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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백과사전 109] KLPGA의 탄생 전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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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옥희 프로는 KLPGA가 창립된 1988년에 미국 LPGA에서 1승을 올렸다. 2003년 한 골프잡지 인터뷰에 실린 사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1950년 13명의 선수가 중심이 돼 설립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협회는 올해로 68년째를 맞이한다. 1967년에 발족한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는 지난해 50주년을 치렀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올해로 창설 30주년을 맞는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가장 오랜 대회인 KLPGA챔피언십은 올해 제 40회 대회를 치르고 있다. 짧은 시간에 KLPGA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여자 3대 투어로 발전했다.

KLPGA의 시작은 미약했다.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가 창설된 지 10년이 지난 1978년에야 처음으로 프로 테스트를 치러 8명의 여자프로를 발굴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1988년에 KLPGA가 창설된다. 구옥희가 미국 스탠다드레지스터 터콰이즈클래식에서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달성하던 바로 그 해다.

국내 여자 대회 중에 가장 오랜 KLPGA챔피언십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초창기 KLPGA가 창립되던 무렵을 되돌아보려 한다. KPGA의 도움으로 대회가 만들어지고 또한 협회도 창립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규모는 KPGA를 능가한다. 오늘의 발전이 어떤 과정으로 시작되었는지를 되새겨 보는 일은 국내 여자투어가 더욱 튼튼하게 성장할 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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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 정회원 1,2기들의 단체 사진. 아래줄 왼쪽부터 한명현, 구옥희, 강춘자. [자료=KLPGA]


1977년 여자프로골퍼부 등장
1968년에 KPGA가 창립된 이후 7월25일 서울CC(지금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자리)에서 KPGA 초대 임원들과 후원회가 주축이 돼 프로 골프계의 발전과 프로 골퍼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정규 프로 대회는 아니지만 프로들이 출전하는 ‘월례경기’가 생겨났다.

1968년부터 1984년까지 16년에 걸쳐서 KPGA 월례경기는 72회 정도 열렸다. 매년 골프 시즌이 시작되는 4~5월에 시작해 11월까지 월 2회 개최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골프대회가 늘어나고 회원도 증가했다.

1975년 11월 열린 KPGA이사회에서 여성 프로 골퍼의 육성 문제가 처음 논의했다. 박명출 당시 KPGA협회장은 선진국의 예를 들어 여자 프로 골퍼의 양성안을 내놓았지만 이사진 대부분이 시기 상조라고 주장하면서 그 건은 연구 과제로 두기로 하고 일단락됐다.

1977년부터는 프로 골퍼들을 지원 육성하기 위해 후원회 경기를 신설해 월례경기와 공동으로 개최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1977년 4월에 열린 제55회 월례경기부터 아마추어부가 신설됐고, 이어 5월의 제56회 월례경기에서 비로소 ‘여자프로골퍼부’가 처음 등장했다. 아마추어지만 한국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다음 해 KPGA는 정식으로 여자 프로 골퍼를 회원으로 육성하기 시작한다.

당시 김성희가 유일하게 골프 레슨을 하고 있었고, 골프장에는 한명현, 배성순, 구옥희, 강춘자, 안종현 등 프로 지망 여자 골퍼들이 있었다. 김성희는 여성들이 골프를 하지 않던 1970년대 초부터 골프를 시작해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 골퍼로 불렸다. 그는 협회에 여자 프로부가 신설될 수 있도록 활동했고 박명출 회장에게 여자 프로부의 신설을 건의했다.

협회는 1978년 5월26일 로얄(올해 KL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여자 프로 골퍼를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첫 번째 프로테스트를 열였다. 그 결과 강춘자(오늘날 KLPGA 수석 부회장)가 1번이고 이어서 한명현, 안종현, 구옥희 등 네 명이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 골퍼가 되었다. 그로부터 2달여가 지난 8월10일에 제2차 프로테스트를 봐서 김성희, 이귀남, 고용학, 배성순이 합격해 총 8명이 여자 프로 골퍼로 입문했다. 뿐만 아니라 KPGA조직에도 여자 프로부를 신설해 회원으로 등록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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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제 11회 팬텀오픈 우승자 박남신과 이오순, 당시 남자 대회 부설로 여자 대회가 열렸다. [사진=KPGA]


1988년 여자프로협회의 독립
한국에서 여자 프로골퍼가 프로 경기에서 처음 시합한 것은 1978년 9월 20~23일 한양CC 구코스에서 열린 KPGA선수권 여자부 경기다. 당시 6명이 출전해 한명현이 317타로 우승했다. 남자 경기 마지막 조에 뒤이어서 여자부 6명이 티오프 했다.

