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메이웨더-맥그리거] ‘절묘하게 끝난 소문난 잔치’ - 3가지 쟁점 분석
이미지중앙

맥그리거의 턱을 같아하고 있는 메이웨더(오른쪽).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승자는 예상대로 플로이드 메이웨더(40 미국)였다. 메이웨더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코너 맥그리거(29 아일랜드)와의 슈퍼웰터급(69.85kg) 12라운드 복싱 경기에서 10라운드 TKO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반응은 크게 양분된다. ‘역시 메이웨더!’와 ‘맥그리거가 진정한 승자’라는 구도다. 어느 쪽이 옳을까?

# 초반 맥그리거의 선전

먼저 경기 내용을 보면 맥그리거는 초반 선전했다. 가 공개한 채점표를 보면 1라운드는 모두 10-9로 맥그리거 우세였다. 3명의 부심 중 2명은 이후 2라운드부터 9회까지 메이웨더에게 10점(우세)을 줬고, 나머지 한 명은 3라운드까지 맥그리거의 우세(30-27)로 판정했고, 4회부터 메이웨더 우세로 돌아섰다.

이미지중앙

가 공개한 메이웨더-맥그리거 경기의 채점표. 4회 이후 메이웨더가 경기를 지배한 것은 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3라운드까지는 맥그리거가 나름 잘 버텼다고 이후 시간이 갈수록 메이웨더의 경기를 지배했다는 사실이다(9회까지 89-81 89-82 87-83로 메이웨더 우세). 논쟁은 초반 맥그리거가 잘한 것인지, 아니며 메이웨더가 의도한 것인지의 여부다. UFC쪽은 맥그리거의 펀치 및 복싱적응도를 높이 평가했고, 복싱 쪽은 맥그리거가 잘한 것이 아니라 메이웨더가 그렇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폄하한다.

먼저 UFC 쪽은 대체로 맥그리거가 잘 싸웠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크리스 사이보그, 스티븐 톰슨, 페이지 밴잰트 등 평소 맥그리거의 복싱 도전 행보를 응원했던 파이터들은 모두 "잘 싸웠다"며 맥그리거의 선전을 칭찬했다. 심지어 맥그리거의 라이벌인 네이트 디아즈의 형 닉 디아즈도 "3라운드 이상 더 갈 줄 알았다"며 맥그리거의 경기에 호의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하지만 복싱계는 ‘칫’ 하는 반응을 보인다. 다수의 유명복서를 지도한 바 있는 김한상 관장(한남체육관)은 “노련한 메이웨더가 안전하게 승리하기 위해, 초반을 흘려보낸 뒤 중후반 이후에 KO를 노렸고 이게 적중했을 뿐이다. 초반부터 메이웨더가 몰아붙였어도 충분히 승리했겠지만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쪽이 맞을까?맥그리거가 아일랜드에서 배관공을 그만두고, 격투기를 시작했을 때 이미 메이웨더는 39승을 거둔 세계적인 복서였다. 메이웨더는 복싱계에서도 ‘맞지 않고 확실하게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로 통한다. 지면 망신인 까닭에, 0.1%의 반전가능성도 만들고 싶지 않은 메이웨더의 전술이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았을까?

#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메이웨더의 정타가 연속으로 맥그리거에게 꽂히던 10라운드 1분5초께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기 후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의 펀치가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았다”며 심판의 빠른 경기중단을 아쉬워했다. 맥그리거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는 UFC 팬들도 “뭐, 그 정도로 경기를 중단시키냐?”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복싱계는 시선이 다르다. 맥그리거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기가 중단되지 않았으면 링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서 이 경기를 중계한 황현철 SBS복싱해설위원은 복싱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승부는 끝난 것이다.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처참한 광경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중앙

세기의 대결. 공식 승자는 메이웨어였지만, 진정한 승자는 맥그리더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경기 중 선수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는 격투기보다 복싱이 더 많다. ‘한방’보다도 ‘누적된 펀치’가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위력의 펀치도 체력이 뚝 떨어졌을 때는 데미지가 더 큰 법이다. 따라서 이번 심판의 경기중단은 맥그리거마저 승자로 만드는 묘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 체력도 싸움의 기술

한 체육대학에서 유도와 태권도 부 간에 싸움이 났다. 좁은 술집안에서는 유도가 우세했지만, 옥외로 나오자 유도부가 도망가고 말았다고 한다. 맞다. 싸움의 결과는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UFC는 지구력보다는 순발력과 파워가 뛰어나야 유리하다. 반면 복싱은 아무리 순발력과 파워가 좋아도 12라운드(36분) 동안 스텝을 밟으며 버티는 체력이 필수다. 모든 국가대표가 참여하는 태릉선수촌의 4.5km 달리기에서 복싱의 문성길이 1등을 차지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한상 관장은 “같은 복싱이라고 해도, 4라운드를 뛰는 아마추어와 12라운드를 소화하는 프로의 경기력 차가 존재한다. 그러니 UFC에서 최대 25분을 뛰는 맥그리거가 경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고전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황현철 위원도 “오히려 메이웨더의 몸상태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전성기에 비해 파워나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만일 지금 상태에서 파퀴아오와 붙었다면 패색이 짙었을 것이다. 복싱룰로 하면 UFC 최고의 파이터라고 해도 세계적인 복서를 이기기 힘들다”고 평가했따.

체력이 떨어지면 펀치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타격에 의한 충격도 크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미디어 에 따르면 잽의 경우 메이웨더가 성공률 31%(18/59)로 맥그리거(28%, 27/98)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파워 펀치에서 메이웨더는 무려 58%(152/261)의 적중률을 나타내며 25%(84/332)에 그친 맥그리거를 압도했다. 종합 펀치에서도 메이웨더(53% 170/320)가 맥그리거(26% 111/430)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