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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사람이 부상 없이 운동하는 그날까지, ‘발 박사’ 젬피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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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에서 포즈를 취한 젬피 윌슨. 한국에는 수차례 방문했었으나 관광을 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진=피츠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근양 기자] “부상 없이 운동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꾸준히 운동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기량이 늘면 늘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나 엘리트 선수들은 부상이랑 친숙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같은 자세를 반복 숙달하기 때문이다.

젬피 윌슨(Jempi Wilssens, 61)은 위의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아 반평생을 연구한 사람이다. 벨기에 태생으로 RS그룹의 설립자인 그는 한때 육상 선수였다. 선수시절 잦은 부상을 겪은 그는 ‘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부상을 겪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항상 듣는 말은 부상 당한 부위를 쓰지 말고 쉬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윌슨은 이는 부상을 입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발’에서 찾았다.

발은 신체의 하중이 몰리는 곳이고 움직임이 많아 부상을 당하기 쉬운 신체 부위다. 양 발을 합쳐 52개의 뼈와 60개의 관절, 38개의 근육, 214개의 인대와 수많은 혈관이 지나다녀서 어느 한곳에 부상을 입으면 단계적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또 부상으로 인해 걸음이 잘못되면 골반, 허리, 목 등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반대로 허리나 골반, 어깨 등에 부상을 입었을 경우 이에 대한 반사 효과가 걸음에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골반이 틀어진 경우 보행할 때 중심을 잡기 위해 특정 발에 하중을 더 많이 싣게 된다.

오늘날에 와서야 발과 걸음걸이가 척추와 각종 관절에 영향은 준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옛날엔 아니었다. 특히 젬피 윌슨이 연구를 시작한 1980년에는 이에 관한 연구가 매우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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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젬피 윌슨이 자체 개발한 Podo-Scan. [사진=피츠코리아]


젬피 윌슨은 1980년에 보행 분석 전문회사인 RS(Runners Service)를 설립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처음 몇 년간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그래도 윌슨은 이 시절이 가장 흥미진진했다고 자평한다.

“비록 창고에 가까운 사무실에서 밤낮없이 일했어도 하나 둘 씩 시행착오를 거쳐나가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 피곤한 줄 몰랐다”

가시적인 첫 성과는 1984년 Podo-Scan을 개발이다. Podo-Scan은 젬피 윌슨이 직접 만든 기계로 정적인 상태에서 발에 부과되는 압력을 측정한다. 그는 이 기계로 많은 이들의 발과 부상을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Podo-Scan으로는 오직 발바닥 단면의 형태와 압력만을 확인할 뿐이었다. 발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장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젬피 윌슨은 1998년 RSscan International 설립하고 footscan®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정적인 상태의 압력뿐만 아니라 발의 모습을 3D로 정밀 스캔하고 보행 또는 주행 시 발에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하중을 스캔한다. 이 후 윌슨은 2000년 까지 2만 5,000여 명의 발과 보행에 관해 연구를 한다.

RS그룹은 RS Lab과 RSscan으로 나뉘어 RSscan은 footscan®을 계속 발전 시켰고 RS Lab은 벨기에 내 4개의 센터를 운영 중이며 고객에 발에 맞는 신발 추천 시스템을 통해 연간 5만 켤래의 신발을 판매 중이다. 매해 유럽에서 300여 명의 국가대표 선수 및 프로선수들이 운동역학 분석을 위해 RS lab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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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스 랩(RS lab)에서는 체계적인 보행 분석이 이뤄진다. [사진=피츠코리아]


하지만 윌슨은 자신의 사업의 가장 큰 전환점을 다른데서 꼽았다. 바로 2014년 세계적인 3D프린팅 전문 기업인 Materialise와 손을 잡고 RS print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개인 맞춤형 인솔(깔창) 피츠(Phits)다.

이전까지는 시스템을 통해 부상을 진단하고 운동에 대한 처방, 신발 및 인솔 추천을 할 때 인솔의 정확하게 만들기 힘들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인솔로는 부위별로 경도를 다르게 하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동적인 움직임에 대한 탄성이나 방향성을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적용한다고 해도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3D프린팅을 통해 이 모든 문제기 해결 되었다. 피츠 등장 이후로 이전에 없었던 개인만의 맞춤 솔루션이 탄생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이 피츠 인솔을 통해서 부상 방지 및 경기력 향상 효과를 봤다.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폴라 래드클리프를 비롯해, 베이징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인 사무엘 산체스 등이 대표적이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10개 국의 선수들이 6개 종목에서 피츠 인솔을 사용했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피츠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스포츠 셀럽들은 입소문을 통해 피츠 인솔을 사용하고 있다. 태권도의 이대훈, 펜싱의 남현희, 골프의 최운정, 다니엘 강을 비롯해 축구의 박주영, 오범석이 그들이다.

한국 나이로 환갑이 지난 젬피 윌슨은 아직도 정력적이다. 본인의 사업 외에도 세계 각국의 대학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쉴 때는 등산과 마라톤을 병행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한편으론 맥주 좋아하는 벨기에사람답게 수제 맥주를 만들어 ‘RS Beer’라고 명명할 정도로 유쾌하다. RS가 Runners Service의 약자인 만큼 저 맥주가 러너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또 진취적인 인물답게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에 와서는 “어떻게 한국에는 테슬라(전기차 브랜드)가 하나도 안 보인다”라며 혀를 찰 정도다(그는 테슬라를 탄다). 이어서 RS그룹이 소유한 빌딩은 태양열, 풍력, 지열 등으로 에너지를 사용해서 공해 배출이 '제로(0)'라고 으스댔다.

어찌보면 젬피 윌슨은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충분히 부와 명예도 쌓았다. 본인이 원한다면 충분히 은퇴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 목표는 “모든 사람이 부상 없이 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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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에도 건강을 자랑하는 젬피 윌슨. [사진=피츠코리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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