이듬해인 1979년에는 남자 대회인 KPGA선수권과 함께 삼양오픈, 쾌남오픈에도 7~9명의 여자 선수가 3개조 정도 출전한다. 당시에 여자 회원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매년 두세 명씩 회원이 증가하다가 1987년에 여자 프로 골퍼들만 출전하는 3라운드 54홀 규모의 단독 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과 청우레이디스오픈이 열리게 된다. 이듬해는 1988년에 여자부 회원이 44명에 이르는 등 성장함에 따라 KPGA는 1988년말 타워호텔에서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여자 프로부를 별도의 사단법인체로 분리시켰다.

10년간 여자 프로 골퍼가 늘면서 KPGA는 각종 대회 운영에 과중한 업무 한계를 보여서 결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독자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분가시킨 것이다. 초대 KLPGA회장은 김성희 프로가 맡았고, KPGA회장을 지낸 한장상 프로가 2대(1989~1991년)회장을 맡은 뒤에 다시 김성희 프로가 3대 회장을 맡았다. 그 뒤로는 프로모터 개념의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저명인사들이 회장을 맡게 된다.

KPGA는 10여 년간 여자 프로부를 운영하면서 내적으로 여자 프로 골프의 활성화를 도모했고, 외적으로 구옥희를 세계적인 스타로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김만수, 김애숙, 이영미, 고우순 등의 선수가 일본으로 진출했다. 1983년에 한명현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듬해인 1984년에는 구옥희가 JLPGA 프로테스트에서 우승하고 이어서 1985년에 기분레이디스에서 JLPGA 정규 대회 첫승을 올렸다. 그해 일본에서 3승을 거둔 구옥희는 연말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미국 진출의 기회를 얻는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여자 아마추어 선수들이 있었고 여자 대회가 있은 뒤에 자생적으로 이들이 협회를 구성하는 방식이었다면 한국은 남자협회에서 여자부를 신설하고 프로를 선발해서 10년간 육성한 뒤에 협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여자골프가 성장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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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명에서 시작한 KLPGA 정회원이 올해 1월에 1221명까지 증가했다. [자료=KLPGA]


정회원 8명에서 1221명까지
1978년 8명으로 시작한 여자프로들은 KLPGA가 창립되던 1988년까지 회원수가 44명에 불과했다. 1979년에는 이경승 한 명이 회원이 됐고, 81년에는 정회원을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다. 1983년에 7명을 추가한 이듬해인 1984년에는 김만수 한 명에 그쳤다. 하지만 회원은 시나브로 증가했다.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이 주니어가 골프에 입문하는 자극제가 됐다. 박세리가 LPGA에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대 활약을 보인 해에는 무려 51명이 정회원이 됐다. 한국 낭자들이 미국에서 11승, 일본서 10승을 석권한 2009년에는 99명이나 정회원이 됐다. 지난해만도 68명이 새로 회원이 되어서 올해 정회원 수는 1221명에 이른다.

지난해말 롤렉스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 한국은 100위 중에 41명, 미국은 22명, 일본은 10명이었다. 역사가 일본보다 20년이 뒤지는 한국이 지금은 일본의 프로선수들보다 뛰어난 선수가 4배나 많다는 얘기다.

구옥희가 JLPGA투어에서 1985년 거둔 기분레이디스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안선주는 요코하마타이어PRGR레이디스에서 통산 207승을 올렸다. 역시 구옥희가 LPGA투어에서 1988년 첫승을 한 이래 한국 선수들은 지은희가 지난 KIA클래식에서 166승을 거두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지금부터 40년 전에 로얄CC(레이크우드)에서 8명의 여자 프로가 탄생했다. 그리고 올해 40주년 KLPGA챔피언십이 그 자리에서 135명의 프로가 출전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빠르게 압축 성장한 것들은 많다. 그 중에 여자프로골프도 분명히 한 대목을 차지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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