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사진)이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홀의 짧은 퍼트 미스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후 5년 4개월 만에 찾아온 성공 스토리다. 지난 시간 김인경은 골프역사상 가장 짧은 퍼트(40cm)를 놓쳐 메이저 우승을 날린 ‘불운의 아이콘’으로 매년 리바이벌됐다.
김인경은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를 마친 후 바닷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올렸다. 그런 여유는 6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지속된 마음속 깊은 상처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 오히려 담담해 질 수 있지 않았나 짐작된다.
우승후 터져나온 김인경의 언어는 오랜 마음고생 끝에 나온 결정물처럼 느껴진다. 김인경은 우승 인터뷰에서 “우승하는 순간 거의 울 뻔 했다. 2012년 이후 이번 우승까지 오랜 과정을 거처야 했다.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이제 다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2012년의 아픔으로 인해 모든 샷에 똑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 게 비록 아주 짧은 퍼트일지라도...”라고 말했다.
김인경은 선수들 사이에선 4차원으로 통한다. 오로지 우승이나 성공을 위해 살지 않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몇 년 전 후원사에서 개최한 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주로 향했다. 자신의 뿌리를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엔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민족의 뿌리인 동이족이 건설한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서 였다. 그 주엔 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김인경은 아이들과 동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약자 편에 서길 원한다. 발달장애아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 올림픽의 홍보대사를 맡은 것도 이런 인성과 무관치 않다. 김인경은 또한 골프를 통해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는 퍼스트티코리아 재단의 이사이기도 하다. 김인경은 “아이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아 퍼스트티 이사 직을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까이에서 본 김인경은 4차원이라기 보다 지극히 정상적인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김인경은 비틀스를 좋아한다. 기타를 배운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킹스반스에서 차로 4시간이면 비틀스가 탄생한 리버풀에 닿는다. 오랜 시간 김인경을 위로해 준 명곡 ‘헤이 주드’는 비틀스의 작품이다. 짧은 퍼트를 놓친 후 손으로 입을 막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김인경에게 상처가 아닌, 추억으로 남게 됐다. 김인경은 치명적인 실수를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켰고 결국 현인(賢人)이 됐다. 이강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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