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물리학자 디섐보의 컴퍼스, 거리측정 기능 논란 확산
이미지중앙

브라이슨 디섐보가 컴퍼스로 야디지북에 긋는 장면이 지난 트래블러스챔피언십 3라운드에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경기 중에 제도용 컴퍼스(compass)를 사용한 것으로 불거진 룰 위반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디섐보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 TPC리버하일랜즈(파70 684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야디지북에 컴퍼스를 대고 긋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이 그가 도구를 사용해 이득을 취했는지 질의를 했고, 이에 투어 관계자들이 조사에 나섰다.

이튿날 경기를 마친 디섐보는 “경기위원회에서 컴퍼스의 사용 허용 여부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전하면서 “그걸 사용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말했다. 디섐보는 지난 201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라이너스아동병원오픈에서도 컴퍼스를 경기 중에 사용했다.

‘컴퍼스로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디섐보는 “핀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핀 포지션은 매번 달라지는데 나는 그 핀이 정확한 조건과 위치에 따라 꽂혀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디섐보는 “투어 사람들만이 이걸 이상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경기를 잘하고 있을 때면 뭔가를 지적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3,4라운드 모두 2언더파 68타를 치면서 아니르반 라히리(인도) 등과 함께 공동 9위(12언더파 2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25세인 디섐보는 서던메소디스트대학(SMU)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모든 아이언 클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춰서 경기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이달 초 열렸던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첫승을 올렸고, 올 시즌은 톱5위 안에 5번이나 들었다.

이 대회에서 디섐보가 컴퍼스로 핀 위치를 측정한 것이 룰 위반이라는 근거는 골프룰 14조3항- 거리 측정을 위해서나 플레이에 영향을 줄 조건을 파악하는 목적의 도구를 사용했다면 룰 위반-에 있다. 투어에서는 거리 뿐만 아니라 슬로프 등을 측정해주는 거리측정기를 대회 기간에는 사용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룰 14조 3항의 부칙 4에 따르면 나침반(compass)의 사용에 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거나 그린 잔디의 풀이 누운 방향을 판단하려고 컴퍼스를 사용할 때 컴퍼스는 단지 방향의 정보만 주고 플레이어의 경기력에 도움을 주거나 달라진 상황을 측정하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

이미지중앙

지난해 12월 유러피언투어에서 다일런 프리텔리는 나침반을 사용해 방향을 파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4일 아프라시아뱅크모리셔스오픈 마지막날 다일런 프리텔리(남아공)는 골프백에서 나침반을 꺼내 지면에 놓고 방향을 확인한 후에 어프로치 샷을 했다. 이를 두고 기기를 사용해 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질의가 있었지만 경기위원회에서는 이를 상관없음으로 판결했다. 프리텔리는 그날 67타를 쳐서 유러피언투어 2승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똑같은 컴퍼스 단어지만 ‘부칙에서 설명하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제도용 컴퍼스와는 다른 의미로 쓰였기 때문에 디섐보의 사례는 룰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룰 전문가는 골프매제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4조3항에 따르면 컴퍼스를 사용한 것이 그에게 클럽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거나 할 수 없고 단지 야디지 북에서 핀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으려 한 것이기 때문에 14조3항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섐보의 컴퍼스 사용이 논란 계속되는 것은 그린 읽는 도구의 허용 여부에 핵심이 있다. 지난달 미국골프협회(USGA)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도구 사용의 법제화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내년에 대폭 바뀌는 골프룰에도 거리 측정기의 사용은 금지된다. 시니어 투어나 일부 경기에서는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되지만 정규 투어에서의 사용은 아직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섐보의 컴퍼스가 첨예한 논쟁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룰 위원장을 지낸 고충남 씨는 “컴퍼스가 단순 정보가 아닌 판단의 도움을 얻는 기능으로 사용되었다면 룰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예컨대 골프장 안에서 바람의 속도를 측정하는 인공의 기구는 사용할 수 없는데 바람의 방향을 알려고 밀가루를 뿌리면 룰 위반이지만 잔디를 뜯어 날리는 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침반에 대해서는 허용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똑같은 단어라도 제도용 컴퍼스인 경우라면 USGA, R&A가 유권해석을 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