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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와 TV 중계 다 놓친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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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첫날 64강전 도중 12번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는 허인회 프로.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국내 남자프로골프 유일의 매치플레이 경기인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가 8일 시작됐다. 대회장이 경남 남해의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대회 첫날 갤러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태훈과 허인회 팬클럽 회원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선수 가족과 관계자들 뿐이었다. 갤러리를 위한 대회가 아닌, 방송용 대회란 것이 출전선수들의 의견이다.

주최 측은 대회 준비과정에서 하루에 갤러리 숫자를 600명으로 제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일반 입장료는 3만원이나 입장료에 식음료와 숙박이용권, 야외 수영장 이용편의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 티켓 가격은 최대 70만원에 달했다. 첫날 경기가 주중에 열려 갤러리가 거의 없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지만 주말 경기에 갤러리를 제한할 정도로 사람이 몰릴 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갤러리 숫자를 600명이 아닌 60명으로 제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타이틀 스폰서인 데상트코리아가 남해를 선택한 것은 대회장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빼어난 경관 때문이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신혼여행을 다녀간 곳으로 유명한 이 골프장은 국내 럭셔리 골프리조트의 대명사다. 각종 골프웨어의 CF는 물론 영화 ‘공조’도 이 곳에서 촬영됐다. 하룻밤 방값이 100만원에 육박하며 1박2일 주말 골프패키지 가격은 1인당 57만 8700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골퍼들이 꼭 라운드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올린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이런 소구 포인트가 데상트코리아로 하여금 사우스케이프를 선택하게 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서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다.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코스사용 계약을 3년이나 체결한 이유다. 데상트코리아는 절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코스 안에 광고보드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중계 화면은 육안으로 볼 때와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계 내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탁 트인 절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전에 드론으로 촬영해 놓은 자료 화면만 괜찮았을 뿐 중계 내내 대회코스는 평범하고 답답했다. 여기에 갤러리까지 없어 마치 레슨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 마저 줬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에 가 본 골퍼라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중계 카메라 위치가 눈높이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은 지형상 카메라 위치를 잡기가 대단히 어려운 곳이다. 40만평에 18홀이 조성되어 있어 홀간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16번홀 그린과 6번홀 그린은 무려 7km나 떨어져 있다. 방송 케이블은 2km가 넘어가면 방송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이런 골프장에선 중계 타워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중계 타워가 설치되어야 할 그린 뒤편에 공간이 없는 홀들이 많다. JTBC골프 중계 담당자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은 국내 대회코스중 카메라 앵글 잡기가 어려운 ‘톱3’에 든다”고 말한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클럽을 만든 정재봉 회장은 “미인을 만들어 놓았는데 프로포즈하는 남자가 없다”는 말로 세상이 사우스케이프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적이 있다. 데상트코리아의 코스사용 요청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마음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고심 끝에 대회장을 내줬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사우스케이프의 진면목이 가려지는 게 아닌 가 우려된다.

작년 경기도 용인의 88CC에서 대회를 치른 데상트코리아가 수도권을 떠나 남해를 선택했을 땐 TV 중계에 대한 보다 치밀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 기가 막힌 절세미인을 얻었다면 그 가치를 잘 전달할 노력도 함께 기울였어야 했다. 갤러리도 TV 중계도 놓친 모양새다. 내년엔 좀 더 많은 연구와 보완이 이뤄져 골프 팬들이 안방에서 남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남자골프의 호쾌함을 맛봤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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