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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도마 위에 오른 매경오픈 16번홀의 콧구멍 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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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한국판 마스터스’로 불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리는 남서울CC의 16번 홀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짧은 내리막 파5홀인 이 홀은 2017년부터 파4홀로 세팅되고 있는데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다. 페어웨이 중앙에 설치된 크로스 벙커인 ‘콧구멍 벙커’ 때문이다.

이 벙커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으나 2005년 코스 리노베이션 때 턱을 높이면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생긴 모양이 마치 누워있는 사람의 콧구멍같다고 해서 일부 골퍼들 사이에서 ‘콧구멍 벙커’로 불린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 홀을 공략할 때 벙커에 볼이 들어가면 높은 벙커 턱으로 인해 레이업을 해야 한다.

매경오픈 때 16번홀은 2년 전까지 파5홀로 플레이돼 파를 잡으면 손해를 보는 홀이었다. 장타자들의 경우 2온이 가능해 이글이나 버디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코스세팅이 바뀐 작년부터 마(魔)의 홀로 변했다. 파를 하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가야 하는 홀로 바뀌고 있다.

올해 4라운드를 치르면서 16번홀에선 버디가 5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작년에도 이 홀서 나온 버디숫자는 7개에 불과했다. 결정적인 순간 보기 이상의 스코어로 무너지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특히 최종일 우승경쟁을 하던 박상현과 장이근, 이상희가 모두 보기를 범해 1타를 잃었다.

선수들은 “페어웨이 중앙의 크로스 벙커가 너무 거슬린다”고 입을 모은다. 드라이버로 치기엔 벙커에 볼이 빠질까 걱정되고 우드로 티샷하기엔 세컨드샷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다. 이 벙커를 피하기 위해 선수들은 드라이버 대신 대부분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한다. 볼이 벙커에 빠질 경우 턱이 높아 그린을 직접 공략하기 어렵다. 또 벙커 앞까지 볼을 보낼 경우 롱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클럽으로 200~220야드를 높이 띄워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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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홀을 가로지르는 크로스 벙커인 콧구멍 벙커.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은 페어웨이의 상태였다. 티샷을 잘 해 벙커 앞 페어웨이로 볼을 보내도 디보트가 많았고 잔디가 거의 없는 맨땅 수준이었다. 평소 내장객이 많은 골프장인데다 티샷한 볼이 떨어지는 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디보트가 너무 많아 티샷을 페어웨이가 아닌 러프지역으로 보내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롱 아이언을 탄도가 높게 똑바로 치기는 정상급 프로라도 대단히 어렵다.

선수들 사이에선 “차라리 16번홀 대신 짧은 파5홀인 4번홀 파4홀로 바꾸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16번홀을 파5홀로 되돌리는 대신 그린 난이도를 18번홀처럼 높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래 저래 현재의 16번홀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코리안투어가 열리는 대회코스 중 대단히 까다로운 홀들이 있는데 남서울의 16번홀, 솔모로의 14번홀(체리코스 5번홀)이 꼽힌다. 이 홀들은 작년 어려운 홀 1, 2위였다. 지난해 남서울CC 16번홀의 평균타수는 4.67타로 그동안 1위를 지켰던 솔모로CC의 14번홀(4.66타)을 제쳤다. 속사정을 아는 이라면 이런 데이터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 것이다. 솔모로의 14번홀은 파4홀이지만 세컨드샷이 날아갈 공간에 30m 높이의 키큰 소나무로 벽을 세워놓아 프로들도 3온 공략을 해야 하는 홀이다.

메이저 대회의 코스세팅은 달라야 한다. 변별력을 높혀 진정한 챔피언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굿샷에는 보상이, 미스샷에는 대가가 따르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내년 매경오픈엔 코스세팅이든 코스관리든 좀 더 세심한 준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 게 ‘한국의 마스터스’란 명성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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