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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록의 월드 베스트 코스 15] 유럽의 꿈의 휴양지 산로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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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이어지는 라군에 조성된 산로렌조.


겨울철 저가 항공을 이용해 이베리아반도의 남쪽 끝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 근처 파로(Faro)로 떠났다. 유럽은 항공사간 경쟁이 치열해 저가 항공이 일찌감치 발달했는데 런던에서 포르투갈의 파로까지 편도로는 극도로 저렴한 항공편이 있다. 물론 길게는 1년 전 짧게는 6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인의 휴가 계획은 1년 전부터 시작된다.

포르투갈 파로와 스페인 말라가는 골프와 요트로 유명한 유럽 휴양지다. 상대적으로 겨울에 밤이 길고 습기 많은 북구의 추운 날씨를 피해 유럽인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평균 기온은 겨울에도 아침에는 약 19도, 낮은 27도 정도다. 유럽인 중 상당수는 이곳에 겨울 별장을 가지고 일년의 반은 본국에서 반은 이곳에서 지낸다. 은퇴한 노년에는 아예 이곳에 집을 사서 라운드를 하며 좋은 날씨를 즐긴다.

우리 일행도 겨울 크리스마스를 끼워 파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항공백에 넣은 김치 포장이 터져 공항 콘베이어벨트에서부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랴. 다행이 밤늦은 비행기라 공항에 사람이 많지 않아 큰 소동 없이 수습할 수 있었다. 한국인은 역시 투어 중에 먹는 게 큰 걱정이다. 한국식을 고집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장소임에도 컵라면, 햇반, 봉지 김치 등으로 해결해야 하니 준비하는 이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메디칼(의료) 이유로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친절하게 제공하니 알아두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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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면한 6번 홀 그린.


유럽의 베스트 휴양지
주위에 골프장이 많아 선택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으뜸은 산로렌쪼’라는 프로 골퍼의 귀띔에 설렘이 작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88년 개장, 짧은 역사에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으니 TV를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바다와 호수가 함께 있는 지역에 만든 골프장이라 하니 아름다울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설렘은 더했다. 우리나라도 경포대나 속초 같은 지역이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경관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2011년 유럽 지역 베스트 골프 휴양지로 선정되었다 한다.

골프장이 있는 곳은 퀸타도라고인데 거의 평지성 지역에 언덕을 중심으로 다소 업다운이 있다. 한국처럼 산이 있어 많은 양의 토목 공사를 요하는 그런 지형은 아니다. 그저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든 골프장이다. 날씨는 한국의 제주보다는 온도가 높고 식물은 대부분 넓은 잎이 그늘을 만들고, 야자수가 늘어져 제주나 싱가포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토양은 마치 사막과 같이 회백색 굵은 모래로 이루어져 스프링클러로 계속 물을 공급해야 한다. 실제 골프장 내 풀이 없는 지역은 이른바 마사토로 이루어진 맨땅이 많다. 키작은 소나무가 남국의 열대림과 같이 코스 전체를 감싸고 있어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클럽하우스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골프장을 끼고 있는 호화 별장이 가깝게 자리하고 있어 샤워를 굳이 클럽하우스에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날이 더워 운동 후 바로 발코니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 한 후에 숙소로 가서 샤워를 한다. 따라서 굳이 클럽하우스를 지으면서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파5인 1번홀은 11시 방향으로 꺾이는 도그레그 홀이다. 티 박스에 오르는 순간 바다와 호수는 간 데 없고 사막 위에 만든 골프장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좌우로 키 낮은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코스를 따라 배치되어 나무 그늘 밑으로 마사토의 회백색 속살이 드러난다. 티 박스에 오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새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이 코발트블루 하늘이 청아한 느낌마저 든다.

6번 홀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군을 지나 내리막으로 멀리 바다가 우리를 반긴다. 아니 우리가 바다를 그리워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기다리던 바다를 보며 가슴을 쭉 펴고 심호흡을 한다. 갯내음이 심호흡을 타고 몸으로 파고든다. 육지에서 물길을 건너 백사장이 있는 색다른 구조를 지녔다. 그 백사장으로 향하는 목조 다리가 마치 석양으로 달려가듯 바다를 향한다. 그 다리 끝에 조그만 목조 건물은 아마도 석양을 만끽하기 위한 쉼터가 아닐까?

위에서 내려보는 더 넓은 바다는 우리를 맞이하는데, 페어웨이는 보이지 않는다. 전장 384야드에 10시 방향으로 꺾이는 도그레그다. 우측은 바다 좌측으로 숲이 덮여있는 내리막 언덕. 안전하게 우측 페어웨이를 노리다 보면 내리막 런이 많아 백사장으로 볼이 들어갈 수 있다.

