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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디 오픈 이야기 (1) ‘챔피언 골퍼’의 명예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 골프역사가 박노승 씨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박 씨는 ‘골프대디’였고, PGA클래스A의 어플랜티스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또 골프심판에 도전해 2015년 가장 어렵다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룰 레벨3 테스트까지 통과했습니다(국제심판). 현재는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을 맡고, 대학 등에서 골프역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원서를 독파하면서 <더 멀리, 더 가까이>(2013), <더 골퍼>(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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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의 기원을 마련한 '챔피언 골퍼' 앨런 로버트슨.


‘챔피언 골퍼’ 앨런 로버트슨

1840년 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에 앨런 로버트슨(Allan Robertson)이라는 골퍼가 있었다. 그는 3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깃털 골프공을 제조하는 장인이기도 했다. 톰 모리스(Tom Morris)는 그 공장의 도제로 들어가서 골프공 제작 기술을 배웠고, 두 사람은 세인트 앤드루스 최강의 내기골프 파트너가 되었다.

1848년 어느 날 패터슨이라는 사람이 고무(Gutta Percha)로 만든 골프공을 가지고 로버트슨을 찾아왔다. 로버트슨은 그 공을 보는 순간 3대째 이어 내려온 자기의 가업이 이제 끝이라는 예감을 가졌다. 일반 골퍼들은 가격이 훨씬 싸면서도 더 멀리 날아가고 또 완벽한 원의 모양을 가진 고무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로버트슨이 많은 골퍼들을 모아놓고 시범경기를 하면서 고무공을 꺼내 티샷을 했다. 그 샷은 심한 훅이 나면서 숲으로 날아가 버렸고 로버트슨은 다시는 고무공을 치지 않았다. 로버트슨이 고의로 훅을 내서 고무공의 품질을 비하한 것이었다. 로버트슨은 모리스에게도 절대로 고무공을 쳐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후 모리스가 라운드를 하던 중 깃털 골프공이 망가져서 친구로부터 고무공을 빌려서 플레이 했는데, 그 광경을 본 로버트슨이 모리스를 현장에서 해고하고 말았다. 직업을 잃은 모리스는 세인트 앤드루스를 떠나 프레스트윅(Prestwick) 골프코스의 그린키퍼로 취직했다.

로버트슨의 골프실력은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최고로 인정 받았는데 일반 골퍼들은 그를 ‘챔피언 골퍼’ 라고 불렀다. 모리스의 실력도 로버트슨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지만 그에게 도전하는 일은 없었다.

머셀버러(Musselburgh)에 살고 있는 윌리 팍(Willie Park)은 타고난 장타자였다. 그는 일부러 세인트 앤드루스까지 와 플레이 하면서 자기의 실력을 과시했고, 로버트슨과 일대일 매치를 원했다. 로버트슨이 그를 철저히 무시하자 윌리 팍은 신문에 공개 도전장을 광고했고 머셀버러의 골퍼들은 로버트슨이 매치를 고의로 피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세인트 앤드루스의 골퍼들은 로버트슨이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고 골퍼들의 감정은 지역 간 자존심 싸움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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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로버트슨의 뒤를 이어 세인트 앤드루스의 자존심을 지킨 골퍼 톰 모리스.


제1회 디 오픈


1859년 마흔 네 살의 로버트슨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골퍼들은 그가 가졌던 명예로운 칭호인 ‘챔피언 골퍼’를 물려 받아서 골프의 최고수로 인정 받기를 원했다. 1860년 ‘제2인자’를 자부했던 골퍼들이 프레스트윅 골프코스에 모여 ‘챔피언 골퍼 결정전’을 개최했다. 챔피언 골퍼에게 시상할 챔피언 벨트도 준비했고, 매년 대회를 개최하여 챔피언 골퍼를 뽑기로 합의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의 골퍼들은 당연히 톰 모리스가 우승할 것으로 믿었고, 머셀버러에서는 윌리 팍이 챔피언골퍼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결과는 윌리 팍 우승, 톰 모리스 준우승 이었다. 첫 대회에서는 ‘디 오픈’이라는 대회명도 없었지만 역사가들은 그 대회를 제1회 디 오픈으로 인정했고, 초대 챔피언의 영예는 윌리 팍에게 돌아갔다.

챔피언 골퍼라는 명예는 오늘까지도 이어져 내려와 디 오픈 우승자를 부르는 공식 명칭은 ‘The Champion Golfer of the Year’이다. 올해 디 오픈은 오는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로얄 버크데일에서 개최되는데 시상식에서 The Champion Golfer of 2017로 호명될 선수가 누구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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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의 초대 우승자, 윌리 팍.


참가자격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

디 오픈을 개최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코오롱 한국오픈의 1, 2위 선수에게 디 오픈 출전자격을 부여했다. 올림픽도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출전권을 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R&A가 한국 남자골프의 높은 수준을 인정한 것인데 대한골프협회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현재 출전자격을 획득한 한국선수는 김기환 김경태 김시우 송영한 장이근 안병훈 왕정훈 등 7명이나 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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