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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75] 캐나다 골프를 상징하는 레드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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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이번 주 캐나다 오타와에서 마무리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디언퍼시픽여자오픈 시상식에서 생긴 일이다. 빨간색 상의 제복을 입은 남녀 군인 2명이 커다란 트로피를 들고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챔피언 박성현이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이들은 양 옆에서 호위하듯 박수를 쳤고 함께 사진촬영을 했다. 트로피를 든 챔피언과 함께 사진 찍는 사람은 메인 스폰서가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좀 독특했다. 남자 군인은 자신이 쓰던 챙이 넓은 모자(19세기 보병이 쓰던 포리징캡)를 벗어 박성현에게 씌워주고 자신이 박성현의 모자를 대신 쓴 채로 사진을 찍은 익살도 보였다.

이 대회는 캐나다골프협회(골프캐나다)가 주최하는 내셔널타이틀이다. 뜬금없이 웬 군인인가 싶지만, 지난 8월1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캐나디언오픈에서 2연패를 한 조나단 베가스의 양 옆에도 역시 빨간 옷의 군인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인가? 왜 항상 챔피언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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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서지가 캐나다 남녀오픈에서 항상 트로피를 챔피언에게 전달해주는 의례를 치른다.


공식 행사에는 어김없이 RCMP
‘캐나다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캐나다인 대상 설문이 나왔을 때 캐나다 국기와 국가에 이어 빨간 제복 ‘레드서지(Red Serge)’가 그 다음으로 꼽히곤 한다. 레드서지의 정식 명칭은 왕립캐나다 기마경찰대 RCMP(Royal Canadian Mounted Police)다. RCMP는 캐나다가 1867년 영국에서 자치령으로 독립할 무렵에 서부 영토 치안을 담당할 부대가 필요해서 창설되었다. 그것이 기마부대인 이유는 당시 제일 빠른 운송수단이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RCMP는 오늘날 캐나다 연방경찰 역할을 한다. 미국으로 치면 FBI와 보안관을 섞은 기능이다. 국내외 정보와 첩보 업무도 하지만, RCMP는 캐나다인들의 생활 곳곳에 등장한다. 관공서나 공공 시설에서 빨간 유니폼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포리징캡을 쓰고서 관광객들을 돕는다. 그래서 캐나다하면 바로 빨간 제복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레드서지는 RCMP가 근무 중에 의무적으로 입는 옷은 아니다. 대신에 공공행사, 뮤지컬 라이드, 도로 퍼레이드 등 정부의 공적인 권위를 대변하는 행사장이면 의례복처럼 입는다. 경찰들은 장례식이나 결혼식에서도 이 옷을 입는다. 경찰이 신랑일 때도 입는다. 따라서 남녀 내셔널타이틀인 캐나다 남녀골프오픈에서 RCMP가 트로피를 나르고 챔피언을 축하해주는 전통이 매년 치러지는 것이다. 캐나다의 상징인 레드서지가 챔피언을 호위하면서 축하해주는 의미있는 세리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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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RBC캐나다오픈을 2연패한 조나단 베가스.


‘제5대 메이저’ 지위 잃은 캐나다오픈
캐나다 남녀 골프대회는 역사와 전통을 가졌지만 이름난 캐나다 선수가 적어서 점차 위축되고 있다. 초기에는 메이저급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은 평범한 대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자대회인 캐나다오픈은 1904년에 시작되어 남아공오픈 다음으로 역대 4번째 오래된 대회이며, 개최 횟수로는 아르헨티나오픈(112회)에 이어 올해 108회를 개최해 역시 역대 4번째다. 이 대회는 1987년까지는 ‘제 5의 메이저’로 불렸다. US오픈과 디오픈 사이에 있어 캐나다오픈까지 한 해에 3개국 내셔널타이틀을 우승하는 것을 ‘트리플크라운’이라고 불렀다. 1971년에 리 트레비노가 3주 연속 열린 3국의 내셔널타이틀 우승을 처음 달성했고, 29년이 지나 2000년에 타이거 우즈가 트리플 크라운을 추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1974년에 PGA투어에 의해 더플레이어스가 생겨나면서 ‘제 5의 메이저’라는 이름을 뺏겼다. 주요 출전 선수들이 대회의 규모와 크기를 결정하는데 캐나다오픈은 더플레이어스만큼 유명선수의 출전이 적었다. 캐나다 내셔널타이틀인 이 대회에서 우승은 미국 선수가 73번으로 가장 많다. 잉글랜드, 호주 선수가 8번씩 우승했으나 정작 자국 캐나다 선수의 우승은 8번에 그친다. 그것도 1906년 찰스 머레이가 처음 우승한 이래 외국 선수의 출전이 극히 드물었던 1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7번이었다. 이후로는 미국 선수들의 우승 독무대였다. 1954년 팻 플레처 이후로 아직까지 캐나다 국적 선수의 우승 기록은 없다.

메이저급에 해당하는 지위를 잃게되면서 메인 스폰서도 변동이 있었다. 대회 명칭은 세 번 바뀌었다. 초기부터 1993년까지는 캐나다골프협회에서 주최하는 캐나다오픈이었으나, 1994년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12년간 벨캐나다오픈, 2008년부터는 캐나다왕립은행(RBC)이 메인 스폰서가 되어 현재 RBC캐나다오픈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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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전폭적인 응원을 받았던 핸더슨은 12위로 마치며 캐나다인의 우승을 뒤로 미뤘다. [사진=CP여자오픈]


메이저 지위 잃은 캐나다여자오픈
이같은 문제는 여자 골프대회도 마찬가지다. 올해 CP(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으로 열린 이 대회는 1973년에 시작되어 45회를 치른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79년에 담배회사인 듀모리에가 메인 스폰서가 되면서 2000년까지 21년간 LPGA투어 메이저 대회로 치러졌다. 하지만 1999년에 담배회사가 공공 대회의 스폰서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면서 듀모리에는 여자골프대회 스폰서 관계를 정리했다. 대회는 메이저 지위를 이듬해부터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넘겨주었다.

메인 스폰서도 2001년부터 몬트리올은행이 5년간, 2006년부터 캐나다국립철도(CN)가 2013년까지 후원사였으나, 2014년부터는 캐나다퍼시픽철도(CP)로 바뀌었다. 비록 메이저에서 탈락했지만 이 대회의 상금 225만달러는 일반 대회 중에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이 대회 역시 캐나다 자국 선수의 우승이 없다시피하다. 미국이 29번 우승했고 한국이 3번(2005년 이미나, 2014년 유소연, 2017년 박성현)으로 호주, 뉴질랜드와 동률 2위다.

올해 3라운드에서 어리지만 당찬 브룩 핸더슨이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홈 코스 오타와헌트&골프클럽에서 코스 레코드를 세우면서 우승권으로 올라섰을 때 갤러리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거기에는 내셔널타이틀 대회에서 캐나다인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던 열망이 깔려 있다. 이 대회에서 캐나다 선수가 우승한 건 1973년 제 1회 대회에서의 조이슬린 브라사 한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핸더슨은 우승에의 부담 때문이었는지 마지막날 부진하면서 공동 12위에 그쳤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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