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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그들은 왜 라이더컵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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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라이더컵 트로피(왼쪽)와 2018 라이더컵의 공식 엠블럼.


미국과 유럽의 골프팬 들이 각 12명씩 팀을 만들어 매치플레이로 승부를 겨루는 라이더컵에 광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칼럼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들과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알게 되면 우리나라의 골프팬들도 라이더컵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메이저대회나 프레지던트컵과는 다르다

골프 최고의 잔치라면 4대 메이저 대회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대회들은 모두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 플레이하는 개인전이며 스트로크 플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라이더컵은 매치플레이이며, 개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새겨진 골프를 팀 스포츠로 변화시켜서 선수와 관중을 최고의 긴장 상태로 몰고 간다. 관중은 라이벌 의식이 있어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있으며, 옆에 있는 사람도 아군 아니면 적군이다. 골프에서 라이더 컵 같은 분위기는 다른 대회에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프레지던트컵의 분위기(2015년)를 보고 라이더컵이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라이더컵에 입장하는 관중의 숫자는 프레지던트컵의 10배쯤 되고, 관중의 응원 열기 때문에 느껴지는 에너지는 프 레지던트컵의 100배 혹은 1,000배도 넘는다. 프레지던트컵 관중들에게는 라이벌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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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팀을 응원한 갤러리의 독특한 복장.


흥행이 보장된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해야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은 라이더컵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우즈가 안 나와도 라이더컵은 언제나 흥행이 보장되어 있다.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관중 27만 명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들과 라이더 컵을 모두 참관한 경험이 있는 골프 팬이라면 다시 가보고 싶은 대회로 라이더 컵을 선택할 것이 틀림없다.

하루 입장객의 숫자를 5만 명으로 추측하는데 메이저 대회에서는 그 관중들이 18홀로 분산되지만, 라이더 컵의 첫째 둘째 날에는 매치가 진행되는 4개의 홀에 몰려있다. 홀을 이기는 버디가 나올 때의 함성소리는 골이 터진 축구장에서의 함성과 비슷하게 들린다. 개인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고 팀을 응원하므로 관중들이 반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응원가를 부르고 자기나라 국기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오는 관중들을 볼 수 있는 곳도 라이더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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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팀을 응원하는 갤러리들의 모습.


목숨을 걸고 친다는 선수들


선수들도 목숨을 걸고 치겠다는 각오로 나온다. 프로 선수가 상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플레이 하는 유일한 대회이지만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작은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운다. 언제나 개인보다 팀이 먼저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다는 마음의 무장이 되어 있다. 그래서 자기만 가지고 있는 비장의 기술을 팀의 동료에게 아낌없이 가르쳐 주기도 한다. 개인이 아무리 잘 쳤어도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패배한 팀의 선수일 뿐이다.

2010년 웨일즈에서 열렸던 라이더컵 마지막 날 두 팀은 싱글 한 매치를 남겨두고 13.5 대 13.5로 비기고 있었다. 싱글 매치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헌터 메이한(미국)은 17번 홀에서 너무 쉬운 칩샷 때 뒤땅을 치면서 볼을 그린에 올리지도 못하며 패하고 말았다. 미국이 유럽에서 라이더컵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메이한은 매치 후의 기자회견에서 울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자기 때문에 팀이 졌다는 자책감을 이겨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라이더컵 루키로 첫 출전했던 어떤 선수는 1번 홀에서 느끼는 압박감으로 인해서 도저히 스윙을 할 수 없었다. 포섬 매치에 출전했던 그 선수는 결국 자기가 하기로 계획되었던 티샷을 못하고 파트너 선수에게 샷을 부탁했다. 홀수 홀과 짝수 홀의 티샷을 번갈아 해야 하는 포섬 매치에서 두 선수가 세웠던 작전은 처음부터 뒤죽박죽이 되었다. 스탠드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는 그 선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이상은 인터뷰 중에 익명으로 소개된 사연으로 해당 선수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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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라이더컵 대회 때 1번홀에 모인 관중들의 모습.


캡틴의 작전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캡틴은 눈에 안 보이는 치열한 작전 싸움을 펼쳐야 한다. 12명의 선수들 중에서 8명을 골라서 내보내는 첫째, 둘째 날 매치에서 캡틴은 출전하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플레이 특성을 감안하여 포섬과 포볼의 조를 짜 주는데, 플레이 순서를 밀봉한 봉투에 넣어서 제출하기 때문에 상대의 어떤 선수와 맞붙을지 알 수 없다. 특히 마지막 날의 싱글 매치에서는 최강의 선수를 앞에 넣어서 기선을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에 넣어서 박빙의 승부에 대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작전의 최고점이다.

홈팀의 캡틴은 코스 세팅을 자기 팀에 유리하도록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대 팀의 장타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장타자가 티샷한 볼이 멈추는 지점의 페어웨이를 아주 좁게 만들 수 있다. 그린 주변에 볼이 잘 오는 지역의 잔디를 러프로 조성할 것인지 아니면 아주 짧은 잔디의 타이트한 라이로 만들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자기 팀 선수들의 쇼트게임 기술이 좋으면 짧은 잔디를 선호할 것이고, 상대 팀의 기술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 긴 러프를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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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라이더컵의 대회장소인 르 골프 나쇼날.


가장 위대한 골프대회

또 라이더컵에서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샷들이 터져 나온다. 매치 플레이에서만 공격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샷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 없었던 샷을 보게 될 때 팬들이 느끼는 감동은 골프라는 스포츠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개회식과 폐회식을 성대하게 여는 대회도 라이더컵뿐이다.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대회가 끝나면 모두 젠틀맨으로 돌아가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준다. 팬들은 아쉬워하며 2년을 기다려야 다음 라이더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9월 28~30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라이더컵 중계방송은 골프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라이더 컵은 가장 위대한 골프 대회이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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