8번 홀 바다를 뒤로 남겨 두고 언덕을 넘어서면 오른쪽에 더 넓은 호수가 나온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크기에 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호수의 색이 바다와 같은 코발트블루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고민을 하는데, 코스맵을 보고 더 놀란다. 577야드 파5인데 S자 라인이 2번이나 연속되는 뱀의 모습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저택이 시야에 들어온다. 겨울을 보내기에는 집이 너무 크고 화려하다. 통상 호수를 레이크라 표현하지만 이곳은 라군이라 한다. 라군은 환초로 둘러싸인 바다를 얘기하는데,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지역을 모래가 막아 만들어진 호수다.

12~15번은 저 멀리 푸른 대서양을 보고 달리는 홀이다. 네 개 홀 모두 까다롭기는 해도 무난하게 파를 잡을 수 있다. 그린 뒤로 짙푸른 대서양의 바다와 불어오는 해풍을 맞고 걸어가는 페어웨이 발걸음이 가볍다. 15번 홀은 내리막이라 거리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러나 10개의 벙커가 페어웨이 좌우로 산개해 볼을 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깊은 벙커를 피하는 좌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그린 앞에서도 벙커를 피하고 열린 시야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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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같은 형상의 18번 홀.


마지막 두 홀은 장엄한 마무리
17번과 18번 홀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이라 하니 마음이 앞서 간다. 해는 점점 서쪽 대서양의 깊은 바다로 쓰러져 간다. 저녁 노을이 점점 붉은 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17번 홀은 380야드 파4 홀이다. 그러나 좌측은 페어웨이를 따라 그린까지 라군이다. 따라서 오른쪽 첫 번째 벙커를 넘겨 페어웨이에 안착시키는 정확도가 요구된다. 만일 라군 쪽으로 볼이 가는 경우 그린 앞 물을 또 넘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

페어웨이 위에 흰색 새가 넓게 깔려 있다. 티 샷과 동시에 비상하는 볼을 따라 새도 난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로 나는 흰 새가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를 느낀다. 티 박스 방향으로 대서양을 바라본다. 해는 점점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하늘은 낮보다 더 뜨거운 듯 붉은빛으로 쓰러지는 태양을 보듬고 있다. 깊어가는 노을빛으로 라군도 페어웨이도 자신을 버리고 붉은 색으로 변한다. 밤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는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이렇듯 아름다운 낙조를 본 경험이 있었던가?

해는 이미 사라졌는데, 해가 있던 서쪽 하늘은 구멍이 난 듯 밝은 기운이 남아 있다. 나 자신마저 이방인인양 그 장관 속에서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일찍이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광경이다. 과연 시그니처 홀이다. ‘이 홀을 낮에 라운드 했다면 이 광경을 놓쳤을 텐데’ 생각하니 더 큰 행복으로 충만했다.

18번 홀은 410야드 파4다. S자를 10시 방향으로 틀어놓은 형상이다. 그 S자의 중심을 라군의 푸른빛이 관통한다. 따라서 라군이 페어웨이 좌측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고, 페어웨이가 라군 위를 관통하는 다리처럼 좌측으로 휘어졌다 또 우측으로 다시 휘어지는 2중 도그레그다.

그린은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홀은 숱한 라운드 경험에도 불구하고 처음이다. 마지막 승부를 가르기에 충분한 난이도와 이변이 예상되는 디자인이다. 누군가는 물을 전전하다 홀을 포기할 수 있고, 만약 물을 피해 그린 좌측을 공략한다면 언덕의 깊은 숲으로 볼이 들어가 물보다 가혹한 시련을 만날 수도 있다.

앞서 홀을 마친 일행이 어슴푸레 그린 뒤 언덕으로 올라가 이미 어두워진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대서양의 먼 바다는 아직도 붉은 빛을 간직하고 저무는 아쉬움을 남긴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대단원의 마지막 두 홀을 마치고 나니 ‘이전의 홀은 들러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했지만 이미 샤워실만 남겨두고 문을 닫았다. 시원한 맥주를 원샷하며 노을에 관한 시 몇 수쯤은 읊으려 했던 우리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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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면한 리조트인 산로렌조.


위치: 포르투갈 알그라비 퀸타 도라고 8135-162 sanlorenzogolfcourse.com
문의 : ++ 351 289 396 522
재원 : 18홀(파72, 6862야드), 1988년 개장, 조셉 리 설계, 카트 가능, 캐디 없음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27년 핸디캡 6인 골퍼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거주하는 김 씨는 쿠알라룸푸르 트로피카나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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