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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여자골프는 되는데, 남자골프는 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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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고 있는 박인비. 사진은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봉송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osen]


이번 칼럼의 제목은 골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 많은 골프팬들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때로는 해외여행 중에도 외국인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여자골프는 세계 제일인데 남자골프는 왜 그렇지 않은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골프 타임리프’가 첫 돌을 맞아 흔히들 묻는 이 진부한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린다.

여자골프가 잘 되는 이유

여자골프가 잘 나가는 이유는 우선 경쟁의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 여자골프는 우리나라가 최강국으로 떠 오르기 전에는 미국만의 스포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이 없는 독점의 시대였다. 스웨덴의 소렌스탐이나 호주의 캐리 웹 같은 대선수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들의 나라에는 여자골프 대회가 거의 없었다. 박세리가 나타난 이후 한국은 미국만 제압하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였던 미국의 여자골프 수준은 우리가 겁을 냈던 것처럼 높지 않았다.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능히 넘어설 수 있는 정도였다.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의 연습시간은 미국 선수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었고 집중력도 높았다. 여기에 딸을 지켜보며 지원하는 부모들의 힘이 보태지면서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고가 된 것이다.

한국 여자 골프가 계속 최고일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렸다. 현재 여자골프의 강국은 한국, 미국, 일본의 순서이고 그 이외의 지역에는 여자골프 투어가 거의 없다. 우리 여자골프가 강한 연습으로 미국을 따라잡았듯이 유럽, 태국, 중국 등의 후발 국가에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연습시간을 늘리고 있다. 또 미국의 선수들도 결국은 연습시간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따라 올 수 없도록 우리나라 여자 선수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이나, 더 좋은 스윙이나, 우수한 골프 유전자는 없을까? 애석하게도 그런 것은 없어 보인다. 우리의 정신력이 더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신력도 체력처럼 소모되는 것이므로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이나 일본 유럽, 후발국인 태국, 중국의 선수들이 우리의 기량을 따라와서 실력이 상향평준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독점적인 지배력은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한때 쇼트트랙의 최강국이었지만, 이제는 주요국가의 실력이 거의 평준화된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여자골프의 대책을 미리 세워야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 전체적인 기량이 올라가는데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선수를 육성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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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제만발 속에 치러진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의 갤러리 모습. 한국 남자골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코오롱그룹]


남자 골프는 왜 안 되나?


남자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도 경쟁의 원리로 보아야 한다. 세계 남자골프의 수준은 여자골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경쟁도 치열하다. 남자축구와 여자축구, 남자농구와 여자농구의 극명한 차이가 골프에도 존재한다. 골프 최강국 미국 이외에도 영국 등 유럽의 모든 나라, 호주, 남아공의 벽이 높다. 남미와 일본, 중국, 인도,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도 치열하다. 골프 투어만 보아도 세계 5대 투어에 우리나라 투어는 포함되지 않는다.

골프를 하는 전 세계의 국가에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연습만 하는 남자선수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따라서 여자골프처럼 연습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최고가 되기 어렵다. 연습시간뿐 아니라 연습의 환경과 질, 훈련방법까지 모두 경쟁대상이다. 골프장 사용이 제한되고 연습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가 경쟁에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려운 환경을 감안하면 지금 한국의 남자골프는 너무 잘하고 있어서 칭찬 받아야 마땅하다.

남자골프가 여자골프처럼 세계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전 세계의 국가들이 무한경쟁을 하는 월드컵 축구에서 우승을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 월드컵 축구의 우승컵이 필요하면 경쟁이 덜한 여자 월드컵에 나가서 우승컵을 따오도록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해도 축구 최강국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여자골프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골프의 최강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천재를 기다리며

남자골프는 결국 안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팀 스포츠인 월드컵 축구의 우승을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골프는 개인스포츠이므로 한 명의 천재가 나타나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남자골프 전체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타이거처럼 한 명의 위대한 골퍼가 나타나서 세계골프를 제패하면 우리나라가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가치가 있다.

필자도 많은 골프팬들처럼 위대한 천재를 기다리고 있다. 천재는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바로 옆에 천재가 있는데 몰라보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다. 천재를 발견하여 스타로 키워내는 것은 골프 지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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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천재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닝 모습. 유명한 사진이다.


질문이 틀렸다


여자골프는 되는데 남자골프는 왜 안되느냐고 묻는 질문은 남자골프와 여자골프가 같은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두 스포츠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보아야 한다. 역사, 경쟁, 비즈니스 규모, 세계 골프미디어와 팬들의 관심 등을 살펴보면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

경쟁으로 보면 여자골프는 블루오션이고 남자골프는 레드오션이다. 비즈니스 규모는 남자골프가 10배 이상 크다. 미국이나 유럽의 골프 미디어에서 여자골프 이야기가 헤드라인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나라 골프팬들은 남자골프에 관심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여자골프가 필드하키라면 남자골프는 아이스하키이다. 필드하키의 최강국이라고 해서 당연히 아이스하키의 최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의 다른 스포츠이므로 팬들의 기대치도 달라져야 한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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