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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이 남자가 사는 법 - 골프역사에 꽂힌 KGA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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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GS 칼텍스 매경오픈 때 포즈를 취한 박노승 KGA경기위원.


# 인물퀴즈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볼 스트라이커로 꼽힌 A에 관한 일화 하나. 그가 ‘전설의 골퍼’ 샘 스니드와 시범경기를 가졌다. 짧은 파4홀이었는데, 드라이버샷이 떨어질 만한 240야드 지점에 개울이 있었다. 캐리로 넘기려면 255야드가 필요했다. 당시의 공과 클럽으로는 불가능한 거리. 장타자로 유명했던 스니드가 먼저 개울보다 짧게 쳤다. 다음, A가 드라이버를 가지고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자 스니드는 “절대 개울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 A는 페어웨이 가운데 위치한 다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샷을 날렸는데, 볼은 다리 앞에 떨어지더니 다리를 굴러 개울을 넘어갔다. A는 독특한 스윙폼이었지만 결국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스윙으로 인정받았다. 131개의 드라이버샷 하는 동안 티는 제자리에 꽃혀 있었고, 같은 티를 7년 동안 사용했다는 전설도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골프 연구원은 그의 구질에 대해 “기계보다 더 사이드스핀이 없다”고 평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볼을 날렸던, 자폐증을 앓았고, 평생 모텔을 전전하며 살았던 기인골퍼 A는 누구일까?

# 속사포 퀴즈
(1) 현대골프의 초창기 영국의 위대한 삼총사(Great Triumvirate) 중 한 명이었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골퍼가 사용하는 오버래핑그립, 그리고 미PGA투어 최저평균타수상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대선수는 누구인가? (2) 프로의 클럽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시절이 있었다. 이를 타파한, 그리고 최초의 전문 프로골퍼로 불리는 미국선수는?(힌트, 나무티를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3) 최초의 그랜드슬램 달성자이고, 자신의 약점인 벙커플레이를 극복하기 위해 샌드웨지를 개발한 골퍼는? (4) 위대한 1930년의 주인공으로 이 해 브리티시 아마, 브리티시오픈, US아마, US오픈을 모두 석권한 ‘영원한 아마추어’이자, 기계공학 영문학 법학을 전공한 수재는 누구? (5) 골프 역사상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불리는 1945년 PGA투어 11연승과 총 18회 우승의 기록을 세운 골퍼는?(힌트, ‘현대 스윙의 아버지’로 불린다)
* 정답은 (1) 해리 바든 (2) 월터 하겐 (3) 진 사라센 (4) 보비 존스 (5) 바이런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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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 골프역사가가 쓴 <더 멀리 더 가까이>.


# 정보성이 높은 책
위의 두 퀴즈는 2013년 발간된 <더 멀리, 더 가까이>라는 책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위대한 골퍼들을 중심으로 깨알같은 골프역사를 담은 이 책은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인 박노승 씨(63)가 사비로 출간했다. 박 위원은 2016년 후속편인 <더 골퍼>를 펴냈다. 두 권을 꼼꼼히 읽으면 골프역사와 위대한 골프선수에 대해 제법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전문작가가 아닌 까닭에 문장이 유려하지는 않지만 그 많은 정보를 취합해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는 것이 놀랍다. 저자 스스로 참고한 원서가 1권의 경우 31권, 2권은 19권이나 된다. 이것도 부족한지 “아직 쓸 게 많아요”라며 지금도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이쯤이면 자칭 ‘골프역사가’라는 타이틀이 조금도 과하지 않다.

# 책만큼 열정적인 인생
박노승 위원의 삶은 독특하다. 1985년 삼성전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원으로 나갔고, 이때부터 골프에 심취해 1985년부터 30년 이상 골프잡지를 구독했다. 덕후DNA가 있었던 것일까, 이븐파를 치는 실력자가 됐고, 아들을 골프선수로 키우는 골프대디가 됐다. 이 과정에서 1991년 삼성에 사표를 내고, 독일에 눌러앉아 사업을 시작했다. 프로골퍼를 만들기 위해 미국대학으로 보냈던 아들이 2009년 골프를 포기하자, 남은 여생을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25년여의 독일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골프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PGA클래스A에 도전해 어플랜티스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대학(건국대 대학원 골프산업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KGA경기위원을 맡고 있다. 골프심판에도 관심이 높아 미국, 한국에서 자격을 획득했고, 2015년에는 가장 어렵다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 룰 레벨3 테스트까지 통과했다(국제심판). 여기에 엄청난 양의 원서를 독파하면서 책을 낼 정도로 ‘골프역사가’가 된 것이다.

# 행복이란 무엇인가?
“운이 좋아서 많지는 않지만 먹고 살 만큼 돈은 벌어놨어요. 골프를 중단한 아들도 공부를 해서 글로벌은행에 취직해 현재 싱가포르에 있지요. 딸도 시집을 가 독일에서 잘 살고 있답니다. 지금 저는 골프 때문에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지난 주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이 열린 우정힐스CC에서 만난 박노승 위원의 말이다. 경기위원으로 골프코스에 나와 있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골프를 즐기지만, 골프를 직접 치는 것보다 경기위원으로 골프코스에 나와 골프에 관한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단다. “아직도 읽고 싶은 골프책과 쓰고 싶은 골프이야기가 참 많아요. 외국에는 골프 관련 좋은 책이 즐비해요. 미디어에 있으니까 말인데요, 미국에는 좋은 골프기사만 모아놓은 책도 있어요. 제가 한 번 소개할게요.” 인터뷰가 아닌, 가벼운 만남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에 취해 경기위원일을 하는 그의 옆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날 저녁 서로의 책을 주고받았는데, 책도 단숨에 읽고 말았다.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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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 KGA 경기위원의 집에는 그동안 모아온 국내외 골프책들을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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