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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터스가 아시아에 매년 골프 대회를 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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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재킷을 입은 오거스타내셔널 회원들이 아시안아마추어챔피언십 무빙데이에 제법 많이 보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웰링턴)=남화영 기자] 마스터스를 매년 개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이 매년 아시아 지역에 골프 대회를 개최한다. 우승자에게는 이듬해 마스터스 출전권을 주는 빅 이벤트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로얄웰링턴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아시안아마추어챔피언십(AAC) 3라운드에 곳곳에서 그린재킷을 입은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이 모습을 보였다.

단일 골프장에 불과한 오거스타내셔널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아시아 40여 개국에 120여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항공료에서 식음, 숙박까지 전액 후원하는 골프 대회인 AAC를 여는 건 무슨 생각에서일까? 골프 마케팅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마스터스의 통 큰 투자 이면에 깊은 속셈과 장기적인 플랜이라도 있는 걸까?

아시아 각국에서 6명(개최국은 10명) 이내 선수들을 오거스타내셔널이 직접 선발한다. 대회가 열리면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서 도맡아 코스를 세팅하고 운영에 참여한다.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는 이들의 연결을 맡을 뿐이다. 지난해 한국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선수 한 명당 들어간 비용은 최소 500만원이 넘었다. 일주일간 어림잡아 20억원 이상 드는 대회 비용을 오거스타내셔널이 전부 부담한다. 매년 아시아에 이런 골프 잔치를 열어 주어서 마스터스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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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웰링턴 클럽하우스 입구에 진열된 마스터스 트로피(왼쪽부터)와 AAC트로피 및 디오픈 트로피 클라렛저그.


각 메이저의 차별화 각축전
회원은 300여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진 오거스타내셔널은 남자 골프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매년 4월초에 개최하는 게 유일한 대외 행사다. 오늘날 세계 최대 골프 이벤트인 4대 메이저는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US오픈, 영국의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 8월의 PGA챔피언십이다. 메이저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값어치를 최고로 만들려는 전략과 경쟁이 치열하다.

R&A가 주관하는 디오픈은 1860년에 시작한 가장 오랜 골프 대회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아시아에 골프를 전파하겠다는 계몽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골프환경기구(GEO)와 연계해서 2009년부터 ‘지속가능한 골프’ 이념을 아시아에 전파하고 있다. 매년 아시아 각국의 골프장을 대상으로 친환경 인증 시스템을 소개하거나 골프장 개발, 운영 관련 세미나를 무료로 개최한다. 이를 통해 R&A는 신설 골프장에 대한 개발, 운영 표준을 제시하면서 아시아 골프장의 미래에 선도자 역할을 자청하는 것이다.

마스터스는 메이저의 전통과 역사로 따지면 1860년 시작한 디오픈에 뒤지고, 규모로 따지자면 미국 전역에서 1, 2차 예선전을 치르는 US오픈(2014년 역대 최대 1만127명 응모)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스는 매년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기고, 최고의 선수들에게서 출전조차 영광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향후에도 마스터스가 골프업계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의 시장인 아시아에 마스터스의 가치를 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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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AAC를 창설하고 키워온 빌리 페인 대신 신임 오거스타내셔널 회장 프레드 리들리가 올해 대회에 참석했다. [사진=AAC]


올림픽 성공 모델의 벤치 마킹
1996년 애틀랜타 하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낸 빌리 페인 오거스타내셔널 전 회장은 마스터스의 수익 중에 일부를 떼어서 아시아에 주니어용 대회를 만들었다. 그게 2009년에 중국 선전 미션힐스에서 시작한 AAC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AAC를 통해 두 가지를 실현하려 한다. 첫째는 주니어 엘리트를 육성해서 그들이 가장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마스터스가 되게끔 꿈을 심는 것이다. 둘째는 골프가 전파되지 않은 아시아 각국에 골프의 씨앗을 널리 뿌리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보완되는 논리로 연결된다.

AAC는 4라운드 대회지만 예선에서 떨어진 선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게 특징이다. AAC조직위는 탈락한 선수들이 개최지 인근의 관광 스케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을 하지 않는 선수라면 드라이빙 레인지나 그린에서 연습하거나 다른 선수의 경기를 참관하도록 했다. 올림픽을 주관했던 페인은 개막식과 폐막식에 모든 선수들이 참여해서 대회의 가치에 동화되기를 바란 것이다. 실제로 2라운드에 컷을 통과 못한 한국 선수 2명은 선두조를 따라다니면서 다른 나라 선수의 경기를 체험하고 오후에는 연습을 했다.

이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실력이 모자라는 아시아 국가라도 6명 이내에서 꼭 초청한다. 올해 출전국 중에는 9홀 골프장이 한 개 뿐인 부탄도 있었다. 2명이 출전한 쿡아일랜드에는 18홀 코스가 2개다. 역시 2명이 출전한 솔로몬 아일랜드에는 18홀 코스가 한 개다. 18홀 코스 2개인 파푸아뉴기니에서도 2명에 파키스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서도 선수가 출전했다. 참가국의 골프 실력보다는 참가국에 미칠 골프 대회 이미지가 더 중요했다. 올림픽이 지구촌 축제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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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히데키와 관텐랑이 이 대회가 발굴한 최대 스타다.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가 2승씩 챔피언을 배출했다.


9년간 빠르게 정착한 대회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태국, 중국, 호주, 홍콩, 한국을 거쳐 뉴질랜드까지 9년째 이어온 이 대회에서 오거스타내셔널은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까? 현재까지 성적표는 우수하다. 마스터스로서는 충분히 명예와 함께 미래 시장까지 얻게 됐다는 평가다.

2, 3회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가 세계 골프 랭킹 4위에 올라 있는 것은 이 대회가 훌륭한 등용문이란 증거다. 4회 대회에서 14세의 중국 골퍼 관텐랑이 최연소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역시 최연소로 컷 통과한 것은 중국 골프를 깨운 큰 성과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10년도 되지 않은 대회임에도 이같이 빠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다.

한국 선수들을 이끌고 올해 AAC에 파견된 고성원 대한골프협회(KGA) 과장은 초창기와 달라진 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괌, 미얀마처럼 예전에는 예선 탈락만 하던 나라 선수들이 본선에서 당당하게 겨룬다. 아시아 각국에 AAC가 전파되었고 그만큼 중요한 대회가 됐다는 의미다. 또 하나. 출전 선수 평균 연령이 어려졌다. 초창기에 보이던 프로 대회에 나갈 연령대가 사라지고 주니어로 평준화되었다. 그만큼 주니어 이벤트로 자리매김 했다는 의미다.”

마스터스는 AAC를 9년째 개최함으로써 마스터스를 아시아 주니어 골퍼의 성전(聖戰)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동시에 5년이 지난 2014년부터는 마스터스 한 주 전 주말에 미국 내에서 7~1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DCP(드라이브, 칩 & 퍼트)챔피언십도 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어린이와 젊은 부모들에게도 마스터스의 꿈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는 AAC 챔피언에게 마스터스 출전권에 더해 디오픈 출전권까지 더해졌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아시아 전략을 장기 플랜을 뒤늦게 깨달은 R&A의 물타기 전략으로도 읽힌다. 아시아 소년들에게 꿈의 대상을 마스터스에게만 넘겨주지 않겠다는 R&A의 대응 논리다. 이 또한 AAC의 위상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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