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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오롱 한국오픈은 남자골프의 디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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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던 최민철이 코오롱 61회 한국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코오롱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국내 최고의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타이틀인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최민철(30)의 우승으로 결론지어졌다.

최민철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 7328야드)에서 열린 대회 파이널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위협적인 박상현(10언더파 274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1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한 이래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하며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2부 투어를 전전하면서 간간이 코리안 투어에 출전했던 최민철은 2016년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해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다. 최민철은 지난해 최종 예선전을 12위로 통과하면서 처음 출전해 6위를 했고, 올해는 우승까지 달성했다. 이번 대회는 언더독 최민철의 우승과 함께 한국오픈이 가지는 존재 의미를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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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이 최종 예선전으로 본선에 진출하면서 송승회 코오롱스포츠단 단장과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코오롱그룹]


예선전의 정착
한국오픈은 지난 2014년부터 예선전 형식을 바꿨다. 제49회 대회인 2006년부터 56회인 2013년까지 8년간 투어 시드 순위 61~120위의 투어 선수들에게만 출전권을 주는 제한적인 먼데이 퀄리파잉을 열었으나 이는 ‘오픈’이라는 개념보다는 ‘제한된’ 성격이 강했다. 어쨌거나 투어프로들끼리의 잔치였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한국오픈은 대회 본연의 의미로 돌아갔다. 예선전의 형식을 갖추면서 내셔널타이틀의 본질을 되찾았다. 대신에 대회 흥행을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서 초청하는 선수의 비율을 줄여나갔다. 그렇게 아낀 비용을 한국오픈 전에 열리는 예선전을 위해 썼다. 한국오픈에서 시작한 이같은 예선전 방식은 이후 다른 남자대회로 전파되면서 한국 투어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신한동해오픈, GS칼텍스 매경오픈, DB화재 프로미오픈, KPGA선수권 등이 한국오픈처럼 예선전을 치르고 있다.

첫해는 6명의 예선전 출전자를 배출했으나 이듬해 2015년은 신청자가 282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최종 예선전을 통한 본 대회 출전자 수를 18명으로 3배 확대했다. 여기서 수석으로 통과한 이지훈은 본 대회에서는 공동 7위에 오르는 활약을 했다. 3회를 맞은 2016년은 준회원(세미프로)과 해외투어 선수들에게도 참가 자격을 대폭 확대해 역대 최다 인원인 711명이 신청했고, 지난해는 12명이 한국오픈 2라운드 결과 컷을 통과했다. 그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가 12위로 마친 최민철이었다.

5회를 맞은 올해는 672명의 신청자가 4회에 걸쳐 1차 예선을 치른 뒤 지난주 월요일인 11일 2차 예선을 치렀다. 1차 예선전에서의 상위권 20여명과 KPGA 2부 투어 상금순위 상위권자 10명, 지난해 코리안투어 상금 60~120위까지의 선수들까지 144명이 출전해서 18명의 진출자를 가려냈다. 2언더파 69타를 친 동점자 11명 중에 백카운트 방식으로 9명이 출전 티켓을 따냈다. 그 결과 올라온 최호성(35), 한창원(30)이 3라운드까지 선두권에 머무른 뒤에 공동 5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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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 최민철(오른쪽)과 준우승자 박상현이 디오픈 출전권을 얻었다.[사진=코오롱그룹]


디오픈의 사다리
제60주년인 작년 코오롱 한국오픈은 우승자 장이근, 준우승자 김기환이 7월에 세계 최고(最古)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 초청 출전했다. 깜짝 스타 장이근은 디오픈에 가서 헨릭 스텐손 등 유명 선수와 시합을 하면서 부쩍 성장했고 최종 43위로 마쳤다. 이후 국내에 돌아와 9월에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에서 72홀 최소타로 우승하기도 했다.

디오픈은 역사와 전통성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 5대륙을 대상으로 퀄리파잉 시리즈를 치른다. 올해는 10개국 15개 골프장에서 대회를 치러 46장의 출전권을 부여한다. 물론 이밖에 출전권을 주는 방식은 27가지가 있어서 다 합치면 총 42개의 항목에 따라 출전선수 156명이 가려지게 된다.

제61회를 맞은 올해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는 챔피언을 포함한 2명이 디오픈 출전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오픈이 디오픈 퀄리파잉시리즈에 포함된 첫 해였다. 티켓은 2장이지만 차이가 있다. 지난해는 단순히 준우승자까지 초청한 것이어서 만약 두 명 중에 이미 출전권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한 명만 출전해야 했다. 하지만 퀄리파잉 시리즈는 다르다. 이미 출전자격이 있는 선수가 우승이나 준우승을 거둬도 상위권(8위)에서 출전 기회가 돌아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는 챔피언 최민철과 준우승자 박상현(35)이 디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의 큰 무대에 뛰어보는 건 선수로서는 영광이다. 한국오픈은 예선전을 통해 국내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의 기회를 열어주는 한편으로 퀄리파잉시리즈로 상향조정되면서 더 높은 무대로 오르기 위한 길을 열어준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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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의 피셔맨 스윙은 세계 골프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코오롱그룹]


컨텐츠의 세계화
한국오픈은 2013년까지는 해외의 유명 선수들을 초청해왔다. 로리 매킬로이가 3년간 초청되었고, 리키 파울러, 이시카와 료, 비제이 싱, 존 댈리, 어니 엘스, 세르히오 가르시아까지 세계 유명 선수들이 초청되어 대회 흥행에 기여했다.

2014년 예선전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부터 큰 변화를 시도했다. 단순한 흥행보다는 내실을 키우고 국내 선수들을 후원하는 데 기여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디오픈 퀄리파잉도 이같은 방향에서 나왔다. 해외 유명선수는 없어도 올해는 충실했다.

배상문, 양용은 등 이 대회를 통해 해외로 뻗어나갔던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다. 예전같으면 거액의 초청료를 주어야 했지만, 이제는 한국오픈이라는 대회 타이틀이 그들의 자발적인 출전을 불러왔다. 이웃나라 일본의 내셔널타이틀 일본오픈 역시 초청료 없이 역사와 전통으로 인해 일본 선수들이 적극 출전한다.

낚시꾼을 닮았다고 일본에서 붙여진 최호성의 피싱 샷이 전세계 골프팬들에게 전파되었다. 골프채널, 골프다이제스트, 골프매거진 등 해외 미디어들이 그의 스윙 영상을 소개했고, 세계 골프 랭킹 2위 저스틴 토마스조차 ‘한번 따라해보겠다’고 했다. 해외 유명선수를 초청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대회 자체의 컨텐츠로도 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세상이 그만큼 가까워진 덕일까? 한국오픈이 그만큼 위상을 쌓았기 때문일까?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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