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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를 4언더파로 마친 이경훈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지난해까지 코오롱한국오픈을 2연패했던 이경훈이 5일(한국시간) 끝난 PGA(미국프로골프)투어 2부리그인 웹닷컴투어 렉스병원오픈에서 공동 3위로 마쳤다.

이경훈은 이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에 올라 있었으나 마지막날 버디 2개를 잡는 데 그쳐 2언더파 71타를 치면서 앤드류 푸트남(미국)과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 270타)에 그쳤다. 콘라드 신들러(미국)는 이날 신들린 듯 버디 5개에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치면서 선두를 꿰찬 뒤 채슨 해들리(미국)와의 연장 첫홀에서 이기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경훈은 골프 선수가 되고부터 줄곧 PGA투어를 목표로 삼아 매진했다. 하지만 미국투어는 진입 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웹닷컴투어만 해도 2부 리그라 해도 아시안투어보다는 평균적으로 선수들 기량이 뛰어나다. 시즌을 마칠 때 상금 25위에 들어야만 1부 투어 티켓을 준다.

지난해 이경훈은 웹닷컴 투어에서 전전하다가 시드를 잃고서 가을에 열린 한국오픈에 출전할 수 있었고 극적으로 2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오픈에 디오픈의 출전권 2장이 걸리면서 대회 일정이 6월초로 대폭 앞당겨졌다.

이경훈은 2연패한 한국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느냐 아니면 아직 상금 순위가 모자란 만큼 웹닷컴 투어를 계속 뛰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이경훈은 일단 한국오픈 주최측에 출전 신청을 해둔 상태에서 지난달 말 BMW채리티프로암에 출전해 34등을 했다. 상금 순위는 다시 내려갔다. 작년과 같은 불운한 악몽이 재연되는가 하는 불안감에 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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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은 마지막날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한 타차로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다.


PGA투어는 2부 리그인 웹닷컴투어 상금 25위까지만 다음 시즌 출전권을 부여한다. 만약 순위가 안되면 웹닷컴에서 계속 머물러야 하고 순위가 쳐지면 큐스쿨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이경훈은 8월말까지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딱 한 번 오르면서 상금 78위(5만8427달러)에 오른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한 해 번 상금보다 6배 이상의 상금을 벌었다. 그렇게 종잣돈을 마련하고 용기를 얻어 다시 미국으로 가 12월에 열린 큐스쿨에서 8등을 하면서 웹닷컴투어를 뛰고 있는 것이다.

이경훈은 오랜 시간 고민 끝에 한국오픈 조직위에 대회 불참을 통보했다. 현재 몸담은 투어에서의 생존이 걸려 있어서 2연패를 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대회에 불참을 통보하는 건 참으로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경훈의 전후 사정을 들은 한국오픈 조직위는 그를 격려했다. 그리고 ‘한국오픈과 겹치는 렉스병원오픈에서 부디 선전하라’고 오히려 격려했다.

한국오픈은 예정대로 6월1일부터 4일간 열렸다. 디펜딩챔피언이 출전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지난 4년간 시행해온 예선전 시스템이 발휘되면서 대회는 흥미진진하게 흘렀다. 최종 예선전 출신의 박인권, 최민철은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위협했다. 마지막날은 선두에 올랐던 선수가 7명이나 될 정도의 혼전 양상으로 흘렀다.

올해부터 디오픈 출전 티켓이 2장 걸리자 선수들은 우승, 준우승을 위해 혼신의 힘을 불살랐다. 그리고 마침내 아직 우승이 없지만 최고의 기량을 가졌던 김기환과 신인이지만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안투어에서 2위를 하면서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장이근의 3개홀 연장 매치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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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은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코오롱그룹]


90년대 이후의 한국오픈처럼 흥행을 위해서 외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유명 골퍼를 데려오지도 않고,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을 초청료를 주고 데려오는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성장한 선수들과 예선전의 스타들이 경합을 벌이는 무대로 흘렀다.

한국오픈 디펜딩 챔피언 이경훈은 어럽게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렉스병원오픈에서 첫날부터 5언더파를 치면서 맹렬하게 게임을 풀어나갔다. 결국 대회에서 공동 3위를 하면서 간신히 상금 랭킹 30위(5만988달러)에 올라섰다. 올해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코랄푸타타리조트 8위 보다 더 좋은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4개 대회에선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경훈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웹닷컴투어에서 5계단의 상금 순위를 더 올려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그의 상금과 성적은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받은 우승 상금의 발끝에도 모자란다. 물론 그가 스케줄을 무리하게 조정해 한국오픈에 출전했더라도 상위권에 올라갔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보다는 현재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꿈인 PGA투어에 진출하는 꿈을 이룬다면 그것이 한국오픈 2연패자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새내기로 올해 코오롱한국오픈을 깜짝 우승한 장이근도 마찬가지다. 그는 4일 대회를 마친 우승소감에서 “꿈은 PGA투어 무대에서 뛰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만큼 그 역시 PGA투어에의 진출 대회와 한국오픈 스케줄이 겹친다면 꿈을 좇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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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오픈 우승자 장이근의 꿈 역시 미국PGA투어 진출에 있다. [사진=코오롱그룹]


코오롱 한국오픈 관계자는 말했다. “장이근이 한국을 너머 미국 투어로 잘 올라갔으면 좋겠다. 디펜딩 챔피언 이경훈이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한 건, 담당자로서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이기에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데 있어 한국오픈이 디딤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셔널타이틀’이란 아무 대회에서나 주어지지 않는다.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들의 발전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을 통해 한국 골프가 발전하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명예의 이름이다. 한두 해 ‘반짝 흥행’을 도모하기 보다는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어 한국 최대의 메이저가 된다. 한국오픈 2연패자 이경훈의 PGA투어 도전의 꿈이 남은 투어 일정에서 땀과 결실의 스토리로 어어지길 기대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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